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와는 별 상관이 없는 백수의 몸이지만
구정을 맞아 남들이 분주히 움직이니
덩달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이
3박 4일의 길나섬을 부추겼다
이번 여행은 국토를 횡단해야 갈 수 있는 동해 바다 대신
서쪽의 해안 풍경들을 섭렵할 수 있는
가까운 서해 바다쪽으로 잡아 봤다
국도 77번도로와 연결되는 바닷가 마을과
지난번 자전거여행으로 익혀 두었던 해안길을 따르며
당진의 왜목마을에서 멀리 목포까지 내려가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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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 차량 정체가 염려되어 좀 한가할 것 같은 새벽 시간에 집을 나선다
차량 정체 걱정외에도
약 40여분 거리에 있는 왜목마을의 일출을 만나기 위해서는
굳이 새벽길을 나서야만 했었고..!
아직 어스름의 왜목마을 해변에 도착하니
바닷가에 설치한 조형물들이 불빛을 깜빡여 분위기를 잡아준다
왜목이라서 왜가리 조형물을 세웠을까(?)
물이 빠져나간 모래 갯벌에 들어서니
파도가 그려놓은 그림 무늬가 선명하고!
장고항 야산으로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온다
철을 달구는 현대제철의 숨결로 이른바 날숨인 것이다
얼마쯤을 기다린 뒤에야 연기 기둥 사이로
드디어 고대하던 햇님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마치 뜨거운 용광로에서 쇳물에 달궈진 듯한
붉다 못해 샛노래진 햇님이 힘차게 솟아 오르니
어둡던 세상이 밝아지며 벅찬 희열에 마음도 붉게 달아 오른다
장고항 포구의 '용무지' 일출 포인트로 떠오른 햇님은 아니지만
이정도의 일출은 흐린 겨울날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는 광경이 아니라서
모여있던 사람들의 가슴을 모두 설레이게 해줬다
화려한 일출쇼를 마치고
당진 화력발전소가 위치한 교로리 마을에서
선지해장국으로 얼었던 몸을 녹이며 넉넉하게 배를 채운다
조그만 시골마을인데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연 식당이 있어
횡재하는 기분으로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삼길포항은 그냥 지나치고!
오지리로 들어가는 대산읍 삼거리를 지나 지곡리를 거쳐 성연면에 들어섰고
이어 만나는 팔봉면에서는 서산의 명산인 팔봉산을 마주 보며 달린다
태안과 서산의 특산품인 '육쪽 마늘'은 동장군을 두려워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매서운 칼바람에도 끄떡없이 겨울을 나고 있구나
원북에서 이원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를 지나면
조선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옥파 이종일' 선생 생가를 만난다
그 곳에서 멀지 않은 '일호 저수지'의 고니떼는
아직 늦잠을 자고 있었고...!
두번째 방문지인 학암포!
동해에 일출 명소가 많다면 서해에는 일몰 명소가 수두룩한데
이 곳에서 바라보는 낙조의 모습도 절경을 뽐낸단다
약 40년쯤 전에 이 곳 해수욕장을 아이들과 다녀간 적이 있었고
근래에는 '나마스떼'와 자전거 여행중 1박을 했던 곳!
염전이었던 곳에 발전소(태안화력)가 들어오고
마을 환경도 확 바뀌어 버렸지만
곰곰히 생각하면 옛 추억이 고물고물 피어 오르는 추억의 장소이다
세번째 방문지로는 천연기념물 431호인 '신두리사구'를 찾았다
국내의 모래언덕으로는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하며
년전에 초사 산방님들과 학암포까지 종주를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모처럼 밟기 좋은 모랫길을 약 40여분 걸어
일부나마 안쥔에게 체험도 시켜줬고!
천리포 수목원
미국인 통신 장교였던 '민병갈'(미국명 : 칼펠리스 밀러)박사가
625동란 때 통역 장교로 한국에 들어와 개인적으로 꾸민 수목원이다
이 곳의 특화된 나무가 '완도호랑가시나무'라고 했던가?
