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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 부활의 나라','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나라'를 꿈 꿔 봅니다.
P 5 “도시를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는 시민의 참여다.” “명품 국가를 만드는 것은 시멘트가 아니라 깨어 있는 시민이다.” “한반도 공존을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아홉가지가 있다.” “게으른 참여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전체의 성과물을 독시하는 안정된 삶을 추구하는 엘리트가 아니라 창의적 에너지를 제공하고 맨 앞줄에 서서 전진 시키는 엘리트가 절실하다.” 구절마다 항목마다 심금을 울린다.
P 10 명말 청초의 유학자 고염무는 “천하가 흥하고 망하는 데는 한낱 필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내게도 책임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내게 올 책임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는 수작이다. 18년 기자 생활중 절반 정도를 정치부 국회 출입 기자로 보냈다. 그런 이유로 정치 얘기를 소재로 책을 써보라는 권유가 없지 않았지만. 흘러간 정치권의 뒷얘기보다는 미래에 한 뼘이라도 보탬이 되는 책을 쓰고 싶었다. 이 책은 전문 연구 서적도 아니고 학술적 결론을 내기 위한 책도 아니다. 특파원으로서 보고 들은 것을 토대로 좀 더 긴 기사를 쓰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공부를 많이 한 연구자도 아니면서 과한 욕심을 채우려다보니 여러분을 귀찮게 했고 그분들에게 큰 신세를 졌다. 하지만 책을 쓰는 동안 나는 늘 집단 지성의 일부였고. 그 점이 자랑스럽다.
P 21 우리에게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과 에너지보존법칙에 대한 등식 ‘E= ’ 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생각과 실천은 물리학에만 갇혀 있지 않았다. 그는 자연과학의 영역을 넘어 보편적 인류애와 과학기술의 지구적 공유, 개인에 대한 봉사체로서의 국가, 나눔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경제체제, 군비 축소와 징병제 페지를 주장한 사상가였다. 또 유대인이면서도 이스라엘과 아랍 세계의 공존을 역설한 평화주의자였다. 자신의 전문 분야를 넘어 세상의 진보를 위한 고민하고 공존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이를 지성인이라고 부른다면. 그는 위대한 지성의 완벽한 모델이다. 중년의 아인슈타인이 쓴 에세이를 모은 책 <내가 본 세계 The world as I see it> 는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제, 여성의 정치 참여, 이스라엘 건국과 아랍 세계, 군비축소, 종교 등 온갖 주제를 망라하고 있다. 마치 신문의 칼럼니스트의 글과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관심 분야가 다채롭다. ILO 토론회에서 퀴즈로 나온,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한계를 진단한 아인슈타인의 글도 이 책 안에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가 근로대중의 지속적인 구매력 약화에 있다는 점을 진단하고. 그 해법으로 조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제 설정을 주장한 이 글은 1920년대에 쓰였다. 스웨덴 복지국가의 설계자 에른스트 비그포르스가 대담한 공공사업과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주장한 시기보다도 이르다.
P 24 통합보다는 분열에 어울리는 요소를 훨씬 더 많이 갖춘 스위스가 2010년 말 현재 1인당 국민소득 7만 달러가 넘는 부자나라이자 사회 통합성이 매우 높은 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공존을 위한 정교한 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그 원리는 부분을 넘어선 전체의 균형을, 마치 공중을 나는 새의 눈으로 바라보고 고민하는 조감적 사고다.
P 27 2010년 2월, 서울에서 온 친구의 가족을 안내하면서 위대한 지성이 머물렀던 그곳을 창문 틈 사이로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처음 가졌는데. 그 소박함에 놀랐다.
P 34 위기를 맞았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 결정자의 열린 생각이라는 점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스위스 연방 정부의 대응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발상을 바꾸면 위기는 새로운 기회가 된다.
P 37 어려움이 닥치면 개별 국가가 가진 경쟁 철학과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가 더 분명해진다.
