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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로서 학생을 가르친다는 일은 사명감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입시 위주의 교육정책이 지속되면서, 어느 순간 교사는 안정된 직업의 대명사로 인식이 바뀌어 버렸다. 대체로 사범대를 진학하는 학생들도 그 선택 이유를 물으면, 교사는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답변을 주로 들을 수 있다. 다른 직업과는 달리,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이 바로 교사이기 때문이다. 물론 사대를 진학하고 교사가 된 사람들 중에는, 분명히 교육에 대한 열정과 남다른 사명감으로 무장한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교육 현장에는 그런 교사들보다 직업인으로 만족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임용시험에 합격을 해서 교사로 첫발을 내디딘 이들을 만나게 되면, 그들에게서 교육에 대한 넘치는 열정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교육 현장에 투입되어 생활하면서, 점차로 교육에 열중하기 어려운 각종 행정 업무에 시달려 어려움을 호소하게 된다. 또한 여러 해 같은 교과서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수업 내용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관성이 생겨난다. 같은 교과서라도 매해 새로운 교수 방법을 연구하는 교사들이 적지 않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은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교사용 지도서에 의지하여 수업을 하는 경우가대부분이다. 그렇다고 그러한 교사들을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비난할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작금의 교육 현실에서 교사들이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해 전에 교육방송에서 매주 주말마다 방영되던 <선생님이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을 흥미롭게 시청한 경험이 있다. 사범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기에, 나 역시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수업 방식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책의 저자는 당시 그 프로그램에서 수업코칭을 담당했던 교사라는 것을 알고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교사의 내면을 세우는 수업 성찰’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에서는 주로 교사들이 자신의 수업을 스스로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교사들이 만든 ‘수업코칭연구소’에서의 연구 결과와 자신의 경험담을 녹여, 교사들이 겪었을 고민과 교수 방법에 대한 고민들이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제시되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교육 현장에서 이렇게 노력하는 교사들이 적지 않다는 것에 다소의 위안을 얻었던 것 같다.
교사인 저자는 수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성찰’이라고 단언한다. 지난 정권 시절 교사들을 일률적 기준으로 평가하여, 그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지급한다는 정책이 시행되었었다. 그 여파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과연 교사들의 수업을 평가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그 평가가 과연 객관적일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결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 이미 분명해 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자는 ‘수업 개선의 열쇠를 경쟁과 평가가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자신의 ‘수업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성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방법을 찾기 위한 모색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목차를 살펴보면, 저자가 이 책을 저술한 의도를 분명히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01. 수업을 보며 성찰하기
02. 수업 속 신념을 살피며 성찰하기
03. 수업 속 관계를 살피며 성찰하기
04, 수업 속 대화를 살피며 성찰하기
05, 수업 속 내용을 살피며 성찰하기
06, 수업 친구와 수업 성찰하기
07, 수다 떨며 수업 성찰하기
이상의 목차에서 살펴볼 수 있듯 저자는 교사 스스로 자신의 수업의 과정과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스스로 그 문제점과 장점을 인지하고, 스스로 자신의 모습에 대해 성찰하면서 수업 내용을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는 스스로 자신의 수업에서의 문제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저자가 제안한 것이 수업 과정을 녹화하여, 그것을 통해 분석하면서 자신의 수업을 성찰하도록 권유한다. 물론 이 괴정에서도 자신의 수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의견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수업 친구’를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즉 자신의 수업을 스스로 돌이켜 보는 ‘수업 성찰’과 객관적으로 평가해 줄 수 있는 ‘수업 코칭’을 병행한다면, 그 효과가 배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조언이라고 여겨졌다.
매 1학기가 시작되는 첫 수업시간에, 나는 대학 신입생들에게 자신이 겪었던 교사들 중에서 가장 존경하고 본받고 싶은 선생님이 몇 분이나 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사범대에 진학한 학생들임에도 다섯 손가락의 수효를 넘어서 헤아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자신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교사들을 언급하면서, 밝은 표정을 짓는 학생들을 보면서 우리 교육 현장에도 아직 희망이 있구나 하는 위안을 얻기도 한다. 수업의 내용을 채우기 위해서 노력하는 저자의 저서를 읽으면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나에게도 이 책은 적지 않은 자극이 되었던 것 같다. 여전히 수업 방식과 내용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교사들에게 이 책을 읽고 참고하면서, 교사로서의 자신을 성찰하고 개선책을 찾을 수 있기를 권유하고 싶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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