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leaf2011-01-21
친정 어머니는 배움도 없고 전형적인 시골 노인네로 보수적인 한국의 여인으로
평생을 살았지요.
시골에서 넉넉하게 살다가 하루 아침에 심장마비로 남편을 잃고도 6남매중 큰 언니
하나만 출가하고 고스란히 남은 5남매 서울로 모두 대학 보내면서 힘들게 사신
아주 깔끔하시고 경우 바름을 목숨처럼 여기고 사신 분입니다.
그런데 성격이 따뜻하고 명량한 분이 아니라서 아마도 모시고 사는 큰 아들 내외는
많이 힘이 들었나봅니다.
저는 6남매중 5째이고 딸 넷중에 막내인데다 해외로 돌아다니느라 어머니를 제대로
모셔볼 기회를 못 가졌지만 항상 어머니에 대한 애잔한 마음으로 가슴이 아리곤 했지요.
결혼 직후부터 큰 며느리와는 너무나 성격이 달라서 어머니 마음 고생이 많았습니다.
큰 며느리 또한 마음 고생 심했겠지요.
고부간은 꼭 물과 기름 같았으니요.
저희 어머니는 당신에 대한 돈은 절대로 안 쓰시는 검소한 분이시지만
타인에 대해서만은 절대 돈을 아끼지 않는 인사성이 아주 바른 분이셨고
올케는 돈에 집착이 남 달라서 인사를 건너뛰거나 아님 인사를 하고도
비난을 받을수도 있는 형식적인 눈가림 인사를 하는것이
처음 시집을 와서 살면서부터 생긴 둘 사이이의 큰 갈등이었습니다.
올케에게는 돈이 가장 중요한 요건이었고 돈을 아끼기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광에서 인심 난다는 말처럼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했지요. 특히나 시어머니를...
오빠도 아내의 그런 점을 고쳐보려고 노력을 하다가 드뎌 손을 들고 말았고요.
물론 검소하고 절약하고 저축 잘하는것이 미덕이겠지요만
무엇이든 중도를 지킬줄 아는것이 중요 하다고 생각합니다.
시 누이들도 시 동생도 누구 한사람 손을 벌리는 사람 없고
큰 며느리 큰 아들이라고 별로 대단할 것도 없지만 작은것도 아닌
아버지 재산을 형제들은 큰 아들네로 몰아줬습니다.
어머니를 모셔야 하니깐요.
그러니까 올케가 구두쇠가 되지 않아도 충분했지요.
부지런한 어머니가 젊고 힘이 있을때는 그런대로 어머니가 할 일이 있어
괜찮았는데 문제는 어머니가 아들을 따라서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고
드뎌는 아파트 생활을 하게 된것은 어머니에게는 감옥 생활이
되고 말더군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아들이 살아야겠는걸...
어머니는 정든 시골에 정든 사람들곁에 혼자 남아서 사시고 싶었지만
그러면 아들이 어머니 버리고 간 사람으로 오해 받을게 두려워
불평 안하고 따라 왔다고 가끔 저를 보면 시골 생활을 그리워 하시곤 했습니다.
그러다 세월이 변해 테크놀로지가 발달하게 되고
아파트 문에 디지탈 잠금을 하게까지 변하는데
노인이 너무 무서웠던 모양입니다.
저도 테크놀로지의 속도를 못 따라가고 힘이 드는데 옛날 시골 노인네한테는
작은 아들네 왔다 간 사이에 예고도 없이 바뀌어 버린 디지탈 잠금 장치는
얼마나 충격적이고 무서웠을지 짐작이 가지 않나요?
언니가 방문했는데 문을 열려다가 안 열려지니까 당황하고 놀란 이후에
노이로제가 생겨 버려서 그 전에는 가끔 아파트 마당에도 나가시고
쓰레기 버리시려 바깥 바람을 쐬시기도 하다가 집에 스스로 연금 상태가
되어버렸답니다.
하루 종일 가게에 나가 있어야 한다고 밤 10시나 되야 들어오는 아들 내외,
장성해서 밤늦게 잘때야 들어오는 손주들.
넓은 아파트에 뎅그마니 혼자 그것도 높은 층에...
혼자서 밤 10시까지 감옥같은 아파트에 갇혀 있으면서 얼마나 우울하고
무서웠을지 가슴이 아픕니다.
그렇때 어머니에게 유일한 소통의 장비가 전화기였습니다.
제가 확대해서 적어 드린 딸들과 친척들의 전화 번호가 적인 공책을 찾아
전화로 안부를 묻는거지요.
가끔 저한테도 전화를 하셨는데 며느리가 국제 전화 요금이 나왔다고
불평 하는것을 들은 후에는 한번도 안 하실 만큼 자존심도 강하고
깔끔하신 분입니다.
딸들이 사는 곳과는 전혀 반대 방향이고 한국의 아줌마들은 얼마나 바쁘던가요?
딸들도 가끔 만나고 만나봐야 낮에 잠간이고...
교회일로 너무 바쁜 언니들...
이것도 저는 불만이 많았습니다.
자기 어머니도 못 돌볼만큼 바쁜 교회일 문제 있는거 아닌가요?
그런식으로 가르치는 교회 지도자들에게도 불만이 많고요. ㅎㅎ
시어머니를 모시고 또 잘못이 있더라도 내 살림 내 맘대로 못하는 며느리는
또 얼마나 힘들었겠나요?
그렇지만 이해 하면서도 섭섭한것들이 있더라지요.
내 어머니라서가 아니라 노인에 대한 기본적 인간적인 배려가 없는것은
정말 힘들더군요.