식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완도에서 감탕나무와 호랑가시나무가 교잡하여 생긴 나무가
세계 희귀종임을 발견하여 '완도호랑가시나무'로 명명하여
식물학계에 알렸고
천리포에 개인적으로 나무를 심고 가꿔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의 하나로 만들어 놓았다
시간 관계상 수목원 안을 들어가지는 않았다
오래전에 이미 관람을 했던 곳이기도 하고
어느덧 배꼽시계가 보채기도 하므로...!
만리포
마땅한 식당을 찾아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간재미 무침을 시켜
파도를 바라보며 맛있는 점심을 먹으니
새삼 여행의 재미가 느껴지기도 했다
다음 행선지는 우리나라에서 여섯번째로 큰 섬인 '안면도'로 들어간다
섬과 육지를 잇는 안면대교(연육교)를 건너 백사장항으로 들어가
77번 도로변을 따라 곳곳에 위치한 해수욕장들을 건너 뛰고
방포를 잠깐 다녀 나온 후 넓은 꽃지 주차장에 도착한다
찍사들에게 유명한 일몰 포인트인 꽃지의 '할매 할아비' 섬
길게 뻗친 안면도의 맨 끝 부분인 영목항을 거쳐
새로 개통된 원산대교를 건너 원산도항을 들어가 봤다
원산대교
원산도에서 대천을 이어주는 해저터널이 뚫리면서
안면도와 원산도를 연결하는 큰다리가 놓였는데
부근에 해수욕장도 있다고 하니 관광객들이 몰려 올려나?
영목항 부근의 팬션들!
안면도는 사실 펜션과 민박집들이 천지이지만
가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곳이다
해저터널을 지나 대천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어느덧 짧은 겨울해가 기울기 시작한다
근방에서 모텔을 정하고 모래사장으로 해넘이 구경을 나왔는데
바닷바람이 몹시 차거웠다
상가지대의 식당에서 알밥과 대합칼국수로 저녁 식사후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면서 하루 일정을 마친다
여행 두번째 날
오늘이 고유의 설명절이지만
모텔방에서 햇반을 데워 컵라면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안쥔과 둘만의 오붓한 식사가 비단 오늘만은 아니지만
달랑 김치 한가지만으로도 잔칫상 부럽잖은 풍족함을 느낀다
많이 가졌다고 부자가 아닌 것처럼
적은 것에서도 만족할 수 있으니
마음까지 넉넉해져 햇반 맛이 꿀맛일 수 밖에..!
웅천 방파제
오늘의 첫번째 탐방지는 춘장대 해수욕장이지만
빈 겨울 바다에 날씨마저 흐리니 보이는 것도 없고
돌아가지 않는 풍차가 쓸쓸하기조차 했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홍원항에도 들려 포구의 냄새를 맡아 본다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에 자리잡은
횟집의 이름이 독특하여 잡아본 '더원 너뱅이횟집'!
그리 머지않은 곳에 자리한 마량의 동백섬을 찾았는데
명절이라 동백섬 출입문은 닫혀 있었고
근처 길 옆에 음산하게 서있는 이 건물은 발전소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혹시 원자력 발전소가 아닌가 의심도 해보고!
이후 춘장대를 빠져나와
서천과 장항, 군산은 국도로 내쳐 달려 새만금에 들어섰고
새만금의 군산쪽 방파제를 거쳐
야미도 앞의 대각산과 월명산 사이로 뚫린 도로를 따라
고군산군도로 들어 와서는
많은 섬들중의 하나인 선유도에서 멈췄다
그럭저럭 점심때가 다 됐는지라 주차공간이 넓은 식당을 찾아
우선 우럭 매운탕으로 배부터 채웠다
혹독한 겨울추위가 맹위를 떨치는데 쭈구러진 배마저 꺼지면
바닷바람의 시달림을 이겨낼 재간이 없으니까
점심을 끝내고 대장도(망주봉)를 바라보며
해수욕장의 모래톱을 걷는다
수년전 바크셔 회장님과 해변에 앉아 바지락회를 먹고
그날밤 온몸에 두드러기가 생겨 야간병원에 실려간 적이 있었던 곳도 지난다 ㅋ
저 봉우리는 그 때 강산애님과 함께 올랐었다
왼쪽의 대각산과 월명산
그 너머로 새만금이 막아지며 이 곳도 육지와 연결된 섬이 됐다
짚라인 시설물과 장자도의 바윗덩어리이다
저 곳에서 이 곳 작은섬으로 줄을 타고 건너오는데
성인 요금이 20,000원이란다 ㅎ
선유도 암벽
푸석바위라 클라이밍은 어려울 것 같고!
