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의 업사이클링을 지향하고 일상에서의 참여를 독려하는 여러 단체가 모여, 플라스틱 병뚜껑 재활용을 독려하는 ‘플라스틱 업사이클 파티, 병뚜껑을 따라오세요!’ 행사가 개최됐다.
11월 12일, 서울환경연합과 성동구도시관리공단에서 주관한 ‘병뚜껑을 따라오세요!’ 행사가 서울숲 복합문화체육센터 야외광장 일대에서 진행됐다. 플라스틱 방앗간, 에너지 시민연대, 청춘발산협동조합 등 총 14개의 단체 혹은 업사이클 상점이 행사에 부스를 열었다.
환경부가 발표한 2020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2020년도 총 폐기물 발생량은 19,546만 톤으로 전년도의 18,149만 톤 대비 약 7.7% 증가했다. 국내 폐기물 발생량은 2015년부터 꾸준히 상승세이다.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이 2021년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연간 플라스틱 배출량은 88kg로 2016년 기준 세계 주요 21개국 중 3위에 해당한다.
이렇듯 버려지는 플라스틱이 증가하고 이로 인한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리사이클(Recycle)을 넘어 업사이클(Upcycle)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업사이클링(Upcycling)’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Recycle)의 합성어로, 생활 속 폐기물을 수선하여 재활용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의 상위 개념이다. 국내에서는 ‘새사용’의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버려지는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폐기물에 첨단기술을 적용하고 예술과 디자인을 결합해 기존의 제품보다 더 높은 가치를 가진 신제품으로 재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재활용의 과정에서 가치 하락의 단계를 겪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다운사이클링(Downcycling) 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제대로 업사이클 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가공인 신용평가 전문기관 ‘nice 평가정보’에서 발간한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에는 약 100여 개의 업사이클링 브랜드가 존재하며 전체 약 40억 원 수준의 미미한 초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한다. 또한, 한국환경산업협회 KEIA가 친환경 새활용 브랜드 특집 행사 페이지 방문객 3,126건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새활용(업사이클) 개념에 대한 인지도 설문조사 참여 대상 중 716명이 ‘잘 알고 있다’, 1,426명이 ‘들어본 적은 있다’에 응답했다. 전체의 69%가 긍정적인 응답을 한 데 반해, 실제 새활용 제품을 구매·사용한 경험에 대하여 588건, 19%만이 구매 경험 있음에 응답했다. 업사이클 제품에 대한 인지도와 실사용 여부는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 ▲새활용 브랜드 특집 행사 페이지에서 조사된 결과로 새활용 관련 사전 인지 고객이 많이 유입되었을 것으로 분석됨을 고려 )
▲ 병뚜껑을 이용해 튜브짜개 제작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체험부스, 사출기가 놓여 있다.
이렇듯 최근 폐플라스틱을 비롯한 환경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가운데, 업사이클링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실천을 촉구하고 일상에서의 업사이클링 참여를 추구하는 단체들이 서울숲 복합문화체육센터 야외광장에 모였다. 행사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에 띄던 것은 ‘플라스틱 방앗간’의 병뚜껑 현장 수거 부스였다. 각자 평소에 모아놓은 병뚜껑들을 행사에 가져와 무게를 달고 직접 색깔별로 분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있었다. 상당히 많은 수의 병뚜껑이 이미 모여 있었고 초등학생들이 단체로 모아온 병뚜껑을 담당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분리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건너편에는 ‘플라스틱 방앗간’의 튜브 짜개 제작을 직접 해볼 수 있는 체험 부스가 있었다. 사출 기계를 현장에 놓고, 분쇄된 병뚜껑을 녹여서 금형 틀에 짜 넣어 튜브 짜개를 만들어 가져갈 수 있는 공간이었다. 폐플라스틱의 업사이클 과정을 눈앞에서 경험해볼 수 있었다.
한편, 행사 부스 참여를 위해 먼 발걸음을 한 부스도 있었다. ‘청춘발산협동조합’은 광주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발산마을에서 활동하는 협동조합이다. 송명은 대표이사는 마을 장학금을 모으기 위해 공병, 캔 등을 모으던 것에서 시작한 활동이 점점 규모가 커져 현재는 직접 마을에 사출기와 분쇄기를 놓는 공간을 마련하여 마을 자체 상품들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마을 길고양이를 모티브로 한 고양이 치약짜개와 마을의 언덕을 형상화한 키링을 판매하고 있었다. 청춘발산협동조합은 이를 통해 마을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판매한 금액의 일부는 마을 장학금으로 기부하는 형식의 마을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활동 중이라고 전했다.
▲ ‘아이디어 창작소 도깨비’의 행사 부스의 모습이다. 차례대로 시트프레스, 분쇄기, 전동인젝터가 진열돼있다.
업사이클링 제품 제작을 위한 장비를 제작하고 납품하는 부스 또한 행사에 참여했다. ‘아이디어 창작소 도깨비’의 김은채 선임은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자체 제작한 분쇄기와 시트프레스 등을 소개했다. 부스 앞쪽으로 기계들의 실물을 보고 만져볼 수 있었다. 김 선임은 “행사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참여한 것 같다. 이전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업사이클링 제품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는 것이 실감 된다. 우리가 하는 일이 마냥 헛된 일은 아니었다고 느낀다.“라고 행사 참여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 각종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제품들이 행사 곳곳에 전시돼있다. 순서대로 ‘로우리트콜렉티브’, ‘서버번피플’, ‘우쥬러브’의 제작물.
이외에도 폐플라스틱의 업사이클을 통해 제작된 스툴, 보드, 소품과 각종 구조물이 현장 곳곳에 배치되어 다양한 업사이클링 상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현장에 마련된 오픈 무대에서는 행사 동시에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 안내서, ‘프레셔스 플라스틱 코리아 워크북’의 토크콘서트가 진행됐다. 이곳에서는 국내 6개 업사이클링 단체의 제작/캠페인/교육 활동 사례 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병뚜껑을 따라오세요!’ 행사에 방문한 오 모(26, 여) 씨는 ‘프레셔스 플라스틱 대전’ 부스에서는 다른 곳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치약짜개, 액세서리 외에 칫솔 걸이와 비누 걸이 등의 제품이 좋은 아이디어를 통해 제작된 것 같다고 말하며 실제 구입까지 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평소 플라스틱 재활용에 관심은 있었지만, 플라스틱 방앗간밖에 알지 못했다. 행사에 와보니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여러 사람이 업사이클링을 실천하고 있고, 우리가 무엇이라도 환경에 기여하고 재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효능감을 느끼게 됐다.”라고 감상을 전했다.
또 다른 방문객 이용준(43, 남) 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부스로 ‘청춘발산협동조합’을 말했다. “일반적인 업사이클링 제품 제작을 넘어, 재생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그들만의 이야기와 고유한 마을의 정서를 함께 느낄 수 있어 기억에 남는다.”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한편으로는 “생각보다 참여 관객이 적은 것 같다.”라고 하며, 행사 홍보와 당일 우천 소식에 대한 안타까움을 남기기도 했다.
오후 6시까지로 예정돼있던 행사는 우천으로 3시간 조기 마감 됐다. 행사에 참여해 부스를 즐기는 참관객들과 각지에서 모인 단체 등 '업사이클링'이라는 공통적인 환경적 관심사를 가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렇듯 환경을 향한 새로운 콘텐츠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