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방학 꾹꾹 담아 놓은 말들을 이야기했다.
나에게는 동생과 언니가 있다. 언니와 2살 터울인데 언니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원하는 거 싫은 건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그런 모습이 부럽고 대단해 보였지만 나는 할 수 없었다.
언니의 표현 방식은 집 안 분위기를 흔들었고, 큰 소리가 집안을 떠나는 날이 없었다.
계속해서 우는 언니를 보아야 했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다짐했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절대.
그때부터 잘해야지, 맞춰야지, 대꾸하지 말아야지, 힘든 건 숨겨야지... 나 때문에 큰소리 나게 하지 말아야지 나 때문에 남이 신경 쓰고 맘 쓰이는 일을 만들지 않도록 노력했다.
삼무곡을 들어온 나는 여전히 조심스러웠고 그런 모습은 아주 천천히 조금씩 내려놓아 졌다. 그런 내가 너무 반갑고 기뻤지만, 집으로 돌아갈 때면 다시 조심스러운 나로 변장했다. 아무리 변장하고 노력해도 이미 내 모습은 나를 감추지 못하고 불쑥불쑥 찾아왔다. 그런 나를 본 아빠는 채림이가 변했다고, 이상해졌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기분이 좋지 않았었다고... 안 좋은 일이 있었다고…. 내가 잘못했다고 말했었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왜 감춰야 하지? 내가 누구를 위해 참은 거지? 왜 나는 내 맘을 이야기할 수 없지? 어떤 누구도 나에게 시킨 적이 없었는데..
참고 참았던 속이 기름에 불씨를 던진 것처럼 터졌다. 그건 유채림이 아니었다고 다 연기였고 아빠엄마가 나에게도 그럴까 봐 무서워서 감춘 거라고 이제 나도 할 말 다 하고 내 표현 확실하게 할 것이라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빠한테 큰소리를 쳤다. 그 순간도 무서웠지만, 너무 멋있었다
뭔가 벙어리 앞에서 벙어리 욕을 하는 동안 말 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그 답답하고 화가 나고 분노했던 벙어리가 말 문이 트인 느낌이랄까..? 너무 기뻐 계속 울었다 이때 깨달았다. 진짜 나 참 나로 살고 싶다고
현곡께서 자신의 가치관이 뭐냐고 어떻게 살고 싶냐고 물었을 때 잠깐 고민했다. 멋지고 누군가를 흉내 내려고 생각하는 순간 떠올랐다.
참 나로 사는 것이 나의 가치관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