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거기 환한 봄날
- 수화 김환기 작 「섬 이야기」
고정선
바다 건너 초록의 땅 해비늘로 뜨는 섬
닿을 듯 삼삼한 곳 눈 감으면 코 앞이라
갯노을 가슴으로 당겨 뒤란에 등 기댔다
빗살무늬 햇살 좇아 구름 밀며 나는 새
동네 소문 풀린 고목 낮달로 기웃대다
어스름 길게 깔리면 담묵빛 그늘 걷어내는
별을 담은 항아리 머리에 인 여인네들
쥘부채 폈다 접으며 술 내음에 섧게 익어
내 안에 말갛게 서 있는
섬, 거기 환한 봄날
아, 라리요 무등별곡無等別曲
- 고암 이응노 작 「군상」
고정선
아름다운 혼불이다
반춤 추는 군상들
무쇠 빛 5월 접어 안고
내쉬는 숨 뜨거워
애원성 으깬 눈물이
꽃 진 자리 덮는다
비껴간 시간이다
갈 길 잃은 몸피들
빗돌 없는 무덤 입구
표정 없이 서성이다가
홀린 듯 구음 시나위
아, 라리요 무등無等아
하늘의 뜻 묻는다
죽고 사는 어려운 일
남긴 약속 지우는
우울한 먹피 내음
어둠이 제 키를 높여
마른 울음을 가둔다
- 고정선 시조집 『노을 든 몸 아득하다』 2024. 고요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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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섬, 거기 환한 봄날 / 아, 라리요 무등별곡無等別曲 / 고정선
김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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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9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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