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의 백반기행에 <스지탕>이란 음식이 나옵니다.
부산에 스지오뎅탕이란 게 있고 오래 전엔 시장통에서나 가끔 볼 수 있었던 음식입니다.
스지란 소의 힘줄을 말하는데 도가니나 힘줄이나 영양 성분은 거의 마찬가지가 아니지 싶습니다.
도가니탕이나 스지탕이라고 해서 100% 도가니와 힘줄만 넣으면 밍밍하고 별 맛이 없습니다.
윗 사진처럼 알 힘줄이나 도가니에 살코기가 불은 잡고기를 섞어야 맛이 좋아집니다.
힘줄을 음식 이름에 붙이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라 이하 편의상 스지라 칭합니다.
일단 핏물을 빼야지요. 남들은 반나절 이상 핏물을 뺀다는데 나는 흐르는 물에 몇 번 박박 씻어 씁니다.
한번 끓여 불순물을 제거하고 깨끗이 씻어 들통에 담습니다.
잡내 제거를 위한 양파, 대파, 파뿌리, 통후추, 계피가루, 생강 등 취향에 따라 각종 채소나 향신료를 넣고
팔팔 끓입니다. 이렇게 1시간 정도 끓이고 잡동사니 다 걷어내고 압력솥에 넣은 후 딸랑이 소리
날 때부터 20분 정도 더 끓이고 저절로 식도록 놓아둡니다. 덜 익어 힘줄이 단단하면 더 끓여 주세요.
너무 오래 끓이면 살코기 부분이 푸석하고 단맛이 없어집니다.
고기는 배분하여 냉동실에 넣고 꺼내 씁니다.
그냥 도가니탕이나 스지탕은 국간장 정도로 간을 해 초간장에 찍어 먹으니 어려운 음식이 아닙니다.
이번엔 볶음을 해볼까요? 볶음에 들어가는 채소류는 냉장고에 있는 거 넣으면 됩니다.
스지를 해동시켜 넣는 게 좋겠지만 배가 너무 고프거나 술이 고프면 그냥 같이 넣어도
내 입에 들어갈 거니 별 문제 없습니다. 어떻게 하냐고요?
팬에 기름을 두르고 고추, 파, 다진 마늘 넣어 볶은 후 채소들을 집어 넣습니다.
해동이 안됐다면 이 때 스지도 함께 넣고 볶습니다. 소금, 청양고추, 굴소스, 스리라차 소스, 미원,
후추 등은 식성에 따라 넣으세요.
적양배추는 냉장고에 돌아 다니는 게 있어 넣긴 했지만 가열하는 음식엔 색깔이 바래져
식욕을 떨어뜨리는 것 같습니다. 어때요? 쫄깃 부들할 것 같습니까?
비주얼이 마음에 들지 않아 무침으로 만들어 봅니다.
이번엔 찌개 혹은 전골로 먹어보지요. 나이 들면 국물이 있어야 합니다.
야채가 별로 없어 당근, 통마늘, 호박 정도를 넣고 닥따리표 된장(통조림 꽁치 으깨 볶은 것, 다진 돼지고기
볶은 것, 다진 양파, 다진 마늘, 올리고당, 설탕, 고추가루 등을 된장에 넣고 볶은 겁니다.)을 넣고 끓이며
스지와 당면을 넣습니다. 왜 빨가냐고요? 당연히 고춧가루 더 넣었지요.
신 김치도 좀 넣고요. 원래 꿀꿀이죽 비스무리한 비주얼은 있는 거 모두 넣으면 만들어집니다.
콜라겐이 많은 껍질, 스지, 도가니, 족발, 돼지꼬리 같은 것들이 예전에도 요즘처럼 대접 받았던가요?
동대문에서 광나루 가는 기동차가 있을 땐 역앞 포장마차에서 요즘 국물 떡볶기처럼 고추장 국물에
돼지껍질이 하루 종일 끓으며 주머니 얇았던 보통 사람들 허기를 채워주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웰빙 음식이 되었으니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닥다리로가는길
http://blog.daum.net/fotomani
첫댓글 스지(소힘줄)은 어느 날 느닷없이 튀어나온 식재료가 아닙니다.
오래 전에는 허기를 때워주던 식재료 중의 하나였습니다.
말하자면 고급 재료는 아니 것이지요.
시대가 바뀌어 콜라겐 하면 족발처럼
미용식 웰빙식으로 각광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밖에선 파는데도 흔치 않고 도가니탕이나 우족탕처럼
만만한 가격이 아닙니다.
집에서 만들어 실컷 잡숴보십시오.
애주가 여러 분께 꼭 권합니다. ㅎ
초등학생이 박사과정 듣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네요ㅉㅉ
어려운 거 보다 필요성을 못느끼는 거겠지요.
행복한 겁니다. ^^
그동안 먹방 순례기가 많았는데 오랜만에 직접 특별한 '료리'를 하셨군요
'나이 들면 국물이 있어야 한다' 는 말 격하게 공감 합니다
종훈형은 더 할꺼에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