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 출동한 경찰, 사유는 '안전 통제'
고척돔ㆍ구일역 인근 기동대 포함 경찰 250여 명 배치
플레이오프땐 미시행...'이태원 참사' 여론 의식했나
‘이태원 참사’의 여파가 야구장 안팎으로 경찰이 드나드는 뜻밖의 결과를 낳았다.
지난 5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동 고척스카이돔(고척돔)에서는 야구팬들에겐 익숙치 않은 경찰을 볼 수 있었다. 당일 고척돔에서 열린 2022 한국시리즈 4차전은 매진됐다. 야구 경기 진행 시 16,731석까지 수용 가능한 고척돔은 운집한 관중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경기가 끝날 무렵, 전광판에서 경기장 인근과 구일역의 약도 등을 송출하고 질서 있는 퇴장을 당부했다.
경기 종료 후 고척돔과 구일역 인근에는 기동대를 포함한 경찰 250여 명이 배치됐다. 관중들이 빠져나가는 길목마다 들어선 경찰들은 귀갓길을 통제했다. 퇴장하는 관중들은 한 줄로 이동하도록 유도하고 구일역 입구에서는 역 내 인원들이 최대한 밀집하지 않도록 인원수를 끊어 입장시켰다. 경찰은 차량과 스피커를 이용해 대기하는 관중들에게 현재 상황에 대한 안내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역 내에서는 코레일 직원 10여 명도 통제에 합세했다. 직원들은 서울행과 인천행으로 나눠진 노선을 안내했다.
야구장 관중 통제에 경찰이 동원된 것은 이날만이 아니었다. 11월 1일부터 치러진 한국시리즈 경기가 6차전까지 매진되면서 고척돔뿐만 아니라 인천 SSG 랜더스 필드에도 사고 방지를 목적으로 경찰이 배치됐다. 그러나 경찰이 투입된 것은 한국시리즈 이후부터였다. 고척돔에서는 지난달 27, 28일 양일간 플레이오프 3,4차전이 열리기도 했다. 한국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전 경기 매진이었지만 경찰이 배치돼 귀갓길을 안내하거나 질서 있는 행렬을 유도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경찰이 한국시리즈부터 적극적으로 관중을 통제하게 된 배경은 ‘이태원 압사 사고’의 영향으로 보여진다. 지난달 29일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에 10만여 명이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일어났다. 대참사의 원인으로 다양한 분석이 있었지만, 일부는 미흡한 경찰 통제를 꼽기도 했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것인지 오세훈 서울시장도 5일 오전 고척돔과 구일역 현장을 방문해 안전 점검에 신경 쓸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 관람을 위해 고척돔을 방문한 김래온(24ㆍ남)씨는 “야구장 응원을 다닌 지 꽤 오래됐지만 경찰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는 것은 처음”이라며 “워낙 사람들이 많이 몰린지라 질서 있는 퇴장을 유도하는 것은 좋지만 최근 사고로 인한 여론 때문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편, 야구 경기가 모두 종료된 고척돔에서는 26일 멜론 뮤직 어워드, 30일 마룬파이브 내한 콘서트 등이 예정돼 있다. 이와 같은 대형 행사에 지난 한국시리즈처럼 경찰이 배치된 안전통제를 진행할지 구로 경찰서, 구로구청, 서울시설관리공단 등에 문의했지만 어느 곳도 확답을 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