P 43 무한 경쟁의 다른 이름은 차별이다
P 49 직접경쟁을 하는 사람도 괴롭고,바라보는 사람도 즐겁지 않다. 승패에 목매는 경쟁이 아니라 자기가 가진 장점과 개성으로 즐기는 경쟁이 아름답다.
P 51 실패해도 패자 부활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믿음이 그들을 천재로 만들었다.
P 54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1년 5월 능력있는 한국 청년의 창업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꿈은 낮춰 잡도록 몰아가는 사회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P 66 미안마와 방글라데시 국경에서 2년간 로잉가족 난민 구호 활동을 했던 채수은씨는 난민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인권유린을 막기 위해 노력했던 생생한 경험담도 들려주었다. 그러나 이어진 후배들의 질문은 맥 빠지는 것뿐이었다. 서류심사에 통과하기 위해선 어떤 스펙을 적어놓는 게 좋은지, 국제기구에서 요구하는 해당 분야 실무 경험을 학위로 대체할 수 있는지, 한국 대학에서 받은 학위도 통하는지 등 국제기구 취업에 필요한 테크닉에 대한 질문이 전부였다. 노동, 인권, 보건, 난민, 무역, 정보 통신, 특허 등 특정 분야에 관심을 갖고 질문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특정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어디가 됐든 국제기구에 취직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P 68 엄마가 멀리 국제기구 인턴 진출까지 풀 서비스를 하는 셈이다.
P 81 첫째는 관리직보다 높은 연봉, 둘째는 현장 담당자가 복잡한 보고 절차 없이 의사를 결정 할 수 있는 권한. 셋째는 아들이나 조카뻘인 젊은 후배기술자와 격의 없이 대화하면서 60세가 넘어서도 활발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이다. 승진에 목을 맬 필요가 없으니 불필요한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없고. 한 직장에서 3~5년 이상 머무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로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고 스카우트가 활발하니 맡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쿨’한 노동환경이 만들어진다는 거다. 아무리 명문 대학을 나오고 직장 내에서 좋은 성과를 냈더라도. 적절한 때 승진하지 못하면 40대 중반 이후에 벌써부터 자리를 걱정하며 불안에 떨어야 하는 우리 현실과 비교할 때 어느 쪽이 더 행복할까 대학 진학률이 놓지 않아도 강한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는 ‘스위스 패러독스’의 비밀은 결국 경쟁의 경로를 분산하는 데 있다. 그 구체적인 방법은 대학 진입의 문을 높이는 대신. 비대학 출신자가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히고 대졸자 와의 임금격차를 없애는 것이다.
P82 스위스에서는 어디까지나 공교육이 중심이다
P 85 국가는 국민교육에 대한 의무뿐만 아니라 과도한 경쟁으로 불평등이 구조화되지 않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 한데 지금 한국의 교육은 공공의 통제를 벗어나 있다. 교육현장이 심판 없는 집단 난투장이 돼버린 사이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진로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가 됐다.
P 98 세상은 품앗이다. 남의 밭매기를 먼저 도와줘야 내 논에 모내기를 할 때 일손을 기대할 수 있다.
P 99 이처럼 조세부담률이 낮은데도 나를 포함한 월급쟁이가 세금 내는 게 억울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나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사람들이 세금을 덜 낸다는 것이다. 세입 면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다. 다른 하나는 내가 낸 세금이 나를 위해 쓰이는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세출 측면에서의 소외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P 100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내할 때 내는 부가가치세를 비롯한 간접세 비중이 높다. 총 지접 세율은 OECE 평균이 24.6퍼센트, 한국은 17.5퍼센트다. 부자와 서민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간접세 비중이 높다 보니 서민의 박탈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
P 101 공공복지 예산은 OECD 평균이 20.6퍼센트인 데 견줘 한국은 9퍼센트에 불과하다.
