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송차 배터지게 먹고 있는 사정호. 자고로 호에 차를 넣을 때 좋은 차일수록 꽉꽉 밟아 넣어야 한다고 좌중이 윽박질렀습니다. 두고 보겠습니다. 만송차 10g]
그러니까 한 달 만입니다. 시간 맞추기 쉽지 않았습니다. 차일피일 하다가 해 넘어가겠다 싶어 급하게 모임을 주선했습니다. 만송 왕자산을 마셔보고 싶다는 분도 계시고, 동경하 국유림차가 인생 차였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원하는 분이 계시다면 그 자리에 있어야죠.^^ 네분의 茶痴(차치), 세분의 어린 양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생산하는 사람, 유통하는 사람, 사서 마시는 사람의 관점이 하나같을 수 없습니다. 필요가 다르니 관점이 다를 수밖에요. 시장은 고객의 요구(수준)에 철저히 부응하고 부역합니다. 저마다 진품, 전통, 최고를 주장하지만 선택은 온전히 수요자의 몫입니다. 표준화된 공산품이 아닌데다 기호, 건강, 투자의 영역을 넘다들면서 분식되어서 여간해서 본체를 들여다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보이강호’니까요.
비교하지 않고 기준을 세울 수 없고, 기준이 없으면 평가할 수 없습니다. 평가할 수 없으면 판단할 수 없고, 판단할 수 없으면 선택할 수 없어요. 오랫동안 숙련된 관능은 훌륭한 기준입니다만 그 숙련의 과정이 계통에 닿지 않았다면 배를 산으로 끌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고수차에 대한 기준을 세우기 적당한 교보재가 제법 모였습니다. 비교할 수 있는 통제되고 엄선된 한도견본이 있으니 이젠 열심히 마셔봐야죠. 관능의 기준을 세우는 것입니다.
날짜: 2018. 9. 16
장소: 개인차실
참석: 7명
품차: 2013 만전 백목선, 2018 만전 국유림, 2018 동경하 국유림 단주, 2018 만송 왕자산(이상 지묵당, 쇄청모차_산차), 80년대 숙타차(맹해차창)
다구: 주니 사정호 170cc(현대), 자니 자야석표 220cc(현대), 백자 개완(풍골 자체 주문품), 유리 숙우(하리오), 청화백자 잔(청대)
물: 삼다수
투차량: 각 7~10g
차 우리고 구라치느라 볼거리를 남기지 못했습니다.
많이 아쉽습니다만 다음을 기약합니다.
1. 2013 만전 백목선 vs 2018 만전 국유림
어떻게 변하나? 관점에서 전달해 드리고 싶어 준비했는데 그저 꿀빨 듯이 마셔버리고 말았습니다. 술 잘 빚는 차농집에서 나오는 모차로 2013년에 만든 만전 고수차(특)를 얻어다 놓은 것이 조금 있습니다. 여기에 올해 ‘만전 국유림’차가 왔길래 비교해 보았습니다. 딱 마셔보고 이게 어느 지역의 차인지 구분하는 권능을 아직까지 획득하지 못했습니다. 불과 5년여 차이가 있습니다만 비슷한 지역의 차라고 말하기 어려우리만치 차이가 큽니다. 2013년 만전차는 무겁지도 그렇다고 날리지도 않는 긴 중음의 느낌이라면 2018년 만전 국유림은 지긋하게 깔리는 중저음의 농밀한 느낌입니다. 맛의 선명도 역시 차이가 있고 물질의 밀도감도 차이가 있습니다. 톤은 다릅니다만 계조는 촘촘하고 풍부합니다.
2. 2018 동경하 국유림 단주
달포쯤 전 함께 마셨던 어떤 분이 인생 차 리스트 갱신했다고 말씀하실 만큼 고상하고 아름다운 차라고 생각합니다. 중고음의 촘촘하고 은은한 과일향이 풍부합니다. 맑고 순하고 부드럽고 깊고 풍부한데다 휘감는 묘미가 매력적입니다. 부족하다 싶은 대목을 찾을 수 없습니다. 마시는 내내 좌중이 침묵일색입니다. 좋네요.
3. 2018 만송 왕자산
처음엔 이름으로 마셨습니다. 이번엔 차의 내질에 집중하여 마셔보기로 했습니다만...그럴리가요. 만송입니다. 일단 허세로 시작해야죠. 이름으로 한 끗...아니지 두 끗 반은 먹고 들어갑니다. 이 양반이 이 차를 왜 보냈을까요! 나를 진짜 좋아하시나!
만송차는 의방차 느낌을 공유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죠. 의방차가 만송차 느낌을 공유한다고 하겠습니다. 중고음 또는 낮은 고음의 발랄함이 있습니다. 각각의 맛이 선명하지만 조화롭습니다. 잘난 놈들 모아놓은 듯한 느낌이랄까요. 용문양이 있는 누런 개완에 마셔야 될 것 같은 망상에 허우적거리다 찻물 끓는 소리에 정신 차립니다.
차 마시다가 찻 자리 사진 한 장을 운남으로 보냈습니다.
- 먹기 아까운 차림인데 사진 좀 더 보내 봐. 보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닌데...
- (여러장 다시 보냈습니다.)
- 스탑! 먹고 싶어 안 되겠다.
- ...
- 몇 명이 모였나?
- 일곱 분요.
- 여기서 사람들이 사진보고 찻자리가 예쁘다고 난리다 야.
- ㅋㅋㅋ
- 참가비 이야기 해 줬더니 여기서도 그렇게 좀 하라고 성화다.
- 비싸다구요?
- 너무 싸다고...만송하고 동경하 국유림을 그렇게 할 수 있냐고 난리다.
- ㅠㅠ 뭐! 차는 다들 감동중입니다만
그리곤 며칠 있다가 고금 타는 영상을 보내왔습니다.
약 올리기는 베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제는 막창사진 보내려다 참았는데...
첫댓글 좋군요. 기회되면 저도 참석해보고 싶네요.
기회되면 뵙고 싶습니다.
吃曼松看倚邦 _()_
怎么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