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이혼할 수 없는 3가지 이유-이은집소설가
낭독-이의선
“요즘 정치판 돌아가는 걸 보면 참으로 한심해!”
구내식당에서 일찌감치 점심을 먹고서 사무실로 돌아온 한실장이 큰소리로 말해서 직원들의 시선을 모았다.
“아유! 실장님두...! 아직도 노동법. 안기부법 날치기 통과를 가지고 흥분하시는 겁니까?”
항상 나서기 좋아하는 미스터 강이 이렇게 대꾸하자, 한실장은 더욱 목소리를 높여
“내 얘기는 정말로 날치기 통과를 해서라도 만들어야 할 법안은 따로 있는데 말이야...!”
하고는 말끝을 흐려 직원들의 궁금증을 부추기는 것이었다.
“네에? 그런 법안이란 뭡니까?”
역시 미스터 강이 특유의 “...니까?”란 말투로 물었다.
“으응! 바로 <결혼청첩장 금지법> 말일세!”
“아참! 그건 언젠가 신문에도 오르내린 적이 있는데요?”
“맞아요! 근데 유야무야 슬그머니 사라지더라구! 암튼 난 지난 해에 이어, 올해에도 이 결혼 축의금 땜에 파산할 지경이라구...! 글쎄 꼭 얼굴 디밀어야 할 결혼 청첩장이 매달 평균 열댓장씩이나 날아드니 무슨 수로 버티나?”
이윽고 한실장은 긴 한숨까지 내쉬며 심각하게 내뱉아서, 직원들을 어처구니없고도 우울하게 만들었는데, 이번엔 자리에서 조용히 듣고만 있던 박차장이 다음과 같은 폭탄선언을 해서 사무실 사람들을 경악케 했으니...!
“난 아예 <결혼금지법>을 만들어 통과시켰으면 해요!”
“뭐... 뭡니까? 박차장님! 그럼 저같은 사람은 아예 총각귀신으로 늙어 죽으란 말씀입니까?”
그러자 미스터 강이 기겁을 하며 또다시 끼어들었다.
“허허! 미스터 강도 한번 결혼해 보면, 내 말에 동의하게 될걸세! 난 요즘 이혼을 위한 부부싸움으로 날밤을 지새는 중이니까...!”
“에끼! 박차장! 거 직원들 앞에서 무슨 자랑꺼리라고 그런 소릴 하는 건가?”
듣다못한 한실장이 수습하고 나서자, 박차장은 마치 그의 마누라가 눈앞에라도 있는듯이 언성을 높여 늘어놓았다.
“글쎄 제 얘길 들어보시라구요! 남편으로서 마누라가 가장 예쁘게 보일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그야 결혼식장에서 면사포를 쓰고 입장할 때가 아닙니까?”
또다시 미스터 강이 맞장구치고 나섰다.
“흐응! 맞선도 못본 총각이 뭘 안다구...! 그건 말이야, 아내가 병원에서 아기를 낳아 퇴원해서, 집대문 안에 들어설 때라구...! 출산 후유증으로 부숙부숙 부운 얼굴이지만, 그때 남편의 눈에는 선녀보다도 더 예쁘게 보인다구!”
“하하! 그건 박차장 말이 맞아요! 나도 그런 경험을 했으니까...!”
이때 한실장이 동감을 표하자, 다른 직원들도 덩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아내가 이혼하고 싶도록 가장 미울 때는 언제인지 아세요들?”
이번엔 박차장이 아직도 분을 참지 못하겠다는듯 입술을 씰룩이며, 또다른 질문을 했다.
“그야 아내가 불륜을 저질렀을 때가 아닙니까?”
미스터 강이 끝까지 대꾸하고 나서자, 한실장이 엄숙한 말투로 나무랐다.
“어허! 정말 듣자 하니까, 미스터 강은 총각이 못하는 소리가 없구만! 그건 막바로 이혼감이예요!”
“네! 바로 그런만큼이나 남편에게 이혼하고 싶게 만드는 아내의 미운 짓은, 첫째가 남편의 자존심을 팍팍 짓밟는 바가지! 일테면 직장 동료들 앞에서 남편 헐뜯기! 요즘 그러잖아도 명퇴바람으로 기죽은 남편의 무능력을 시시콜콜 까발리기! 둘째는 남편의 시부모를 우습게 알고 마구 불효할 때! 이건 정말 소리없는 총이 있다면 쏴버리고 싶다구! 셋째는 점점 무식해져 가는 아내에 대한 환멸! 남편은 세월이 갈수록 출세와 성공으로 빛나는데, 집구석에서 먹고! 자고! 뒹굴어 살만 뒤룩뒤룩 쪄가는 아내를 바라볼 때의 실망감은 정말 이혼하고 싶어진다 이거예요! 이런 세 가지 요소를 바로 우리 집사람이 다 갖췄으니, 내가 <결혼금지법>을 제안하고 싶은 것도 무리가 아니지! 근데 문제는 이런 아내에게도 남편과 이혼할 수 없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는 거예요!”
박차장이 이처럼 긴 사설을 늘어놓자, 이번엔 전직원의 입에서 똑같은 질문이 터져나왔다.
“아내가 이혼할 수 없는 세 가지 이유라고요? 그건 또 뭡니까?”
그러자 박차장이 울상인지 웃음인지 모를 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으응! 그건 첫째가 나와 합작해 만든 아이들 때문이라구! 어쨌든 부모로서 아이들을 고아로 만들 수는 없다나! 둘째는 잃어버린 젊음이 억울해서 이혼할 수 없대요! 이제라도 다시 그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면, 당장 갈라 설 수 있다나! 마지막 셋째는 바로 내집을 장만한 것이 아까와서 이혼할 수 없다나! 비둘기장 같은 작은 집이나마, 이를 장만하기 위해 지난 결혼생활 20여년 동안 안 먹고, 안 입고, 안 쓰고, 지독스레 저축해서, 그야말로 땀과 눈물로 마련한 내집을 생각하면, 어떻게 이혼할 수 있느냐는 거야! 흐유!”
점점 일그러져가는 박차장의 얼굴과는 달리 전직원들의 얼굴에선 차츰 미소가 피어나기 시작했는데, 글쎄 독자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첫댓글 “으응! 그건 첫째가 나와 합작해 만든 아이들 때문이라구! 어쨌든 부모로서 아이들을 고아로 만들 수는 없다나! 둘째는 잃어버린 젊음이 억울해서 이혼할 수 없대요! 이제라도 다시 그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면, 당장 갈라 설 수 있다나! 마지막 셋째는 바로 내집을 장만한 것이 아까와서 이혼할 수 없다나! 비둘기장 같은 작은 집이나마, 이를 장만하기 위해 지난 결혼생활 20여년 동안 안 먹고, 안 입고, 안 쓰고, 지독스레 저축해서, 그야말로 땀과 눈물로 마련한 내집을 생각하면, 어떻게 이혼할 수 있느냐는 거야! 흐유!”
멋진 성우님 빵끗 인사 드려여
오랜만에 만엽 시인님 게시물 정리하면서
인사 드립니당 ㅎ
항상 건강하시어요^*^
보고싶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