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마라톤대회에서 또는 달리기 훈련 도중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개그맨 김형곤씨가 헬스클럽에서 운동 후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고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달리는 의사들’의 이동윤(54) 원장이 본지에 관련 자료를 보내왔다. 지금까지 어떤 사고가 있었고, 또 직·간접적인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였다. 2004년부터 2006년 4월 초까지 발생한 사고를 분석해 봤다.
“돌연사, ‘돌연’사 아니다” 무리한 운동은 약을 남용하는 것과 같다. 몸이 건강해진다고 믿으며 “조금 더, 조금 더”라고 했다가 오히려 건강을 해치거나 목숨을 잃기도 하는 것이다. 특히 요즘은 ‘운동 중독’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독이 된 당사자는 자신의 처지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는 ‘죽어도 좋아-운동중독’이라는 제목으로 이러한 실태를 조명하기도 했다.
마라톤 인구가 늘어나면서 마라톤과 관련한 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그 중 달림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돌연사이다. 4월 기준으로 올해에만 벌써 4명이 대회 중 또는 훈련 도중 사망했다. 일반인들은 ‘마라톤 돌연사 공포증’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그렇다고 ‘운동을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분명히 운동은 인체를 건강하게 지켜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게 달리기를 즐기기 위해서는 마라톤 돌연사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예방책을 강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는 법. 엄밀히 말해 돌연사는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사망하는 것이 아니다. 이동윤 원장은 본지에 투고한 자료에서 사망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심장·뇌혈관 질환 마라톤 돌연사의 원인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심장 질환이다. 미국의 경우, 돌연사의 약 90%가 심장 질환에 의한 것이라는 보고가 있다. 우리나라는 그보다 낮은 65%. 대신 한방에서 말하는 중풍(뇌졸중, 뇌출혈, 뇌경색) 등의 뇌혈관 질환이 20%를 차지하고 있다.
심장 질환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심근경색, 혈관이 좁아서 발생하는 협심증, 맥박의 리듬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 관상동맥 질환 등이 있다.
고체온증(열사병), 저체온증 기온이 높거나 낮은 것도 돌연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고체온증, 저체온증은 물론 체온이 급격히 높아지거나 낮아지면 심장 질환이 나타날 수도 있다.
또 고체온증과 저체온증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꼭 날씨 탓만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빨리 달리는 사람은 열 생산이 증가되어 고체온증이, 갑자기 달리기를 멈춘 사람은 이미 많은 열을 손실했기 때문에 저체온증이 나타날 수 있다.
저혈당증과 저나트륨증 3∼4시간 지속되는 지구력 경기에서 소금기가 전혀 없는 물을 많이 마셨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혈관 내의 혈액량이 감소되어 혈압 강하, 빈맥(맥박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 무력감, 졸도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호흡기 질환 주기적인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이는 천식, 흉막강(胸膜腔) 안에 공기나 가스가 차는 기흉(氣胸), 폐동맥이 막혀 호흡 곤란 증세가 나타나는 폐색전(肺塞栓) 등이 주요 질환이다.
약물 우리나라 달림이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얘기지만, 해외의 경우 경기력 향상을 위해 복용하는 코카인·암페타민·모르핀 등의 약물이 돌연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혈관미주신경성 실신 (Vasovagal Syncope) 마라톤을 완주한 후에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사람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이러한 ‘기절’ 증상은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인 경우가 많다. 이 질환은 심장신경성 실신(Neurocard Syncope) 중의 하나로 오랜 시간 운동을 한 후에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게 되면 나타나는 증세이다. 하지의 근육 수축운동, 즉 펌프 작용이 갑자기 정지하게 되면 심장으로 되돌아가려는 혈액이 상부로 공급되지 않아 혈압이 떨어지게 된다. 그 밖에 체위성 저혈압, 운동 후 혈액 이동 정체 등에 의해 정신을 잃을 수 있다.
“적당한 운동으로 돌연사 예방” 평소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고 있는 달림이라도 대회 당일의 기후 조건, 컨디션 등에 따라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항상 자신의 건강 상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달리는 중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쓰러져 있는 것보다 회수 차를 타고 다음 대회를 기약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또 대회 전 음주나 흡연, 수면 부족, 과다한 스트레스 등도 심장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고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이동윤 원장은 “금주, 금연, 적절한 식사 등은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준다. 또 무엇보다 평소 규칙적인 운동으로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돌연사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약을 알맞게 복용하면 병이 낫는 것처럼 적당한 운동은 우리 몸을 건강하게 지켜줄 것이다.
첫댓글 재인님! 좋은 정보 감사해요. 돌연사가 비단 남 일만은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