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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문학과 관련된 새로운 자료의 발굴은 대단히 소중한 일이라 하겠다. 물론 자료의 발굴에 그치지 않고, 해당 작품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연구로 이어지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자료가 한문으로 기록된 것이라면, 일단 그것을 읽어내고 그 내용과 의미를 해석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해당 자료가 다른 연구자들이나 일반 대중들에게 소개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면, 많은 이들이 읽고 활용할 수 있도록 번역 작업으로 이어져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자료의 발굴과 소개는 만만치 않은 시간과 연구자의 노력이 요구되기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학문적 열정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쉽지 않다고 하겠다.
그나마 문학사에서 중요하게 거론되는 인물이라면, 그와 관련된 새로운 자료가 나오면 그나마 연구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전까지 존재가 드러나지 않았거나 혹은 특정 지역에서 활동했던 문인들의 경우, 이미 알려진 자료들도 제대로 소개되지 않아 연구의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적지 않다. 저자는 한문학 전공자로서, ‘주로 한문으로 고전을 보면서 사유를 깊게 하고 실천적 지혜를 구하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특히 부산에서 오랫동안 연구자로 활동하면서, ‘지역’의 한문학 자료들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여왔다고 한다. 그리하여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그동안 연구 대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던 지역 문인들의 한문학 자료들을 대하고, 저자는 이러한 자료들을 ‘지역고전학’의 차원에서 다루고자 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자가 내세운 ‘지역고전학’이란 특정 지역의 고전이란 의미가 아닌, ‘지역’에서 생산된 ‘고전’을 아우르는 용어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하여 어느 ‘지역’에서 산출된 자료이든지, 연구자로서 열린 시각을 전제하고 대하는 것이 바로 ‘적절한 학문적 시각’임을 강조한다. 특히 한문으로 기록된 ‘지역’의 자료들은 몇몇 연구자들에 의해 부분적으로 논의가 이뤄졌을 뿐, 여전히 본격적인 연구 대상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고전을 실제로 일구었던 고전지식인의 삶을 긍정하고 바라보며 살피고 논리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저자가 ‘십 수년 간 숙제처럼 주어진’ 과제로 여겼던 ‘지역의 고전지식인’들에 대해 탐구한 결과물들이 이 책에 오롯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가 주로 답사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의 문인과 학자들의 기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전라도 남원에서 활동했던 황윤석을 제외한다면, 이 책에서 다룬 인물들은 대부분 경상도 지역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이다. 이 역시 ‘지역’의 기록들을 살펴 ‘고전’의 가치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고민과 맞닿는 지점이라고 여겨진다. 저자가 연구 대상으로 삼은 인물들은 고전문학 전공자인 나에게도 대부분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이다. 아마도 그동안 연구사에서 관심을 받지 못했던 인물들이라고 하겠는데, 저자의 연구를 통해서 본격적인 연구 대상으로 부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자가 연구 대상으로 포착한 인물은 어득강(1470~1550)과 이만승(1590~1659) 및 임여백(1614~1685)를 비롯하여, 조선 후기에 활동했던 황윤석(1729~1791)과 하우현 등이다. 아울러 일제 강점기와 해방 이후까지 활동했던 이규준(1855~1923)과 하겸진은 물론 이수인(1880~1962)과 서진영(1886~1929) 그리고 여성 문인으로서 오효원(1889~?) 등이 포함된다. 이들이 그동안 연구사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기에, 저자는 이들의 자료를 살피면서 해당 논문에서 연구 초기의 ‘시론적 성격’임을 거듭 내세우고 있다. 저자의 이러한 ‘시론’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연구가 뒤따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다만 한시문을 대상으로 한 연구임을 감안하더라도, 해당 작품을 설명하는 용어들로서 한자어를 그대로 적시하고 있어 전문 연구자가 아니라면 독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굳이 지적하고자 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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