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어린배움터 졸업식 '매듭짓고 다시 떠나는 날' 풍경

[다슬기]

 사랑어린배움터 졸업식 

‘매듭짓고 다시 떠나는날’

지난 12월 21일 주말에 해룡면 하사리에 있는 사랑어린배움터(학교)의 매듭짓고 다시 떠나는 날(졸업식) 행사가 있었다. 사랑어린배움터는 초등과정에서 중등과정까지 9학년제인데, 3년 전 3명으로 시작한 중등과정은 현재 전국에서 찾아온 20명의 학생들이 기숙생활을 하며 배움을 함께 하고 있다. 올해 중등과정으로는 첫 졸업생이 나오는 이 졸업식은 아침에 시작해서 저녁 늦은 시간에 끝이 났다. 그날의 행복한 눈물과 웃음소리를 따라가 보자.

       9년 속의 '나'를 만나다

졸업을 하는 9학년 아이들의 에세이 발표가 있다고 해서 학교 안에 자리한 마을아카이브도서관인 관옥나무도서관을 찾았다. 이 도서관은 올해 개관했지만 여러 가지 모임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 곳이기도 하다. 배움지기(교사)와 부모님들 그리고 중등후배들과 소문을 듣고 찾은 지인들은 9년이 집약된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기위해 숨소리도 가라앉힌 듯 했다. 다섯 명의 아이들이 차례로 발표한 에세이 주제는 요리, 키, 미디어, 자아, 학생회였는데 10여분씩 글과 영상, 시와 노래와 그림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눈물이 왈칵 솟았다. 저 아이들이 3년 전 보았던 그 앳되던 소년들인지 의심이 갈 만큼 건강하게 잘 성장해 주었다는 고마움의 눈물이리라. 구김살 없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던 부모님들도 눈물로 웃고 계셨다.

         마을 풍물패가 전하는 터 울림

점심시간 가족(학년)별로 가족 방에 모여 식사를 마칠 즈음 배움터 정문에서 풍물소리가 울려 퍼진다. 풍물패거리 이름이 ‘사풍’이란다. 무슨 뜻인지 물었더니 사랑어린풍물패를 줄어서 부르는 이름으로, 마을공동체를 지향하는 배움터와 마을굿패를 꿈꾸시는 동네 어르신들이 함께 일구어가보자며 올해 만든 마을풍물패란다. 처음나선 몸짓과 울림이지만 가볍지 않게 느껴지는 건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는 아이들을 위한 마을의 울림이 전해져서가 아닐까? 배움터 운동장엔 마을 청년들이 찾아와 한바탕 축구를 하고 있다.

        매듭짓고 다시 떠나는 날

풍물패를 따라 졸업식장에 들어섰다. 사회자자가 졸업 축하 합창을 준비한 후배들을 소개하자 줄지어 입장한 초․중등 후배들의 축하공연이 시작되었다. 사랑어린배움터 노래, 나뭇잎배, 오빠생각, 섬집아기…. 어릴 적 우리들이 불렀던 노래들이 대부분이어서 흥얼흥얼거리며 따라 불렀다. 오랫동안 맏형역할을 했던 형들을 떠나보내는 게 아쉬워서였을까? 아이들에게서 묘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졸업식을 축하하기 위해 오신 분들을 소개하는 시간에 마을에서 오신 와온부녀회장님이 처음으로 소개되셨다. 환한 미소로 두루두루 인사를 하시고 졸업하는 아이들을 마음을 담아 축하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 배움터와 아이들이 마을의 축복받고 있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이 학교를 졸업하셨다는 해룡면장님은 당신의 모교가 분교가 되고 이어서 폐교된 것이 무척 아쉬웠는데 이렇게 좋은 학교가 그 맥을 잇게 되어 무척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지역의 명물이 되어주기를 당부하신다. “얘들아 너희들 선배님이시다!” 사회자의 말에 아이들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

평화학교시절 학교 이사장을 역임하신 박소정님은 “사랑어린 학교가 이미 전국에 유명한 학교가 되었다는 사실을 아느냐?” “사랑을 가르쳐주는 사랑어린학교와 여러분들이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시며 졸업하는 아이들에게 축하의 말씀과 배운 사랑을 널리 전하는 훌륭한 사람이 되라! 는 당부의 말씀을 하시며 눈물을 훔치셨다.

사랑어린 중등과정으로 올라가는 남현(6학년 열매반)군의 지난 6년간을 돌아보는 글에는 배움터에서 걷기, 밥 모심, 마음 모으기, 지혜교과공부를 하며 느낀 점 그리고 배움지기와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로 빼곡하다. 들리는 풍문에 누가 발표를 할 건지 오랜 시간 논의를 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아 제비뽑기로 발표자를 정했다고 한다. 그 과정이 재미있기도 했지만, 마음을 모아 제비를 뽑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는 정성껏 준비해서 발표하는 남현이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게 느껴졌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나보다. 박수소리가 저마다의 격려와 환호로 우렁차다. 아이들은 매일같이 걷고, 농사짓고, 밥알의 우주를 생활 속에서 익히며 세상 속으로 걸어 나갈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다.

