냠냠2017-05-01
안뇽하셨지요 언니들?
스위스는 24일에 봄축제를 했어요.
눈사람모형을 불태우고 이제 정말 겨울과 이별이다 뭐 그런거였는데
눈사람이 타는 시간에 따라서 여름날씨를 점쳐보고 그런다네요
아니 스위스사람들이 이런걸 믿다니 참 재밌네요.
봄축제날 날씨가 정말 끝내줬어요 26도!!
남편이 오전근무만 한다고 해서 애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남편과 같이 점심을 먹고 축제현장에 가서 관람차타고 경치도 보고
호숫가에서 샌드위치도 먹고 신나게 놀았죠 오랜만에 데이트느낌 ㅋ
원피스에 구두까지 신고 나가서 발가락이 작살났지만
그래도 뭔가 설레는 기분이 있어서 좋았답니다.
그 다음날은 갑자기 온도가 훅 떨어지더니
글쎄 밤부터 계속 눈이 오는 거 있죠?
4월말에 눈이라니 믿어지지가 않아서
스위스 이웃들에게 메세지를 보냈더니 크레이지라는 단어 투성이에요 ㅎㅎㅎ
4월날씨가 워낙 좋지않은건 알지만 이런건 처음이라며..ㅎㅎ
독일은 같은 날 이미 눈이 10센티이상 쌓였고요
이번 날씨때문인지 아니면 지난 겨울 한파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북유럽쪽 와인생산에 차질이 빚어져 울상이라는 기사도 나왔다네요
어디인지 기억은 안나는데 일부러 불을 지르기도 하고 그랬대요 포도가 얼어서
스위스 제가 사는 곳도 함박눈이 펑펑 왔지만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지 않아서 많이 쌓이지 않고
눈이 오다 비가오다 난리부르스를 쳐서 애랑 나가지도 못 하고 집에만 콕박혀 있었답니다.
며칠을 눈이 오다 비가오다 햇빛이 나도 아주 추웠는데
다행히도 이번 주말은 햇빛이 나서 날이 좀 따뜻하네요
오늘 낮에는 민소매 입는 여자들이 있을만큼 덥기도 했어요.
사실 눈이오나 비가오나 바람이 부나 저는 아이를 데리고 나가서 노는 편입니다.
콧물이 나도 그냥 나가고 심한기침이나 열이나면 집에 있지만
어지간 해서는 그냥 나가서 놀아요. 비오면 빗물고인곳에 가서 장화신은 발로 첨벙첨벙 놀고요
바람불면 바람개비를 밸런스바이크라는 페달없는 자전거에 매달고 나가서 놀죠
눈이오면 손이 얼어붙거나 말거나 작은 눈사람도 만들고 그림도 그려봅니다.
한국에서도 비오는 날에는 무조건 뛰쳐나갔지만
오히려 맑은날에 더 안나갔죠. 미세먼지 때문에요.
요즘은 미세먼지가 대단하다네요.
제가 있을때도 심하긴했지만 요즘은 더 심하다하니 참 대책도 없고 말이죠
제 아들은 이제 29개월이 됐어요
한국말은 정말 어른처럼 해요. 아주 못 하는 말이 없으십니다.
영어도 독일어도 조금씩 서서히 바이링구얼베이비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엄마 브라키오는 초식공룡이야 풀이랑 열매를 먹어요
아빠 게임좀 그만할래? 내가 티비를 좀 보고 싶은데?
엄마 왓아유두잉? 마미! 스타삣!! 하지마세요!! 내가 할거야!
마미! 구어케 비테 (오이를 달라는 말이었는데 못알아들어 당황했었어요)
요즘은 혼자서 변기에 쉬야하고 물도 내리네요.
변기에 응가는 21개월부터 하기 시작했는데 쉬야는 안 하려고 하길래 그냥 뒀었어요
어느날 어린이집 선생이 포티트레이닝을 본격적으로 해 보자고 먼저 얘기를 꺼냈는데
아들이 피피 푸푸 라고 할때마다 이야기를 하더래요 포티에 가자고..
그래서 아이가 준비 된 것 같다고 선생이 팬티 입혀서 보내라길래 다음날부터 보냈죠
뭐 한번에 되겠나 싶어서 빨래 각오 하고 있었는데
실수도 안 하고 현재까지 잘 하고 있어요.
밤중에도 기저귀에 안 하길래 팬티를 입혀 재우는데 한번 실수 하고는
그 다음날 부터는 미리미리 가겠다고 하고 아니면 알아서 다녀오기도 하고 그러네요
신기해요 언제 이만큼 컸는지...ㅎㅎ 기저귀값도 덜어주네요ㅎ
어디 갈때 차에서 쉬한다고 할까봐 조마조마,,ㅎ
그래서 코끼리코에 뚜껑이 달린 물통같이 생긴 일명 엘리포티! 작은 휴대용 포티를 가지고 다녀요
유모차걸이에 걸고 다니는데 이동네 사람들은 처음본대요 다들 웃어요 ㅎㅎ
그래도 멍멍이처럼 길에다 쉬해라 가르칠 수는 없어서 들고 다니고 있어요.
