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결정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 처지를 일컫는 말이 바로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앞으로 갈 수도 없고 뒤로 물러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이라는 표현으로 대체될 수 있는데, 선택 상황이 세 개로 확대되면 ‘3중고’라는 의미의 ‘트릴레마’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딜레마 사전>이라는 이 책은 ‘작가를 위한 갈등 설정 가이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한마디로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집필할 때 극중 상황을 이끌어나가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들을 사전식으로 정리하고 있다. 저자들은 ‘작가들을 위한 사전 시리즈’를 기획하고 다양한 주제로 출간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책은 다양한 갈등 상황과 그것을 풀어내기 위한 나름의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고 하겠다.
추천사에서는 이 책을 ‘이야기의 원천을 담은 데이터베이스’라고 규정할 정도로, 작가들이 꽉막힌 스토리의 전개를 풀어나가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고 여겨진다. 흔히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을 캐릭터라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갈등’이라고 규정하면서 갈등의 의미를 서문을 통해서 상세하게 정리하고 있다. 기존의 영화나 소설 등을 사례로 들면서, 작품의 구성을 탄탄하게 만드는 플롯의 중요성과 다양한 갈등의 전개 양상을 소개하기도 한다. 인물과 인물 사이의 갈등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내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내적 갈등에 대한 심층 탐구’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특히 현실에서는 실패가 회피해야할 과정으로 꼽히지만, 좋은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것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실패는 캐릭터를 성장시킨다’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밖에도 작품의 흥미를 불어넣는 요인으로 갈등과 선택 그리고 결과라는 조건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결국 중요한 것은 작가가 자신이 구상한 ‘내 이야기에 맞는 갈등 찾기’가 핵심이라는 것을 적절히 짚어내기도 한다. 이처럼 저자는 서문에서부터 ‘작가를 위한 제언’을 제시하면서, 매력적인 캐릭터의 창조와 인물들 사이의 갈등이야말로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건임을 환기시키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모두 6개의 범주로 갈등의 양상을 제시하면서, 사전식으로 스토리를 전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번역서인 이 책에서는 한글 자모의 순서로 배치되어 있으나, 아마도 원서에서는 영어 알파벳 순서로 된 것을 재배치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일단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갈등의 범주들을 나열해보기로 하자. 우선 ‘관계상의 갈등’이 첫 번째 항목으로 제시되며, 여기에 ‘실패와 실수’와 ‘도덕적 딜레마의 유혹’, ‘의무와 책임’과 ‘압력 증가와 시간 압박’, 그리고 마지막으로 ‘승산 없는 시나라오’ 등이 해당하는 항목의 제시어들이다. 이 책의 체제를 살펴보기 위해서 구체적인 예시를 하나 들어보기로 하자. 첫 번째 항목인 ‘관계상의 갈등’에서는 ‘가정 폭력’이라는 상황이 가장 앞에 제시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일러두기’라는 제목을 통해서 ‘가정 폭력’의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도록 서술되어 있다. 이 일러두기는 경우에 따라 없는 항목도 있으며, 다음에는 구체적으로 해당 항목에 대한 ‘사례’들이 열거되어 있다. 따라서 작가는 이들 항목 가운데 하나 혹은 그 이상을 선정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돕고, 때로는 여기에 없는 내용들은 자신이 채워서 덧붙일 수도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다음에는 이러한 사례로 인해서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와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결과’가 항목식으로 나열되며, 여기에 캐릭터에게 ‘생길 수 있는 감정’과 ‘생길 수 있는 내적 갈등’은 물론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부정적인 특성’ 등이 제시되어 있다. 또한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캐릭터의 ‘기본 욕구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볼 수 있도록 하였으며, ‘대처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특성’과 ‘긍정적인 결과’까지 나열하여 작가들로 하여금 글을 쓰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사 전개와 스토리 위주의 글을 쓰는 작가들이 갈등을 적절히 활용하고자 할 때, 이 책에 제시된 혹은 그와 비슷한 상황을 작품에 반영시켜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전체적으로 할리우드 영황에 나올법한 상황들이 주로 제시되어 있지만, 그것을 활용하는 독자가 한국의 현실에 맞게 상황을 설정하여 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이 사전에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서 만들어낸 새로운 갈등을 첨가하여, 자신만의 항목으로 꾸며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하겠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