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대학가 바퀴벌레 기승 … 시 차원 해결책은 '아직'
대학생 이기헌 씨는 요즘 집에 들어가기가 무섭다. 한림대 앞 원룸 촌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이 씨의 방에 바퀴벌레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겨울부터 지낸 방에 가끔 한두 마리가 나타나더니 4월 들어서는 무리를 지어 괴롭히기 시작했다.
“문을 열면 샤샤샥 하고 바퀴벌레가 숨는 소리가 나요. 침대에서 자고 있으면 목 뒤를 기어 다니기도 하고요. 요즘은 족히 10마리 이상이 보여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약도 쳐보고 진드기도 붙여놨는데 소용이 없어요. 장판을 들춰보니 이미 알을 까놨더라고요. 죽여도 죽여도 나타나니 집을 버리고 도망치고 싶은 심정입니다.”
바퀴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사람은 이기헌 씨뿐만이 아니다. 최근 강원대·한림대 주위 원룸 자취 촌에 바퀴벌레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강원대 학내 커뮤니티 ‘강원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에도 바퀴벌레 떼 관련 글이 올라왔다. 처음엔 한두 마리씩 보이던 것이 최근 들어 여러 마리로 번식했다는 것이 이 씨 사례와 같았다. 글 작성자는 ‘바퀴벌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잠도 이루지 못할 지경’이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처럼 바퀴벌레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날이 따뜻해지는 4월 이후가 바퀴벌레 번식기이기 때문이다.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바퀴의 습성 때문에 겨울에도 난방이 잘 되는 방에는 바퀴가 서식하긴 하지만 날씨가 풀리는 봄 이후엔 수가 늘어난다. 바퀴벌레 암컷은 일생 동안 한번만 교미를 해도 평생 알을 깔 수 있고 바퀴의 변에는 동료 바퀴를 불러들이는 페로몬이 있다. 세대가 붙어있지 않더라도 옆 건물까지 옮겨갈 수 있을 정도다. 바퀴벌레가 한 마리만 나타나도 전쟁이 시작됐다고 말하는 이유다.
바퀴를 잡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일반 약국에서 바퀴 퇴치 약을 구입하거나 전문 업체에 의뢰하는 식이다. 수가 적고 일찍 발견한 경우는 약으로 잡을 수 있지만 개체 수가 늘어 무리로 출현할 정도라면 업체에 의뢰를 하는 방법이 빠르다. 우리 집의 바퀴를 죽여도 옆집에서 다시 옮겨오기 때문이다.
전국을 대상으로 바퀴벌레를 방역하는 업체 ‘착한방역’에 따르면 춘천시에서는 강원대 학생들이 자취하는 효자동 지역이 신고수가 가장 많다. 지역 인구수에 따라 신고 건수가 다르긴 하지만 춘천 지역은 인구대비 신고가 적지 않은 편이다. 업체 측은 “일부 시와 연계해 소년소녀 가장·뇌성마비 환자가 사는 가정에 방역 봉사 사업을 하기도 한다”며 “춘천은 아직 사업 의뢰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실제로 경기도 광명시는 소독업체와 방역장비 수리업체, 보건소 방역 관계자들이 모여 방역소독 사업을 하고 있다. 3월 지역 내 공원·관공서·맨홀·정화조 등에 연막 방역을 했고, 소독업체를 대상으로 지카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파리·모기·바퀴벌레 등 해충에 맞춘 방역 방법도 교육했다. 의정부시는 지난해 홀몸노인 가정에 친환경 살균소독 서비스를 실시했다. 독거노인·1급 장애인·소년소녀 가장 등 ‘감염 취약계층’ 3천365세대의 바퀴벌레·모기 등을 살충 소독했다. 경기도 구리시·경상북도 경주시도 저소득층 가구에 방역활동을 했다.
하지만 지카 바이러스 등 신종 전염병의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시 측의 바퀴 소탕 대책은 없다. 시 보건소에 문의한 결과 “바퀴벌레와 관련한 시 차원의 방역 계획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보건소 보건운영과 측은 “모기 해충 때문에 웅덩이 등에 약을 뿌리거나, 시내에 방역차가 돌아다니기는 하지만 바퀴벌레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지난해 바퀴와의 전쟁을 치룬 대학가 자취생 문 모씨는 바퀴를 퇴치하는데 시에서 도움 받을 방법이 없어 고생을 했다며 관련 사업 마련을 촉구했다. “바퀴의 특성 상 한 세대만 살충을 해서 될 일이 아닌데 혼자 해충을 박멸하려니 힘들었다”는 문 씨는 “아파트나 가족단위가 주거하는 공동주택의 경우는 주민자치회에서 대안을 마련 할 수 있지만, 가난한 대학생들은 여럿이 모여 바퀴를 잡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시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해충’ 바퀴벌레, 시 차원의 해결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용지수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