선유도에서 물러나와 이번에는 변산해수욕장에 들렀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자동차길이 닿는 곳 위주로 다니다보니
마음대로 마을길로 들어가는 것이 조심스러워
드나들기 편하고 이름있는 곳을 들르게 되는 것이 패턴이 됐다
변산 해수욕장의 상징물인 이 모래성은
세워 놓은지 꽤 오래된 것 같은데
무너지지 않고 오래 버티는 걸 보면
모래속에 화학물질을 섞은게 아닐까?
서해의 해수욕장들은 거의가 해송인 검솔 송림을 갖추고 있다
이 소나무는 두개의 나무인데 반대쪽에서 보면
가지가 밑에서부터 갈라져 세개의 나무로 보이기도 한다
누가 먹고 버린 생선일까 ㅎ
다음 행선지는 격포와 채석강을 바로 앞에 두고
누에마을을 통과하는 사잇길로 들어서서 내소사로 향했다
주차장을 채운 차들이 빼곡한 내소사로 들어서며
길가 음식점 마당에 빨간 열매를 포도송이 처럼
주렁주렁 달고 있는 이 나무에 눈길이 멈춘다
부산이나 완도, 제주도에 가면
겨울에 빨간 열매를 달고 있는 나무들이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데
현지 사람들에게 "그 나무가 뭔 나무요?" 하고 물으면
"이 나무가 먼나무요!" 하던 생각이 나서 피식 웃는다
이 나무도 주인장이 아예 나무 이름을 나뭇가지에 써붙여 놨는데
'이나무'라고 씌여져 있었다
능가산 내소사
하늘을 찌를 듯한 아름드리 전나무가 600m 쯤 길게 늘어선 내소사는
변산과 곰소만을 앞뒤로 거느린 산해절승의 국립공원이다
내소사 대웅전
단청이 퇴색하여 고풍스러웁고 나뭇결이 그대로 드러나
화려하고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내부에는
석가모니 삼존불이 모셔져 있다
이 절은 633년(백제 무왕 34년)에 혜구두타가 창건하였으나
임진왜란 당시 전소되었고
1633년(조선 인조)에 청민선사가 중수하였다고 한다
현판은 원교 이광사의 글씨이고
모란,연꽃,해바라기등을 새긴 창살무늬는 명품으로 꼽히고 있다
마당에 걸어놓은 엄청 큰 가마솥도 구경꺼리!
내소사에서 가까운 곰소만으로 달려와 젓갈도 서너가지 구입하고
천일염전도 먼발치에서나마 구경하며 쉬엄쉬엄 가고 있다
이후 무심코 도로 표지판만 보고 달리다 얼뚱한 길로 들어서서
고창까지 내려갔는데
원래의 목적지가 선운사였으니 한 눈을 판 셈이다
결국 잘 켜지 않던 '네비'를 켜서 19번 지방도로를 타고 선운사로 '빽'한다
그나마 위로가 된 것은
그 길에서 반암의 '병바위'구경을 할 수 있었던 것인데
일부러라도 보러 와야 될 만큼 기이하고 독특하게 생긴 바위였다
여행 두번째 날은
선운사에 도착하여 유스호스텔에 여장을 풀었다
저녁식사로는 이 고장 특유의 별미인 풍천장어를 주문했지만
술이 빠지니 왠지 음식맛도 허전하고 싱겁더라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