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결제도 안 되고, 먹거리도 없고,
외국인 안내간판도 없고, 차 댈 곳도 없고…
재래시장 현장에서 들어보는 ‘재래시장 활성화’ 과제들(아미)
올해 춘천시는 풍물시장의 현대화 사업으로 비·해가림의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중앙시장은 화재 예방을 위해 소방차와 연결되어 물을 뿌리는 ‘살수시스템’을 설치키로 했다. 해묵은 과제인 전통시장 활성화와 관련, 이런 시의 노력들은 시장 시설 개선에 필요한 사업들이다. 그러나, 수년째 이어져온 시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시적인 효과는 방문객 증가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지 않다. 왜 그럴까? 12일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시내 재래시장들을 찾아 상인과 방문객들의 의견들을 모아봤다.
일단 방문객 정체의 문제점은 주요 고객층이 장년층에만 맞추어진 현실과 연결된다는 지적이다. “춘천 시민이 왜 전통시장을 잘 안 가나”란 질문에 지혜수(27·여) 씨는“어르신이 많고, 카드도 안 받는 경우도 있어 잘 안 간다”라고 답했다. 중앙시장에서 ‘수상한 이층집’ 카페를 운영하는 홍근원(30) 씨도 같은 맥락에서 “고객층이 중장년 위주인 것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객 편의 확대를 위한 기본적 인프라 강화도 풀어야할 과제다. 지씨의 말처럼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곳도 있는데다 특히, 관광도시 춘천을 찾는 외국인들을 위한 외국어 안내판은 찾아볼 수가 없다.
중앙시장은 먹거리 부족이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의수(61) 씨와 같이 “먹거리가 싸서 시장을 자주 온다”는 시민도 있지만 메뉴가 한정돼 있는 약점이 있다. 중앙시장 ‘이효선홈패션’ 사장 최옥녀(57) 씨는 “중앙시장의 상점들은 대부분이 옷가게나 모자, 양말이라 같은 업종 상인들의 나눠 먹기가 이뤄질 뿐”이라며 “먹거리가 부족해 방문객들이 별로 안 찾는다. 먹거리는 낭만광장(중앙시장)에도 별로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설 부족에 대한 목소리도 들린다. 풍물시장 ‘광장붕어네’ 사장 신미희(37) 씨는 “주차시설이 부족하다. 방문객들이 와도 주차할 공간이 없다. 그리고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휴게시설이나 놀이터가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신 씨는 “상설시장이면서 오일장을 여는데 사람들이 오일장 때만 가게를 여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며 홍보 부족의 문제도 제기했다.
방문객들이 무거운 비닐봉지를 여러 개 들고 다니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쇼핑카트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상인도 있었다. 실제로 경기 평택 송북 전통시장은 시장 내에 쇼핑카트를 갖추어 방문객들의 이용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그동안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시의 노력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지난주에는 풍물시장에서 ‘살랑살랑 봄바람 닭쇼’를 개최, 닭을 주제로 다양한 먹거리, 볼거리를 제공하며 어린이들을 위한 ‘로보카 폴리 스탬프 행사’도 진행했다. 풍물시장상인회 이대훈 총무에 따르면, 이 시장엔 2019년에 4층 높이의 주차장이 완공될 예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의 재래시장 활성화 노력은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시장 현장에서 들리는 먹거리 등 업종 다양화, 기본 인프라 및 시설 확충 등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들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이용객 증가라는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인규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