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해년마다 돗바늘을 들고 와서
촘촘히 한 땀 한 땀 온 들녘을 누벼간다
봇물이 위뜸 아래뜸 고요를 먹이고 있다
절인 고등어 같은 하오의 시간 끝에
하늘은 또 하늘대로 지에밥을 지어 놓고
수척한 콩밭 둔덕에 두레상을 놓는다
한 폭의 가을 풍경화가 이보다 선명하랴. 가을 마무리에 나선 돗바늘은 온 들녘을 한 땀씩 매듭짓는다. 이제 봇물은 자작자작 뜸들이듯 물기 마르고 윗녘 아랫녘 추수를 기다리는 들녘. '절인 고등어 같은 하오의 시간 끝' 잘 익어 이내 곰삭는 가을 끝 무렵, 지상의 수고로운 땀을 위로나 하듯 하늘은 벌써 잎 마르는 둔덕에 고슬한 지에밥 같은 달디단 열매로 넉넉한 두레상을 펼친다.
그의 시는 망설임이 없다. 벌써부터 해 오던 시의 바느질이었다. 가을은 정성껏 시를 빚는 시인의 다른 모습이리라. 돗바늘, 봇물, 지에밥, 둔덕, 두레상의 정겨운 향토어, 회화적 이미지, 생생한 현재법과 비유, 시간의 흐름에 따른 구성, 은은한 향토애가 잘 여문 가을에 흠뻑 젖게 한다.
전연희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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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에밥은 찹쌀이나 멥쌀을 물에 불려서 시루에 찐 고두밥으로, 약식(藥食)이나 인절미 혹은 술밑으로 이용된다. 멥쌀이나 찹쌀을 맑은 물이 나오도록 깨끗이 씻어 하루 정도 물에 불려 30~40분 가량 찜통에서 쪄낸 후 널어서 김을 빼고, 2~3시간 정도 구덕구덕하게 말려 사용한다. ----------지에밥! 처음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