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3주간 월요일 (2026년 9월 7일)
제1독서: 1코린 5,1-8
복음: 루카 6,6-11
- 김웅태 요셉신부-
찬미 예수님.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1. 고통받는 사람을 한가운데 세우시는 예수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 회당에서 가르치시다가 오른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만나십니다.
오른손이 오그라들었다는 것은 그가 일하고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그의 오그라든 손은 육체적인 불편뿐만 아니라 삶의 많은 가능성이 제한된 오랜 아픔을 보여 줍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던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관심은 그 사람의 고통보다 예수님을 고발할 구실을 찾는 데 쏠려 있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병을 고쳐 주시는지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안식일은 본래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주신 쉼과 해방, 생명의 선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안식일의 참뜻을 잊고, 고통받는 사람보다 규정의 적용을 앞세웠습니다. 생명을 살리기 위한 계명을 사람을 판단하고 고발하는 도구로 바꾸어 버린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생각을 아시고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게 말씀하십니다.
“일어나 가운데에 서라.”
예수님께서는 그를 어두운 구석에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공동체 한가운데에 세우십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물으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묻겠다.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루카 6,9)
예수님의 이 질문은 안식일에 무엇을 해도 되는지를 묻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는 참된 목적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입니다.
하느님의 뜻은 언제나 생명을 살리고, 상처 입은 사람을 일으키며, 억눌린 이를 자유롭게 하는 데 있습니다. 아무리 올바른 규정과 원칙이라도 사람을 외면하고 단죄하는 데 사용된다면, 그것은 이미 하느님께서 주신 계명의 참뜻에서 멀어진 것입니다.
2. “손을 뻗어라” — 믿음으로 내미는 손
예수님께서는 그 사람에게 말씀하십니다.
“손을 뻗어라.”(루카 6,10)
그 사람은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오그라든 손을 내밉니다. 그러자 그 손이 다시 성하여졌습니다.
그의 손을 낫게 한 것은 안식일 규정을 둘러싼 논쟁이 아니라, 예수님의 생명을 살리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그 말씀을 믿고 손을 내미는 순종으로 응답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손이 오그라든 사람만 바라보신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 앞에서 굳어 버린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마음도 바라보셨습니다.
손은 오그라들었지만,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한 사람은 온전해졌습니다. 반대로 손은 멀쩡했지만, 마음이 완고했던 이들은 생명을 살리는 기쁨에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참으로 치유가 필요한 것은 겉으로 드러난 상처만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보면서도 외면하는 굳은 마음, 자신의 판단만을 앞세우는 완고함, 사랑보다 규정을 먼저 내세우는 차가운 시선도 치유받아야 합니다.
3. 묵은 누룩을 버리고 새로워지는 공동체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교회 공동체 안에 퍼져 있던 심각한 악과, 그것을 바로잡지 않은 채 방관하던 공동체의 교만을 엄중하게 꾸짖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권고합니다.
“묵은 누룩을 깨끗이 치우고 새 반죽이 되십시오.”(1코린 5,7)
작은 누룩이 온 반죽을 부풀리듯이, 공동체 안의 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묵인하면 그 악은 공동체 전체를 병들게 합니다.
바오로 사도가 말하는 ‘묵은 누룩’은 단순한 개인적 약점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잘못인 줄 알면서도 외면하는 태도, 거짓과 불의를 적당히 덮어 두는 마음, 다른 사람의 고통 앞에서 책임을 피하는 공동체의 무관심까지 포함합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악의와 사악”이라는 묵은 누룩을 버리고, “순결과 진실”이라는 누룩 없는 빵으로 축제를 지내라고 권고합니다.
오늘 복음의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에게도 이러한 묵은 누룩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고통보다 자신의 판단을 앞세우는 완고함이었습니다.
그들의 손은 오그라들지 않았지만, 마음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반대로 손이 오그라들었던 사람은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손을 내밀었고, 마침내 온전해졌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의 손과 마음은 지금 어떤 모습입니까?
이웃에게 나누어 주는 데 인색하여 움켜쥔 욕심의 손은 아닙니까?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마음속 깊이 웅크린 원망의 손은 아닙니까?
다른 사람의 허물만 들추어 손가락질하는 비판의 손은 아닙니까?
또한 우리 공동체 안에서 바로잡아야 할 잘못을 알면서도 불편해질까 두려워 모른 체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다른 사람의 고통을 바라보면서도 규정과 형편만 내세우며 사랑의 책임을 피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4. 오늘 내가 먼저 내밀어야 할 손
시골 장터를 지나다 보면 거칠어진 손으로 직접 기른 채소를 다듬어 파시는 어르신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저 물건의 값만 바라볼 수도 있고, 그 채소를 길러 낸 수고와 그분의 삶까지 헤아릴 수도 있습니다.
작은 말 한마디와 따뜻한 배려가 굽은 손을 당장 펴 드리지는 못하더라도, 지친 마음에 위로와 존중을 전해 줄 수 있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사랑은 언제나 거창한 일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내 앞에 있는 한 사람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데서 시작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도 말씀하십니다.
“손을 뻗어라.”
두려움 때문에 감추어 온 상처를 주님께 내어놓으라는 말씀입니다. 욕심과 원망으로 움켜쥔 손을 펴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사랑의 손을 내밀라는 초대입니다.
동시에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묵은 누룩을 깨끗이 치우고 새 반죽이 되십시오.”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악의와 거짓, 교만과 무관심이라는 묵은 누룩을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순결과 진실, 자비와 책임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합니다.
오그라든 손이 펴질 때 우리는 사랑을 나눌 수 있습니다. 묵은 누룩을 버릴 때 우리 자신과 공동체는 새로워질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돌아봅시다. 가족에게는 화해의 손을, 외로운 이에게는 위로의 손을, 어려움에 놓인 이에게는 도움의 손을 내밉시다.
주님께서 우리의 굳은 마음을 부드럽게 하시고, 움켜쥔 손을 펴 주시어, 사람을 판단하고 밀어내는 손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고 사랑을 나누는 손이 되게 해 주시기를 청합시다. 아멘.
※본당 신부님 사정으로 미사가 없어 올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