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애광원 언덕 트럼펱 소리가.*
최의상
관고리(官庫里) 시장 통에서 **
깡통 차기 하며
긴 달그림자 끌고 놀았지.
밤이 새도록.
휘영청 달 밝은 밤
전쟁이 주고 간 산 너머 애광원에서
부서진 영혼을 모으는
아련한 여운의 취침 트럼펱 소리.
중리(重里)를 지나
산을 넘어 들판으로
이슬에 달안개 거닐고
사랑을 노래하던 애광원 길
그리운 핏줄의 사연을 눈물로 달래며
마지막 애절한 트럼펱의 고요가 오면
애광원의 전깃불이
하나씩 꺼지고 별무리만 반짝였지.
달빛아래
들판은 신비로웠다.
그리움이 깃들 듯 사랑하는 친구를 두고
애닲은 감정만 두터워진다.
철없이 동경(憧憬)에
울고 싶었던
프라타나스 밤길을 무작정 걸으며***
세월에 달 가듯이 밤하늘에 취했지.
살포시 밤이 내 안을
거닐 때마다
달밤은 용서의 눈물처럼 너그러웠다.
달밤은 고난을 이긴 사랑이었다.
신비로운 달빛이
애광원 산자락을
마지막 위로의 시간으로 머물 던
그 시간이 지금도 그립구나.
침몰하듯 시간은
영겁으로 흐르는데
그때 거닐던 친구들이 그립다.
사랑하는 사람들아 지금은 무얼 하나.
저 애광원 언덕 트럼펱 소리가
저 애광원 언덕 트럼펱 소리가
아직도 젊은 가슴처럼
찬란한 고독이 되어 들려오는데...
2000. 6. 율면초교 관사에서
* 애광원 : 이천 중리 들판 끝 동산에 세워진, 6.25전쟁고아를 위한
복지시설이었음. 그 곳에 나의 친구 정병례는 월남한 고아로
트럼펱을 즐겨 불었다,
**관고리시장통 : 이천읍 관고리에 약 100 M 정도 길이 가장 번화한
시장으로 5일장날이면 풍성한 잔칫날이 되었다.
***프라타나스길 : 이천서 오목리까지 약 3KM 도로는 아름들이 프라타나스가
여름이면 울창하게 자라 터널을 이루는 이 길을 달밤이면
가끔 친구들과 거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