이웃집 노인네라면 차라리 배려가 가능 했을까요?
가게가 바로 옆이어서 잠간씩 집에 들어와 노인 식사 챙겨드리고
별일 없나 둘러보고 다시 나가도 될 터인데(사실은 오빠와 직원들로만도
충분하지만...)
자기 부부 점심 저녁 도시락 챙겨서 가지고 나가 밤 10시 되어야 들어오고
노인네는 식사거리도 챙기지 않는 배려심이라곤
눈꼽 만큼도 없는 인간에 대한 실망으로 참 마음이 아프더군요.
퇴근후'저녁 드셨어요?"하고 물으면 안 드셨어도 귀찮을까봐
차마 안 드셨다는 말씀 못하고 그냥 배 고픈채 잠이 드셨다던
얘기 듣고도 올케에게 아무 말도 못하는 바보같은 딸을 두셔서
고생이 많았기도 했습니다.
내 어머니를 맡긴 시누이라는 죄로 한마디 불평도 할수가 없었습니다.
올케한테 불평하기 보다는 어머니를 맡아주지 않는 큰 언니가 원망스러웠고요.
정작 어머니를 모시고 싶은 사람은 이렇게 외국에 나와 있고
한국에 있는 딸은 너무 바쁘고 교회 일이 우선인 어머니 모실 맘이 전혀 없는
딸을 가진 복없는 저희 친정 어머니였지요.
저희 어머니는 당신에 대한 요구라곤 전혀 할줄 모르는 희생만 하는 분입니다.
자식한테도 며느리한테도 자신한테 잘 못한다고 한번도 불평 안하시는 분입니다.
자식들을 기르면서 딸 이라도 심부름도 제대로 안 시키고 키우셨습니다.
남존여비 유달리 강해서 아들은 남의 아들이라도 하늘이었고요.
그래서 막내 딸인 저는 어머니에 대한 원망 또한 많았었습니다.
그런데요
전 어머니가 좋아서가 아니라 어머니가 저를 사랑해줘서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측은함 때문에 노인에 대한 측은함 때문에 어머니를
도저히 그냥 버려두지 못하겠더라고요.
어머니가 나이 들어 기력이 빠졌을때는 더욱...
어느해 서울에 갔을때 미국에 따라 오자고 졸랐습니다.
6개월만이라도 내가 내 마음껏 어머니를 외롭지 않은 분으로 만들어 드리고
싶었습니다. 외출이 많지 않으니까 바쁘지 않은 딸이니까...
고집 센 저희 어머니 비행기 타기 무섭다면서 끝내 안 따라오시더니
곧 바로 치매가 오고 말았습니다.
90이 가까워서요.
어느날 큰 손자가 작은 아버지 작은 어머니한테 울면서 사정했답니다.
자기 어머니가 할머니를 잘 돌보지 않으니 제발 작은 아버지가 모셔달라고요.
그후로 저희 어머니는 작은 아들네서 작은 며느리와 몇년을 살다가 지금은
시설에 계시고 인공급식을 받으며 아무도 몰라보고 식물 인간처럼 계십니다.
며느리들의 고통을 저는 간접적으로만 압니다.
전 고아와 결혼해서 시집살이를 시킬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요.
제가 시집살이를 안 해 봤기 때문에 미안해서 올케한테 당당하게 요구 하지
못했던 점도 있었습니다.
며느리들이 얼마나 가슴앓이를 하는지 친구들을 통해서 알아서
저는 더 올케에게 한마디도 못하고 저 나름대로 가슴 앓이를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제발 힘없는 노인에게만은 우리 신경을 씁시다.
최소한의 인간으로서의 예우만은 서로 해주면 좋지 않을까요?
며느리도 늙으면 외로운 노인이 될것은 자명한데...
저희 올케를 보면 미운 마음은 없지만 가끔 안됬다는 생각이 듭니다.
본인도 나이 들어서 건강이 안 좋아지니까 지난해 만났을때는
돈이 전부가 아닌데 자신의 삶에 후회가 되기도 한다고 하더군요.
사람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도 다른 사람을 많이 아프게 할수 있다는거
저희 올케를 통해서 배웠습니다.
저는 올케가 착한 사람이라고 믿거든요.
그런데 생각이 짧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거지요.
욕심이 눈을 가리는 겁니다.
돈이 너무나 중요한 세상이 저는 삭막해서 싫습니다.
가난해도 따뜻한 인간에 대한 배려가 더 중요한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돈 많은 사람,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사람은 안 부럽지만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이웃을 배려하면서 그리고 소외된 자들을 돌보면서 사는 사람들이 너무 부럽습니다.
그래서 제 자식들이 잘 사는것보다 인간답게 살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때 자랑스럽습니다.
공부 잘한 사람은 공부 못해서 어려운 사람을 위해 자신의 지식을 사용해야 하고
돈이 많은 사람은 돈이 없어 어려운 사람을 위해 돈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딸이 대견합니다.
공부는 남 위해서 해야 하고 돈도 남을 위해 쓰기 위해 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딸이...
"공부해서 남 주냐?"던 말은 잘못 된 말이 되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어머님 이야기는 마음이 아픕니다.
6남매를 잘 키우셨는데
며느리는 아무래도 한치 걸러라
그래도 딸하고 지내시는게 나을뻔 했는데...
깔끔하시고 경우 바름을 목숨처럼 여기고 사신
훌륭한 어머님 한테서 배우고 자라셔
newleaf님께서도
자녀들이 인간답게 살고자 노력하는
자녀들로 잘 키우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