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합의 사항에 대한 면밀한 검토조차 없이 정부는 한EU FTA 협상이라는 또다른 주권 포기 각서를 쓰고 있습니다. 특히 한EU FTA 지적재산권 협상에서 EU는 우리에게 한미FTA협상과는 또 다른 생소한 제도 도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한미FTA 저지 지적재산권 대책위원회'는 한EU FTA 지적재산권 협상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한 릴레이 칼럼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공연보상청구권, 추급권, 지리적표시제, 집행규정 등 지적재산권 협상의 주요 쟁점등을 다룰 예정입니다.
덧붙여 한미FTA 저지 지적재산권 대책위원회는 한EU FTA 지적재산권 협상에 대한 자세한 분석을 10월 초 진보네트워크센터(www.jinbo.net)에서 발간하는 계간지를 통해 실을 예정입니다. 구입 문의는 02-701-7687, idiot@jinbo.net으로 주시기 바랍니다.
수신 귀 언론사 외교통상부, 문화관광부 담당 기자님 발신 한미FTA 저지 지적재산권 대책위원회 문의 정보공유연대 IPLeft 홍지은 (02-717-9551) 일시 2007년 9월 27일 제목 한EU FTA 지적재산권 협상 개요와 한EU FTA 협상을 반대하는 이유
[한EU FTA 지적재산권 협상 릴레이 칼럼 시리즈 제 1탄]
미국에 초토화되고, 유럽에 더 맞고...
한국의 지재권 정책이 불쌍해!
한EU FTA 지적재산권 협상 개요와
한EU FTA 협상을 반대하는 이유
지난 5월 6일 한-EU FTA 협상 개시가 선언된 이후 3차례에 걸친 협상이 마무리되었다. 아직 본격적인 논의는 되지 않은 듯 하지만, 한EU FTA에서도 지적재산권 이슈는 주요한 협상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격적으로 변화한 유럽의 통상정책
최근 유럽의 통상정책은 미국식 공격주의를 따라가고 있다. 2006년 10월 발표된 "Global Europe:Competing in the World"은 유럽연합 통상정책의 기본 골격과 방향을 담고 있는데, 교역 상대국에게 유럽식 제도를 강요하지 않았던 과거의 태도를 버리고, 유럽 내의 규제를 강화한 다음 이를 해외 시장 개방 정책과 연계한다는 전략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적재산권 분야에서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유럽 역시 한국에 지적재산권 보호의 강화를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다. 지재권 관련 다자간 협정인 WTO TRIPS(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의 보호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내용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미국과 아무런 차이도 없다. 또한 과거와 달리 유럽연합의 제도와 동일한 지재권 보호를 상대국에게 요구하며 미국식 FTA와 마찬가지로 세부적인 내용을 협정문에 명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이전 유럽연합이 체결한 기본협력협정이나 EU-멕시코 FTA(2000년), EU-칠레 FTA(2002년)만 보더라도 지재권에 대해 지재권을 적절히 보호한다는 선언적인 문구와 국제조약을 나열하는 정도였다.
한EU FTA 지적재산권 협상의 주요 의제 : 한미 FTA + 알파
지적재산권과 관련하여 유럽의 주요 관심사항은 '지적재산권의 효과적인 집행'이다. '지적재산권 집행'이란 협정 상의 지적재산권 권리의 보호를 실효성있게 관철하기 위한 행정조치 및 민,형사 사법조치를 의미한다. EC의 지재권 책임자인 Luc Pierre Devigne는 올해 초 'IP Watch(www.ipwatch.org)'와 가진 인터뷰에서 유럽연합은 FTA 협상에서 지재권은 최우선 사항이고 특히 효과적인 지재권 집행이 최고 관심사안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글로벌 유럽' 문서에서도 지적재산권 집행에 관한 차세대 전략 구축을 실행 과제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 미국이 미통상법 스페셜 301조에 따라 각국의 지재권 보호 수준을 기준으로 우선감시대상국, 감시대상국 등으로 분류해 매년 발표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유럽은 그 동안 이런 발표를 하지 않았으나, 2006년 지재권 집행 문제를 중심으로 국가별 분류를 통해 협상 대상국을 정하고 있다. 카테고리 1은 주요 관심국으로 중국이 지정되어 있고, 카테고리 2는 위조상품의 제조, 판매, 소비 수준이 높은 국가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칠레, 터키 등이다. 카테고리 3은 지재권 침해품의 제조, 판매, 소비 수준이 높고 지재권 집행에 집중된 통상협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국가로, 한국은 태국, 말레이시아, 브라질 등과 함께 이에 포함되어 있다.
이 외에 EU는 한미 FTA에 포함되지 않은 EU 고유의 관심사항들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지적재산권 보호 수준과 관련된 쟁점들이 이미 한미 FTA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지리적 표시, 디자인 보호권, 추급권, 공연보상청구권 등의 쟁점이 그것이다. (3차 협상 결과, EU가 추급권 도입 및 디자인 보호기간 25년 연장 요구를 철회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추이를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이와 함께 유럽의 제약기업이 의약품 시장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의약품 자료독점권의 기간 연장도 EU의 주요 요구 사항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각 쟁점에 대한 보다 상세한 분석은 이후에 이어질 컬럼에서 다룰 예정이다.)
한국의 지적재산권 공공정책은 통상 관료들이 결정하나?
한EU FTA 협상은 한미 FTA를 기정사실화하고 출발한다는 것에 기본적인 문제가 있다. 한미 FTA 협상 결과는 국내에 입법화되기 때문에, 상호주의가 적용되는 일부 조항을 제외하고는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 등 타국의 권리자에게도 적용되게 된다. 때문에 한EU FTA 지재권 협상에서는 한미 FTA에 포함되지 않은 쟁점들이 주요한 논의 사항이 되는 것인데, 만일 한미 FTA가 국회 비준을 받는데 실패한다면, 한EU FTA 협상 역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하기 때문에 협상이 좌초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EU와의 FTA를 추진하는 이유도 한미FTA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보인다. 한EU FTA를 통해 FTA 체결을 대세화하여 한미 FTA 반대 여론을 무마하고 국회의 비준동의를 압박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한미 FTA 지적재산권 협상 결과가 지적재산권 권리자의 권리만을 일방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국가적으로 보면, 미국은 자국의 지적재산권 법률을 전혀 손댈 필요가 없는 반면, 한국은 전면 개정에 준하는 수준으로 법률 개정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상호간에 권리 수준의 향상만을 요구하는 FTA 협상을 통해 '권리와 이용의 균형'이라는 지적재산권의 근본 원칙이 고려될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에 불가능하며, 이는 한EU FTA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적재산권 정책은 한 사회의 산업과 문화의 발전을 위한 '공공정책'이다. 공공정책이라면 당연히 그 사회의 역사적, 사회적 환경과 요구에 맞게,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수립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지적재산권 관련 공공정책이 국내적인 요구와 민주적인 절차가 아니라, 외국의 압력과 통상 관료들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우리 사회에 강제되고 있는 형편이다. 더 큰 문제는 이후에도 국제협정에 종속되어, 국내적인 필요와 요구에 맞게 스스로의 지적재산권 관련 공공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여지가 축소된다는 것에 있다.
한EU FTA 협상을 즉각 중단하고, 한미 FTA 협정도 폐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