놀이터나 공원처럼 화장실 찾기 힘든 곳에서 아주 유용해요 ㅋ
말도 잘 하고 기저귀도 뗐고 이제 만 3세가 되면 새로운 국제학교로 옮기기로 했어요
거기는 일단 원서를 쓰는데만 일단 500프랑이 넘어요 입학허가가 안나와도 돌려주지 않는 돈..ㅠ
60만원이 넘는 돈을 내고 원서를 씁니다..ㅠㅠ 정말 너무하죠ㅠ
부모 졸업한 학교명도 영문으로 쓰라고 할 정도로 뭐가 까다로와요
기저귀를 떼지 않으면 입학도 안되고요.
11월에 생일이라 언제쯤 보내면 좋을까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1월에 오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시간도 줄어들고 돈은 훨씬 많이 내는 곳이지만 그래도 여기로 보내려는 이유는
스위스 독일말을 배워서 쓸데가 없는 저희 아들 같은 경우는 일단 여기서 영어를 좀 해 둬야
나중에 한국가서 2년이상 살고 또 다른나라로 갔을때 아이가 학교다니는데 덜 힘들 것 같아서에요
국제학교는 영어로 모든 수업이 진행되고 시설도 정말 좋고
일단 선생님들 표정부터가 굉장히 밝고 좋아서 꼭 여기로 옮겨야겠다 싶었죠
한국에 가서 영어유치원이나 학원을 보내지는 않을 생각이고요
아마 그냥 일주일 한번 집으로 오는 학습지 선생님을 부르던지
아니면 한국에 살고 있는 제 외국인 친구들이 있으니 친구들에게 과외를 부탁할까 싶어요.
애 영어조기교육같은건 시키고 싶지 않은 엄마였는데
어쩔 수 없네요 계속 외국으로 이사를 다녀야 하니 말이에요
초등학교 저학년인데 외국 이사를 가서 국제학교를 가게 되면
거기서 말 못해서 받는 상처가 너무 클거 같아요ㅠㅠ
미리 해 두면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겠죠
뭔가 교육열이 대단한 엄마가 된 기분이네요.
저희는 한글도 미리 가르치거나 그러지 않기로 했는데
한국 초등학교 1학년과정은 한글을 모르면 수업이 불가능하다고 하네요.
남편은 저에게 그럴지도 몰라요 너나 좀 공부해라..ㅎㅎㅎㅎㅎ;;
저는 멍청한 영어 멍어로도 지금 잘 살고 있긴 한데
남편이 있으면 입이 안 떨어져요 너무 잘하는 사람들이 옆에 있으면 많이 작아지네요 ㅎ
제일 중요한건 지금 신나게 노는거고 그게 아이의 할 일이니까요 ㅎㅎ
저도 같이 노는데 체력이 보통 달리는게 아니네요 ㅎ
눈비바람칠때는 못 나가니까 집에서 밀가루 부어서 신나게 만지고 놀고요
광고로 우편함에 오는 지역신문은 모아뒀다가 아이랑 신문지격파하면서 놀아요 ㅎ
물에 지워지는 크레용으로 샤워부스에 그림도 그리고요
쿠키도 만들어보고 아들이 믹서기 누르게 주고 채소갈아서 빈대떡도 부쳐먹어요
같이 노래하고 춤추고 뭐 그러다 보면 또 하루가 갑니다.
그렇지만 집안에서만 노는건 엄마가 너무 힘들어요ㅠ
처음에 스위스가 너무 적응이 안되고 마음에 안 들어서
정말 뭐 이런나라가 다 있나 싶었는데
좀 적응하고 동네에 뭐가 있고 이웃들도 생기고 하니
조금씩 좋은 것들이 보이고 할 일도 많아졌어요
동네에 작은 농장도 있어서 아이들 가축 구경도 많이 할 수 있어 좋고
날씨 좋아지면 물놀이 할 수 있는 공원들도 많아서 거기 데려가면 하루종일 놀겠죠 ㅎ
요즘은 여기 이사 온게 얼마나 행운인가를 감사하면서 살고 있어요.
사람이 참 간사합니다 이렇게 하하하하
서울은 완전 여름이라죠?
여기는 어제는 겨울 오늘은 여름 내일은 봄일지 모르겠네요 ㅎ
첫댓글 냠냠님, 참 글을 맛깔스럽게 잘 쓰네요.
벌써 8년이란 세월이 흘러 한국가셨다 다시 인도 주재원으로 가셨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셨고, 저 아이가 다 컸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