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결혼 40주년 선물로 큰아들과 며느리에게 특별한 선물을 받고
블로그에도 올렸었다
언제 사용해도 되고(유효기간이 없고), 세계 어느 나라도 가능하고,
가격이 얼마 들어도 다 감당하겠다는 여행 교환권이다
봉투에 넣은 카드를 받고, 내가 어떤 표정이었는지...
자식에게 이런 선물을 받다니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었다
젊은 시절에 살았던 추억으로
영국은 나에게 고향 같은 곳이라서 영국으로 가겠다 했고,
여행 가는 거 싫어하는 남편을 생각해서 2 주일 일정으로 계획을 세웠었다
76년 1월부터 30년 넘게 유럽 여러 나라로 출장을 다녀서 장거리 비행기는 끔찍하다면서
영국,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이태리, 그리스,
어느 나라도 20번 넘게 다니면서 구경도 충분히 넘치게 했다면서
돈 벌러 가는 것도 아니고 돈 쓰면서 그냥 놀러 가는 여행을 2주일씩 왜 하냐고
(아들 돈은 돈이 아니냐고) 화를 내면서 반대를 해서 결국 못 갔다
그 후에 나혼자 영국 일주 단체 여행에 합류해서 가는 방법을 알아보기도 했었다
건강해서 언제라도 갈 수 있을 거라고,
나 혼자 칠순 기념 여행을 갈 생각이었다
그랬는데 70세 생일이 되기 전에 교통사고가 나 버렸네
최소한 10번 이상 남편에게 말했을 거다 - 그때 영국 여행 갔어야 했다고
너무나 아쉽고 억울해서 가끔 꿈을 꾸는 날도 있다고
작년에 며느리가 묻더라, 지금이라도 영국 가시겠냐고?
그 카드 이제는 못 쓴다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하니,
아니에요 아직 유효합니다 해서 웃고 넘겼는데,
며느리가 아들에게 부모님 여행 보내드리자고 어머니께 여쭈어 봐라고 했단다
냉면을 끓여서 점심을 먹다가, 아들 전화를 받고
추석 연휴 즈음에 3주 정도 영국 여행 가시겠냐는 질문에
그 뒤의 말은 듣지 않고도 이미 정신이 나가버렸다
무조건 나는 간다는 말에
식탁에서 듣고 있던 남편이 전화 끊지 말고 넘겨라고 채근하시고 난리가 났다
전화를 넘겨받은 남편은 아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라 하시고
(왜 여행 이야기가 나왔는지부터 )
아들 가족은 8박 9일 추석 연휴에 런던과 파리 가는 계획을 세웠다고
부모님도 동행하시면 좋겠다는 며느리의 의견이라는 설명과
부모님은 먼저 출발해서 영국 2주 파리 1주, 3주로 계획한 내용을 말씀드리니
80 노인이 그렇게 오래 여행 못한다( 만 78세)
파리는 빼라
런던에서 아들 가족과 함께 4일을 보내고 아들 가족이 파리로 간 이후에는
우리끼리 런던 밖 다른 도시에도 가 보겠다 하셔서
아들은 전화를 끊고 다시 비행기표를 알아보고
아무래도 대한항공을 타야 편하실 거라고 하루 더 날짜를 변경해서
대한항공으로 출발하고 대한항공으로 돌아오는 비행기표를 결제하고
비행기표를 카톡으로 보냈더라 (항공표를 받았으니 여행은 확실해졌다)
마음이 들떠서 점심 먹던 냉면이 눈에 들어오냐?
싱크대에 부어 버리고 대충 치워놓고
비행기 예약이 되었다는 연락이 오기 전에는 (여행이 없었던 일이 되어버릴까 봐)
긴장되어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첫댓글
"언제 사용해도 되고(유효기간이 없고), 세계 어느 나라도 가능하고,
가격이 얼마 들어도 다 감당하겠다"는 여행 교환권을 큰아들, 큰며느리가 드렸다니...
세상에 이런 착한 며느리, 아드님은 없을겁니다.
그런데 며느님이 그때 여행권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이번에는 며느님이 가족 여행갈때 부모님도 모시고 간다니...
축하 드립니다.
부모님 편하시게 대한항공을 타시게 배려하고
며느리와 아드님이 참 착하고 생각이 깊네요
정말 너무나 부럽습니다.
여행준비 차곡차곡 잘 하시고
즐거운 시간 갖으시기를...
더욱 놀라운 일은 이코노미 석을 타면 제가 몸이 불편할 거라고 비즈니스 석을 구매했더라고요
두 사람 왕복 비즈니스 석 비용을 인터넷으로 찾아 보고 너무나 놀랐습니다
부모를 위해서 이렇게나 돈을 많이 썼구나 싶은....앞으로 18일간 호텔 비용도 더 들어갈 거고
아무튼 아들 며느리 덕에 큰 호사를 합니다
@그레이스 세상에나~ 두분 왕복비행기 값만해도 1천만원은 될껀데...
거기다 18일간 호텔비용, 음식값등..
아드님과 며느님이 정말 착합니다.
이게다 그레이스님이 아드님들 교육에 올인하셨기 때문에...
보상입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축하드려요, 그레이스님..
아드님을 훌륭하게 잘 키우니 이런 멋진 선물도 받으시는군요.
아드님과 며느님 정말 고맙네요.
교통사고 나신지 최근에서야 알았습니다.
죄송하고, 여행 출발하기전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있으니
컨디션 조절 잘 하셔서 좋은 여행하시고,
여행기 올려 주세요.
여행 좋아하는 사람에겐 최고의 선물이네요.
저는 제 자신에게 이 선물을 해야 겠습니다.ㅎㅎ
올해는 음력으로 윤달이 있어서 추석이 10월입니다
아직 두 달 남았으니 매일 걷는 운동하고 감기 조심하고 여행 가서 무엇을 할지 메모도 하면서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다음에 여행 후기를 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