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레
입하를 지난 후부터
날벌레 들이 춤추며 거실을 날아다닌다ㆍ
손뼉을 치느라 바쁘다 ㆍ
수 십 차례 박수를 쳐야 겨우 잡는다ㆍ
까만 흙처럼 부서지는 존재라 생명을 해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ㆍ
날벌레의 존재를 확인 하느라
창고를 뒤지며 구석구석을 살펴보니, 고추와 들깨자루가 근원인 듯 하다ㆍ
힘들게 농사 지은 것을 조금 소홀하거나 늑장을 부리면, 벌레들에게 양보하기 십상이다ㆍ
부랴부랴 들깨를 일어서 말리고 열무김치 담글 때, 갈아 넣으려고
남긴 건고추도 햇살에 널었다ㆍ
고소함과 매콤함이 가득하다ㆍ
멀리서 날려오던 아카시아향이
매콤함에 놀라 달아난다ㆍ
오후에는 단골 방앗간에 들러 들기름을 짜고, 청양고춧가루도
빻았다ㆍ고춧가루는 곱게 빻아 고추장을 담글 예정이다ㆍ
'젊은 사람이 들깨 농사를 이렇게 잘 짓고, 고추장을 다 담근다'고
사장님은 칭찬 일색이다ㆍ
돌아오는 길에는 깨끗한 자루와 항아리까지 챙겨 주신다ㆍ농산물 넣는데 쓰라는 배려가 아닌가?
들기름도 참기름도 모두 중국산 일색이라 토종 들깨나 고추를 만나기가 힘들단다ㆍ
시골을 지키던 분들이 하나 둘 돌아가시니, 토종 농산물이 없어서 걱정스럽다고ㆍ
이제 날벌레가 춤추지 않겠지?
고소한 들기름 향이 코 끝에 머문다ㆍ
2026. 5.13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