P 106 “왜 부자들을 돕는 것은 투자라 하고.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은 비용이라고 하는가” 라고 의문을 던졌다. 재벌의 투자와 고용의 효과를 분석하고 확대 포장하는 데는 급진적 지혜가 샘솟는 듯 하는 경제학자들은 보편적 복지의 효과를 계산하는 데는 입을 다문다.
P 109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서울시를 비롯한 온갖 크고 작은 지방정부까지 그럴싸한 명목을 붙여 토건 자본을 위해 돈 잔치를 벌여주고 있는 것이 눈앞에 뻔히 보이고, 감세로 혜택을 받은 재벌이 공동체를 위한 기여는 고사하고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 있는 저소득층을 향해 자극적인 말을 함부로 내뱉는 상황에서 제아무리 착한 백성이라도 흔쾌히 세금을 낼 리는 없다.
P 112 첫째, 소득 재분배 정책에 있어서 노동당은 유권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산층에 초점을 맞첬지만. 상층부에는 너무 많이 퍼준 반면 하층부의 생활을 개선하는 데는 실패했다.
둘째, 빈곤 아동 대책에 있어서 노동당 정부는 필요한 지출 규모는 과소평가하고.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의 효과는 과대평가했다.
셋째. 각종 범죄에 대한 사후 대응의 효과는 과대평가하고. 사전 예방의 필요성은 과소평가했다.
넷째. 보건 의료 서비스에 있어서도 사후 대응에 주력한 반면 공공 보건과 예방적 조치의 중요성은 간과했다.
다섯째, 교육 예산을 늘려놓고도 생산성이 하락하는 것을 방치했다.
P 113 링겐 교수가 이 책에서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즉 복지 예산의 투입은 생산성을 고려해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하고, 대상을 지나치게 세분화해서 이미 나타난 개별 현상에 분산 대응하는 방식의 지원을 하기보다는 보편적 복지 지출을 늘려 그 효과가 광범위하고 선제적으로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P 114 파이프라인이 너무 어지럽고 길어서 분명 투입구에 많은 물을 퍼부었는데도 중간의 어디에선가 새거나 고여서 마지막 수도꼭지에가서는 단 몇 방울만이 떨어지고 만 격이다. 결과적으로 고든 브라운의 정책은 복지 지출 증가가 소비와 고용, 생산성을 증가시키고 내수를 진작시켜 복지를 위한 새로운 세원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한 것이다.
P 116 엄마가 행복한 나라
P 121 이 모든 것이 부모와 자녀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P 123 아이를 부질없는 경쟁의 승자로 만들기 위해 모든 시간과 노력을 바치는 사이 엄마에게 주어진 소중한 인생은 짧아지고 있다. 매력 없는 마마보이 만들기를 그만두고 엄마는 엄마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P 132 공존 사회를 설계할 때 으뜸이 되는 원칙은 사람을 중심에 두는 일이다. 공존의 기술을 적용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면적 사고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산업부문이나 약자 계층이 사회의 다른 구성원에게 부담이 되는 존재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런 부문이나 계층 역시 전체의 가치를 높이고 활력을 불어넣는 원천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농업은 농축산물을 생산하는 1차 산업인 동시에 관광업이며. 복지와 치유의 공간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각 부문이 갖는 다면적 가치에 주목할 때 한층 더 섬세하고 유기적인 설계도를 그려낼 수 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전쟁터에서든 정치 현장에서든 한 가지 목표만을 놓고 전략을 세운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늘 상대보다 앞설 수 있었고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게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의 분석이다. 카이사르가 했던 것처럼 정책을 세울 때도 반드시 복합적인 효과를 두루 고려해야 한다. 공존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이 각자의 몫을 감당해야 한다. 그 몫이란 이를테면 지역 현안에 관한 주민 투표에 적극 참여하거나 자전거를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해서 사전 교육을 받는 일, 애완동물을 입양했을 때 세금을 내는 일 같은 것이다.
