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나노가족 그리고 고독사회에 관하여(김난도)
2023년에는 ‘우리’를 중시하는 가족에서조차 개인주의 가치관이 강화된다. 혼자 사는 가구가 증가하고 가구원 수는 점차 감소하며, 함께 산다고 해도 서로의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하지 않는 ‘나노가족’이 한국 가족의 보편적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나노가족의 대표적 형태인 ‘1인 가구’ 숫자는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가족 형태가 나노 단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나노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쉽게 논의되지 못했던 가족 형태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도 했다. 이를테면 이혼, 사별로 인해 혼자 사는 사람들이나 재혼으로 새롭게 구성된 가족들. 이런 변화는 대중문화에도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다. 젊은 부부가 결혼과 이혼을 선택하는 과정을 솔직하게 다루어 화제가 된 티빙의 <결혼과 이혼사이>, MBN의 <돌싱글즈>등의 프로그램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을 희생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나만의 삶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가치관 변화를 잘 보여준다. 비혼으로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도 있다. <비혼이고 아이를 키웁니다>를 쓴 백지선 작가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가족에 대해 이야기한다. 꼭 혈연이 아니어도 서로 지지하는 진정한 가족을 만들 수 있으며,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히기보다는 본인이 가장 원하는 방식으로 가족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메세지를 전한다.
가족 단위의 미세화, 가족 구조의 다양화와 함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기도 했다. 사회적 고립도는 인적, 경제적, 정신적 도움을 구할 곳이 없는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데, 2022년 1월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적 고립도는 34.1%로 2년 전 조사보다 6.4%p 증가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대한민국 국민 3명 중 1명은 고립 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다. 몸이 아플 때 집안 일을 부탁할 사람이 없다는 응답은 27.2%를, 우울할 때 이야기할 상대가 없다는 응답도 20.4%를 기록하며 조사를 처음 시작한 2009년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가족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개인의 가치를 최우선시하는 사회적 변화 속에서 인간의 근원적 감정인 외로움에 근간한 ‘고독사회’의 등장이 우리 사회가 당면한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김난도 저, 트렌드 코리아 2023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