학기말이 가까워지면서, 학생들과 함께 판소리와 관련된 영화를 보기로 했다.
의견을 모은 결과 아이돌 가수 수지가 등장한 영화 <도리화가>를 보기를 원하였고, 내가 영화 파일을 구매해서 가지고 있었던 관계로 함께 볼 영화로 손쉽게 낙점되었다.
그래서 어제 수업시간을 이용하여 강의실에서 함께 영화를 보았다.
나로서는 여러 번 본 영화이지만, 다시 보면서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새삼 느껴지기도 했다.
이 영화는 19세기 고창의 향리이면서 판소리에 힘을 쏟았던 신재효와 그의 제자 진채선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기억하건대, 이 영화는 진채선 역에 아이돌 가수인 수지가 캐스팅되었다는 사실이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었었다.
실상 요즘 아이돌 가수의 창법과 온몸으로 짜내는 탁성을 위주로 하는 판소리의 창법은 현저하게 다르다.
때문에 당시 평론가들은 아이돌 가수로 활동했던 수지가 과연 판소리 창법을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판소리 창법을 무난히 소화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여성들에게 주어지지 않았던 여성 판소리 명창의 위치를 열었던 사람이 바로 신재효의 제자인 진채선이다.
복사꽃과 오얏꽃을 의미하는 '도리화(桃李花)'는 진채선을 의미하며, 그녀를 흥선대원군에게 떠나보낸 후 신재효가 진채선을 생각하며 지었다는 가사가 바로 '도리화가'이다.
신재효 역의 류승룡의 연기는 물론, 김세종 역으로 등장하는 송새벽의 맛깔스런 연기도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응팔'에 나왔던 안재홍(용복 역)과 이동휘(칠성 역)도 다른 등장인물들과 호흡을 맞춰, 요즘 사람들에게 생소한 판소리라는 갈래를 잘 소개했다고 여겨진다.
이제는 '국악 한마당' 같은 프로그램에서나 간혹 볼 수 있는 판소리.
이 영화에서는 그 수련 과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판소리를 둘러싼 19세기의 사회적 환경에 대해서도 학생들이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1990년대 중반의 <서편제>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흥행에 성공한 이후, 예술성을 갖추었다고 평가되는 판소리 영화는 철저히 흥행에 실패했다.(<천년학>과 <도리화가>)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판소리가 지니는 전통 민중 예술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