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뿐인 인생, 욜로(YOLO) 라이프로 즐기다
강원대 학생 커뮤니티 ‘강원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에 소비패턴에 대한 고민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애매한 욜로(YOLO)족’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서른에 접어들었는데 아직도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이 많다”며 “‘(돈을) 아껴야 나중에 편하지’라는 생각이 드는 반면, 머릿속 한 편에서는 ‘내가 언제 죽을 줄 알고? 지금 해야지!’라는 생각이 자꾸 부딪힌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이처럼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를 두고 ‘욜로’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다. 욜로 라이프를 추구하는 ‘욜로족’은 내 집 마련이나 노후 준비 같은 저축보다 지금 당장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취미생활, 자기계발 등에 아낌없이 돈을 쓴다. 한정된 급여를 가지고 미래를 준비하기보다는 돈을 모으지 못하더라도 현재의 삶을 즐기겠다는 요즘 젊은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단어다.
취업한 지 일 년이 지난 박서연(여·24·죽림동) 씨도 욜로 라이프에 동참했다. 박 씨는 “대다수의 20대 사회 초년생이 그렇듯 많지 않은 연봉을 받는데, 집세·공과금·학자금대출금 등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얼마 없다”며 “저축을 하려고 알아보다 마음을 바꿔 동네 문화센터 취미반에 등록했다”고 고백했다. 당장 결혼을 할 생각도, 내 집을 마련할 자신도 없는데 굳이 돈을 아끼며 궁상맞게 살고 싶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취업 포털 사람인이 지난 3월 20~30대 8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4.1%가 욜로 라이프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서’라는 반응이 60.7%(복수응답)로 가장 높았다. ‘자기 주도적 삶을 살 수 있어서’(55.4%),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생각인 것 같아서’(30.7%), ‘열정적인 것 같아서’(23.5%), ‘도전정신이 있어 보여서’(20.9%)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사회 곳곳에서도 욜로족을 겨냥한 마케팅이 활발하다. 여행 포털 인터파크투어는 욜로족들이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지 않고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중국·동남아·일본·미주·유럽 등 다양한 해외여행 상품을 파격적인 특가에 선보였다.
호텔업계도 욜로족을 타깃으로 1인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다. 신라호텔, 인천 에어포트 호텔 등은 ‘특별한 일이 있지는 않지만 그저 쉬어 가려고’ 주말·연차를 이용해 호텔을 방문하는 욜로족을 겨냥, 더블룸·스탠다드룸 등을 기존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패키지 상품으로 내놓았다. 롯데백화점은 ‘행복을 위해서라면 제품 가격이 다소 비싸도 구매하는 욜로족’을 위해 가전·가구·홈패션 상품 할인전을 개최했다.
욜로 라이프는 TV예능에서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한 번뿐인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보려는 사람들의 꿈을 대신 실현해준다는 의도다. 인도네시아의 휴양지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에피소드를 담은 ‘윤식당’, 하루 동안의 미식 여행을 주제로 한 ‘원나잇 푸드트립’, 바쁘게 생활하는 현대인들이 짬을 내 자연에서 힐링하는 것을 콘셉트로 내세운 ‘주말엔 숲으로’ 등이 그 예다.
하루하루 행복을 추구하다 보면 인생 전반이 만족으로 가득 찰 것이라는 희망을 담은 욜로 라이프. 게으르고 대책 없는 행태라고 비판하기보다는 어지러운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나름의 지혜로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용지수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