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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의 제목에서 인류의 현재를 ‘손상된 행성’이라 지칭하고, 자본의 이익과 성장만을 추구하는 체제에서 지구의 미래는 결국 ‘파국’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다고 단언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과가 분명하게 예견된다면, 현재로서는 ‘더 나은 파국’을 통해서 그 시점을 늦춰야만 한다는 의미라고 이해된다. ‘자본주의의 꿈과 인간-너머를 말하다’라는 부제 역시 자본주의의 암울한 미래를 진단하고 있다고 파악된다. 영화와 책을 대상으로 비평 활동을 해왔던 저자의 이번 작업도 그 연장선 위에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발흥한 이래 지난 2백여 년 동안 인류에 의해 지각의 변동을 초래할 만큼 지구의 상황에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었고, 이러한 현상을 반영해서 현재를 ‘인류세’로 지칭해야 한다는 제안이 더 많은 이들로부터 호응을 얻어내고 있다. 실상 지난 2020년 지구를 강타했던 ‘코로나19’ 역시 그 원인이 무엇이든지, 결국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 착취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하겠다. 전세계적으로 기상 이변이 속출하고, 이전과는 다른 자연 재해가 반복되는 현상 역시 자연을 개발과 이익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인간의 탐욕이 근본 원인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이미 인간에 의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된 행성’은 점점 ‘파국’으로 향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이익과 성장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속성으로 인해 그 위험성에 눈을 감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겠다.
저자는 새롭게 등장하는 영화와 책들을 통해서, ‘손상된 행성의 파국’을 진단하여 현재 상황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기를 염원한다. 이를 위해 인간 중심의 사고를 자연과 동반자의 관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으며, ‘인간-너머’의 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한 ‘의존과 돌봄’이 사회를 온전한 공동체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매우 다양한 주제의 영화가 제시되고 있지만, 그것들을 일관된 관점에서 해석하여 논의를 이끌고 있는 저자의 문화적 역량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연일 열대야 지속 기간이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금년 여름의 기후도 결국 자본의 축적과 성장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하겠다. 그리고 그 상황은 이번 한 해에 끝나지 않고, 오히려 매년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며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암울한 전망이 예견된다. 과연 ‘더 나은 파국을 상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재의 상황에 대한 자각과 대안이 마련될 수 있기를 간절하게 희망해 본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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