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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중심의 이념이 지배적이었던 조선시대에 능력 있는 여성이 사회에서 인정을 받는 것은 쉽지 않았다. 오히려 그러한 능력으로 인해서 비난을 당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나이 7살 정도 되면 남녀가 한자리에 앉지 말아야 된다는 것을 당연시하던 시대였다. 남성은 가정이나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존재이며, 반면 여성들은 그저 집에서 ‘살림’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받아들여졌다. 남성은 존귀한 조재이고 여성은 사회적 처지가 낮다는 ‘남존여비(男尊女卑)’의 관념이 보편적으로 통용되었고, 이에 기반한 남성과 여성의 ‘성차별’도 당연시되었던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시대에 자신의 존재와 능력을 각인시키며 살았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부자유한 시대에 너무나 비범했던’이라는 제목의 표현은 바로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불화했던 여성들의 처지를 적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이해된다. 불과 얼마 전가지만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은 ‘현모양처(賢母良妻)’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물론 그러한 관념에는 여성들은 ‘어머니’와 ‘아내’의 역할에 전념해야만 하며, 은연중 여성의 사회활동이 그릇된 것으로 여기는 관념이 전제되어 있다고 하겠다. 그렇기에 조선시대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그것을 애써 드러내지 않고 살았던 여성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자신 혹은 주위 사람들로 인해 일부 여성들의 활동이 기록으로 전해지고 있어, 필자들은 ‘가능한 객관적인 자료로 증명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해당 인물들의 삶을 재구하기 위해 이 책을 기획했음을 밝히고 있다. 남성 중심의 관념이 지배적이었던 시대를 격어내면서 ‘여성들이 각자의 삶을 최선을 다해 견디고 살아가고 장악했던 다양한 방식들을 드러내고’자 했다. 물론 일부의 기록은 기록을 남긴 남성들의 시각에서 남겨진 내용들도 적지 않지만, 그 시대를 살앗던 여성들의 입장에서 그 내용을 새롭게 해석하는 것도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이 책에서 다뤄진 인물들은 모두 14명으로, 여전히 ‘현모양처’의 대표적인 인물로 거론되는 율곡 이이의 어머니 ‘신사임당’으로부터 일제 강점기 여성으로서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윤희순’에 이르기까지 해당 인물들의 삶은 다양한 행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저자들은 ‘신사임당’을 ‘유교의 덕복으로 가릴 수 없는 천재적인 예술혼’을 지닌 존재로 규정하고, 단지 ‘율곡의 어머니로 부르지 마라’고 단언한다. 이밖에도 뛰어난 문재로 인정을 받았던 ‘허난설헌’과 ‘이옥봉’, <음식디미방>이라는 책으로 전통 요리를 재현할 수 있도록 만든 ‘안동 장씨’와 상업적 능력을 바탕으로 흉년에 굶어죽을 처지에 놓인 제주도 사람들을 구휼했던 ‘김만덕’의 행적 등이 소개되어 있다.
5백여 년에 이르는 조선시대의 역사를 고려하면, 이 책에 소개된 여성 인물들의 숫자는 결코 많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소수의 여성들을 제외한다면, 조선시대 여성들이 모두 남성 중심의 관념에 억눌린 채로 살아왔던 것으로 논하기도 한다. 하지만 당시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의 삶을 기록으로 남길 수 없었다는 것을 전제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개성적이고 주체적인 인물들의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이들을 통해 남성 중심의 관념이라는 ‘억압 속에서도 사람다운 품위를 잃지 않았던 사람들의 숨소리를 듣는 것은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저자들의 기획 의도에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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