P 134 스위스는 일정 시간 이상 소나 말 같은 가축을 야외에 내놓고 자연 상태로 방목하면 보조금을 주도록 법률로 꼼꼼하게 규정하고 있다. 가축은 들판을 유유자적 오가면서 돈을 벌고 있는 셈이다.
P 138 스위스에서 농업 보호;는 아예 헌법에 보장돼 있다. 스위스 헌법 104조는 지속 가능하고 시장 지향적인 생산 정책을 통해 농업이 식량의 안정적 공급. 자연 자원 보호 및 농촌의 보존. 인구의 분산 등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P 145 제네바 시민은 자신들의 ‘1시간 더 여유롭게 장을 볼 권리‘ 보다는 노동자가 현행대로 퇴근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쪽에 손을 들어줬다. 대형 슈퍼마켓 영업시간 연장을 내용으로 하는 주민 투표 발의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8년, 현행의 마트 영업시간이 정착된 이후 2002년에 한 번 연장 시도가 있었는데 그때도 부결됐다. 자신의 불편을 감수한 제네바 시민의 선택에는 우선 프랑스어권 특유의 똘레랑스 문화가 담겨있다. 똘레랑스를 흔히 관용의 정신이라고 번역하지만. 역지사지라는 해석이 더 정확한 것 같다.
P 160 서울 도심에서는 지금 이 시간에도 여러 곳에서 재개발 사업이 이뤄지고 있고, 소중한 전통 공간과 ‘맛집’이 사라져가고 있다. 정확한 통계를 찾기는 어렵지만. 아마 한국전쟁 때 포탄이 파괴된 건물 보다 토건족의 굴삭기에 무너져간 건물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서울 시내에서 재개발이 이루어지게 되면 그곳에 살던 원주민은 인근 경기도의 위성도시로 밀려나야 한다. 위성도시의 인구가 증가하면 그곳에 또 건축 붐이 인다. 사람이 한곳에 정주하지 못하고 토건 자본의 장기판에서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졸卒’ 취급을 받고 있는 셈이다.
P 167 유럽의 교통 위반 단속 규정은 부자에게 엄격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관대하다.
P 168 부자도 대부분 예의를 지킨다. 스위스의 거리에서는 모델 번호가 없는 고급 사양의 벤츠나 BMW, 아우디 등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차량 뒷면에 ‘벤츠 500’ 이니, ‘BMW 700’이니 하는 숫자가 없는 차다. 차 주인이 주문을 할 때 모델 번호를 부착하지 말아달라고 특별한 부탁을 한 경우다. 고급사양의 차량임을 과시하는 것이 속물적이고 점잖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 169 유럽에서 가장 눈에 띄는 교통 체계는 ‘라운드어바웃roundabout'이다.
P 178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꾸준히 관심을 갖는 각성된 시민이 정책 결정과 경로 변경에 참여할 수 있는 합법적인 수단을 확보하면 놀라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여기에 전문가 집단의 지원이 결합되면 효율성은 더 높아지고 시행착오는 줄어들 것이다.
P 190 이 도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 시립 도서관이다. 도심 한복판에 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는데 건물 외벽이 대형 유리창으로 돼 있어서 넓은 잔디 광장. 공원. 호수를 한눈에 볼 수 있고. 밝고 부드러운 조명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나는 곳이다. 서울로 치면 남산이 보이는 명동이나 여의도 공원을 낀 금싸라기 땅에 공공 도서관이 있는 격이다. 도서관 밖 잔디 광장에서도 시민이 점심시간에 샌드위치와 바게트를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여기저기에 마음 내키는 대로 누워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볼 수 있다.
P190 안산 시민 중에는 동계 올림픽 유치에 반대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2011년 5월 로잔 올림픽 박물관에서 열린 마지막 후보 도시 유치 설명회 현장에까지 유치를 ‘저지하러’온 시민이 있었다. 이유는 동계 올림픽이 열리면 환경이 파괴되고 물가가 오른다는 거였다. 평소 도시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니 이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그래서 정작 개최 도시 발표가 있던 날 현장 분위기는 취재차 찾아간 안시의 시민들의 탈락 소식에도 그다지 실망하는 기색이 없었다. 명품 국가를 만드는 것은 시멘트가 아니다. 깨어 있는 시민이다.