졸업하는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님들이 같이 나와서 인사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올해 졸업생은 모두 8명. 현수, 미르, 승보, 서광, 윤수, 희영, 태식, 준혁이가 오늘의 주인공들이다. 가족들과 같이 나와서 배움터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다부지게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어찌도 눈물이 나던지…. 이렇게 멋지게 아이를 길러준 배움터에 감사하다는 부모님들! 말씀 마디마디에 절절함이 묻어나온다. 아이들을 잘 자라기를 바란다면 부모 스스로 배우는 학생이 되어야한다는 배움터 철학으로 시시때때로 배움을 찾아 자신을 가꾸어가는 사람들이기에 오늘 이 자리는 그들의 자리이기도 하다.

몰래 보고 가려다 들켰다며 딸을 가슴에 묻은 태연아빠가 사회자의 소개로 앞으로 나오셨다. 태연에게 친구들을 보여주기 위해서 가슴에 태연이를 사진을 안고 배움터를 찾았다는 아버님! 목소리는 메어 있었지만, 좋은 배움터로 거듭나라는 당부의 말씀엔 간절한 기운이 담겨있다. 사랑어린 배움터는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고향인 것 같다. 이것이 그들이 뚜벅뚜벅 힘을 내어서 걸어가야 할 이유이기도 하리라.

어느 해 보다 잘 했다는 말에 “올해는 준비를 많이 못했는데….” 하시며 쑥스러워하시는 배움지기들의 연주와 노래 그리고 졸업생 부모님들이 축하노래를 부르는 사이 무대 한편에 의자가 8개 놓이고 졸업생들이 나란히 나와서 앉는다. 배움터에서 두더지라고 불리는 교장선생님이 손수 발을 닦아주시는 세족식시간이다. 늘 온화한 표정인 두더지를 아이들은 무척 따르는 편이었다. 졸업식을 진행하면서 새롭게 느낀 점은 각자의 개성으로 성장한 중등아이들에게 두더지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이 부쩍 자라나 있다는 사실이었다. 세상에 나가는 두려움과 삶과 죽음을 포함한 여러 가지 고민이 있을 때마다 찾아간 이가 두더지였단다. 세족식 내내 서로 눈빛으로 서로에게 무언인가를 이야기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그 때 부른 부모님들의 노래 소리도 아직 내 귓가를 맴돈다.

선생님들이 직접 아이를 생각하며 지은 시, 후배들이 직접 짠 목도리, 마을 어른들이 준비한 선물과 그들의 학교생활을 담은 수제앨범이 아이들에게 전해지고 배움지기는 그런 아이들을 하나하나 꼭 안아 주신다. ‘당신은 사랑어린 사람입니다.’ 하며….

교장선생님 인사말씀시간에 두더지는 매듭짓고 떠나는 아이들의 눈을 보시며 “세상에 나가 살면서 한분의 스승님을 모시고 사는 사람으로 살아가거라.” “그러면 된다. 그래 그러면 되지.” 하신다. 듣고 있던 아이들 빙그레 웃는다. 그러자 “이놈들이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나 봅니다. 그놈들 참!” …. 다들 한바탕 크게 웃었다.

이어서 졸업식 노래가 울려 퍼지며 졸업식 본 행사는 모두 끝이 났다.

       연극 무대에 선 아이들

졸업식이 끝나고 학교에서 저녁 공양을 하고 관옥나무도서관에 다시 모두 모였다. 두 편의 연극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이다. 연극배우 이상직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아이들과 어른들이 두 편의 연극을 졸업식에 맞춰 각각 올리게 된 것이다. 먼저 어른들의 공연이 있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희극으로 써서 올린 ‘영숙이’는 많은 이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녹여내는 마을의 문화꾼이 되겠다며 다부지게 만든 마을 극단! 학부모님과 마을분이 같이 올리는 극이라 보는 내내 마음이 설랬다. 이어서 아이들이 올린 공연은 ‘햄릿’인데, 많은 분들이 아이들의 연극을 칭찬하시며 아이들이 연극을 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행복했다고 말씀하신다. 이 시기에 좋은 선생님을 만나 연극을 하게 되어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며…. 멀리 구례에서 한달음에 달려와서 밤이 늦도록 수업을 하시곤 “연극 한 편 공연하는 것 보다 힘드네요. 하지만 좋습니다.” 하시던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이렇게 2013년 사랑어린 배움터의 졸업식 ‘매듭짓고 떠나는 날’의 밤이 깊어갔다. 얼마나 울고 웃었던지….  

[다슬기]

신문사의 요청으로 써 본 글입니다. 웃고 울던 그날의 감동을 전하기에 제 글솜씨로는 어림없습니다.

[바람개비]

어림있는데요...^^
수고하셨습니다.
중요한 건 아니지만 마지막 단락 연극 관련해서 희<극>은 희<곡>으로..^^

[다슬기]

그러게요. 에궁. 고쳐지려나 모르겠네요.

[두더지]

애쓰셨어요. 고마워요이ㅇ

[다슬기]

헤헤 ~ㅇ 지화자 짱!
추임새가 지대로네요.
기분 좋은데요^^

[바람빛]

좋아요~~^^

[다슬기]

늘 수고 많으시더군요. 연말 잘 보내시구요. 복 많이 받으셔요^^

[제비꽃]

[다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