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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글을 시작하고 있다. 여성으로 살아온 자신의 삶에 대한 의미를 찾고 싶었던 것이리라. 나아가 <버티는 마음>이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뭔가 힘든 상황을 견뎌내는 저자의 절박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책 한 권의 분량으로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난 지금, 과연 저자는 이러한 질문에 답을 찾았을까? 분명하지는 않지만, 저자는 이 원고를 쓰는 동안 자신의 ‘신산했던 삶’에 대해 나름대로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얻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저자가 던진 이 질문에 대해서, 스스로 ‘당당히 답할 수 있는 그런’ 순간이 올 것이라 굳게 믿어보고자 한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전문계 고등학교 진학을 선택하고, 고3이 되면서 열아홉살의 나이로 직업훈련원에 입학하는 것을 회상하면서 이 책의 내용은 시작된다. 그리하여 여성으로서 ‘하이힐이 아닌 안전화를 신고’ 작업 현장을 누려야 하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잿빛 터널의 시작’이라 평했을 것이다. 직업훈련원과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직장에서 마주친 현실은 견고한 남성중심의 구조였고, 때로는 좌절하면서 때로는 ‘버티는 마음’으로 그 '신산한 삶'을 견뎌내야만 했던 것이다. 필기와 실기에 차례대로 합격을 해서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고졸 학력의 여성으로서 겪어야 했던 직장의 현실은 그야말로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1998년 한국 사회를 덮친 IMF의 거센 파도는 저자에게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으며, 때마침 다단계에 빠진 부모들로 인해 저자는 더 큰 좌절을 겪어야만 했다고 한다.
그나마 어려운 현실에서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지만, 이후에도 지속되는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은 어찌할 수 없는 흐름으로 이어졌다고 고백하고 있다. 동화에서는 왕자와 결혼을 한 이후 신데렐라의 구체적인 모습은 나타나지 않는데, 저자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과연 ‘신데렐라는 결혼해서 행복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기도 한다. 물론 그에 대한 답은 쉽게 내릴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시에 결혼을 한 여성에게 결혼 이전의 경력 따위는 무시되는 것이 통상적인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근근이 ‘시한부직으로 살아내기’를 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 와중에 ‘가장 귀한 선물’인 아이를 출산하기도 했다. 이제 저자는 비로소 단순히 여성이 아닌, ‘어머니’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되었다. 물론 그것은 한편으로는 ‘축복’이지만, 때로는 커다란 ‘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래서 저자는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기도 한다. 이어 태어난 둘째까지 포함하여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돈을 벌기 위해 친정 부모들과의 ‘위험한 동거’를 선택하기도 했다. 자세한 사연은 제시되어 있지 않으나, 친정 부모들은 손자를 돌보는 것조차 하나의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결국 친정 부모들과 따로 살기로 결심하고, ‘워킹맘’으로서 고단하고 어려운 삶을 겪어나가는 저자의 모습을 그리면서 애처로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점차 동료들과의 관계 설정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되고, 퇴사와 재취업을 반복하면서 직장 생활의 어려움을 몸소 체감했을 것이다.
나이 ‘마흔셋, 퇴준생’이 되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순간, 저자는 아들이 전화기를 통해 누군가에게 읽어주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문밖에서 몰래 엿듣게 된다. 오래 전에 읽었지만 그동안 기억 속에서 희미했던 내용들이 아들의 통화를 엿들으면서 새삼 자신의 마음을 다잡아 보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출근으로 오랜 직장 생활을 마치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볼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삶에서 오랫 동안 ‘결핍’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가진 것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단 말이 내겐 그 무엇보다 잔인한 말이었’음을 생각해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43살의 나이로 20년이 넘는 직장 생활을 마치는 ‘퇴준생’이 되었지만, 저자는 ‘내 인생의 잿빛 터널을 빠져나가고자 비로소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아마도 그 결과 바로 이 책의 출간으로 하나의 매듭을 지었을 것이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저자는 ‘지난 삶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열리고 나 스스로의 가능성에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고 토로하고 있다.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글을 쓰는 저자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동안 고단하고 신산한 삶을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글쓰기를 포함하여 지속적인 활동으로 새로운 삶의 활력을 얻기를 진심으로 빌어본다. 읽는 내내 답답한 마음이었지만, 글쓰기를 통해 새로운 길을 찾은 저자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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