P 194 직접민주주의 제도인 국민투표와 주민 투표를 통해 나타난 결과가 반드시 사회의 진보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P 195 한 사회는 특정 시기에 진보할 수도 있고. 보수로 희귀할 수도 있다. 외부적인 요인에 강한 영향을 받을 때도 있다. 이럴 때 직접민주주의 제도는 특정한 경향으로 쏠림 현상을 가속화시킬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민심은 서류에 따라 변한다. 중요한 것은 주권자인 국민이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통로를 상시적이고도 제도적으로 열어두는 일이다. 일시적 급진이나 퇴보를 두려워해서 언론에 통제를 가하면 그땐 정말 큰일이다.
P 207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것이 시민 교육이다. 브라질에서는 현재 시민사회 리더를 중심으로 시민의 전문성을 키우고. 가진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네트워크를 만들려는 노력이 진행중이다. 지식과 경험을 나누면 시민사회의 힘은 커지고. 정부정책은 한층 더 구체성을 갖게 되며 창의적 에너지를 공급받게 된다는 이 아이디어는 세계적인 차원에서도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P 210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이번 논의에 참여한 시민사회 기구cso,civil society organization 대표자의 태도였다.
P 211 2011년 ILO총회는 비정부기구 시민사회기구로 진화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 됐다. 내가 보기에 NGO와 CSO는 책임성과 참여라는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NGO는 지역,국가. 국제적으로 자발적으로 조직된 비영리단체로서 ‘비정부성’을 강조한 개념이다. 정부를 테제로 둔 안티테제다. 비정부성을 강조하다 보니 정부와 일정한 거리를 둬야 조직의 순결성이 유지될 수 있다는 막연한 강박이 항시적으로 기저에 깔려 있다. NGO가 가진 아이디어를 정부 정책에 반영시키고 실제 시민의 삶을 변화시킬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하기보다는. 되든 안 되든 최대한 명분과 당위성을 강조하는 쪽을 택했다.
P 214 변화에 참여하는 것은 젊게 사는 방법이기도 하다. 스위스 국민은 서방 선진국 중에서 가장 오래 살고 가장 늦게까지 일한다. 연금 등 사회 안전망이 탄탄하게 갖춰져 있어서 생계 활동에 대한 부담이 없는 노년에는 자원봉사에 열심이고 정당 시민 단체에도 적극 참여한다.
P 215 시민이 자신이 속한 집단과 계층의 진정한 이해에 눈을 뜨면 그것이 날줄이 되고. 이해의 한계를 넘어서 연대의 필요성을 각성하면 씨줄이 된다. 날줄과 씨줄이 촘촘하게 그물처럼 엮이면 빈곤선 이하로 추락하는 약자를 보호하는 사회 안전망이 되고. 기득권을 가진 이들로부터 양보와 동의를 받아내는 압력 수단이 될 것이다.
P 230 한국식 무한 경쟁이 ‘나쁜 경쟁’인 이유는 단지 비인간적이라서만은 아니다.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탈락한 다수를 재기 불능의 잉여 세력으로 방치해두고. 승리한 소수 역시 사회 발정의 창조적 동력이 되지 못하는 경쟁 체제를 더는 지속해서는 안 된다. 목표와 경로를 다양화하고 패자에게 여러 번의 부활의 기회를 주는 경쟁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까닭은 단순히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아니다. 유럽의 앞선 나라가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이 길이 더 생산적이기 때문이다. 경쟁의 경로가 다양해져야 개인의 장점이 최대한으로 발휘되고. 패자 부활이 원활해야 재능을 가진 이들이 두려움 없이 도전해 나설 수 있으며, 거기서 일궈낸 성과는 사회 전체에 확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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