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묵돌입니다.
저 혼자만의 기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새들어 '사는 게 피곤하다'는 말을 부쩍 많이 듣는 느낌입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산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지긋지긋한 것, 죽지못해 이어가는 것,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
이러나저러나 거추장스러운데 떼어내지 못해 괴로운 무언가처럼 묘사가 되는 것 같은데요.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황홀하게 기쁜 경험을 했을 때,
이를테면 오랫동안 좋아해왔던 밴드의 공연을 직접 봤을 때나
응원하는 팀이 라이벌 팀을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을 때에
그 순간을 더러 '살아있음을 느꼈다'고 표현하곤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어째서일까요.
산다는 것이 우리가 으레 말하는 것처럼 귀찮고 괴롭고 짜증스러운 것이라면
삶을 느끼는 순간도 응당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운 순간이어야 말이 맞지 않을까요.
그렇지않다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살아있음을, 우리 자신에게 있는 생명력을 사랑하고 있으며
언제라도 그것을 실감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는 것을요.
어쩌면 우리가 싫어하는 것은 삶 그 자체가 아니라
살아있음을 느끼지 못한 채, 생명력 없이 죽 이어지기만 할 뿐인 삶일지도 모릅니다.
현대인들이란 불행이며 운명을 원망하기에는 너무 논리정연한 족속들이라
하는 수 없이 사는 것 자체를 두고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것일지도 모르지요.
맞습니다. 사는 것은 귀찮고 괴롭고 번거로운 일입니다.
그런 삶을 어떻게든 맛있게 구워보겠답시고
우리는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지난 4주동안 이야기도 해보고 그랬던 것입니다.
어쨌거나 우리는 살아야하니까요.
웃기고, 슬프고, 지겹고, 흥미롭고...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순간에도 끝이 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이어진다는 것.
이 국밥 같은 인생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도 이제 한 주밖에 남지 않았군요.
금요묵클럽 22기 마지막 모임 공지입니다.
:: 금주의 묵픽 (Muk's pick) ::
「펀치 드렁크 러브」 (폴 토마스 앤더슨)
:: Comment ::
펀치-드렁크는 원래 복싱에서 쓰이는 말입니다.
복서들이 하도 안면과 머리를 두들겨 맞는 바람에 (Punch)
술에 취한 것처럼 흐느적거리고 기억을 잃는 모습 (Drunk)을 보인다고 해서
미국의 한 병리학자가 붙인 병명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펀치 드렁크 러브>는 무수한 펀치를 얻어맞고
의식이 혼미해지는 것처럼 아찔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일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밖에 얘기할 수가 없겠어요.
일단은 로맨스 영화입니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는 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다 보고 나서 머리가 좀 어질어질했던 것도 같습니다.
: 감상 TIP ::
- 러닝타임 95분, 두시간은커녕 한시간 반밖에 되지 않는 소략한 분량의 영화입니다. 시네필들은 모를 수가 없는 영화판의 아이돌, 폴 토마스 앤더슨(흔히 PTA라고 줄여부름) 감독의 영화치고는 파격적이라고 할만큼 짧은 영화인데요. 국내에 비교적 잘 알려져있는 <마스터>나 <데어 윌 비 블러드> 같은 작품과 비교하면 분위기도 많이 다릅니다. 근데 또 같은 감독이라는 건 확실히 알 것 같은 그 미묘한 기분이 있다고 할까요.
- PTA의 영화를 얘기할 때 색감이며 구도가 훌륭하다는 둥을 얘기하는 것이 좀 범속하게 느껴집니다. 그런 것 말고도 다 잘하는 감독이라서요. 그건 마치 전성기 데브라위너에게 '슛이 좋은 선수' 라고 말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하여간 이쪽도 슛이 좋은 선수, 아니 영화감독이기는 한데.
- 대중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예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감독에게는 대체로 훌륭한 배우들이 달라붙기 마련입니다. PTA가 그렇습니다. 대중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시나리오와 포맷임에도 불구하고(실제로 흥행도 꼬라박는 편이지만), 그와 함께 하려는 명배우들이 매번 한 트럭 씩은 현장에 실려오는 모양입니다. <펀치 드렁크 러브>의 라인업도 만만치 않습니다. 애덤 샌들러와 에밀리 왓슨... 개인적으로는 필립 시어모어 호프먼이 등장한다는 점에 이끌려 이 영화를 본 기억이 있네요. 정말 멋있는 배우입니다. 이제는 영화 속에서밖에 볼 수 없지만.
- 이 영화를 코미디로 분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다소 있습니다. 저는 아니라고 보는 쪽인데요. 코미디라고 하면 대놓고 '자 여기서 웃어' 하고 의도적으로 조립된 구석이 있어야 하는데, 이쪽은 자기 쪼대로 하다보니 거기서 의도치않은 웃음이 튀어나오는 유형인 것 같거든요. 하여튼 저는 좀 많이 웃었습니다. 뭐 이건 사람마다 달라서, 제 웃음코드가 좀 이상한 것일 수도 있지만... 모쪼록 왁자지껄 즐거운 모임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 멋지지 않나요? 삶에 왕창 두들겨맞으면 취한 기분이 된다는게.
:: 모임장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23길 40 지하 카페 <공상온도>
- 홍대입구역 1,2 번 출구 6분 거리
:: 일시 ::
2025년 5월 23일 금요일. 오후 8시 ~ 오후 11시
* 3시간 진행, 도중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모임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 가급적 시간에 맞춰 참석해주세요.
* 카페 <공상온도>의 방침상, 기존 고객 퇴장 및 대관 준비 시간으로 인해 오후 7시 30분부터 입장이 가능하오니 이용에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 마지막 모임 특전으로, 게스트 초대 비용을 받지 않습니다.
회원당 1명까지 무료로 초대할 수 있으니, 부담없이 데려와주세요.
:: 숙제 ::
⌜펀치 드렁크 러브⌟(포) 감상
- 넷플릭스, 쿠팡 플레이, 웨이브 및 IPTV 서비스 등에서 시청가능
:: 기타 ::
첫댓글
재밌겠당
재밌습니다. 저한테는...
작가님 점점 픽하는 책이랑 영화가 좋아지심
다음 책이랑 영화는 뭘지 궁금해져요
그러려면 다음 기수도 등록해야겠네요. (웃음)
제발 묵클럽을 영원히 지속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