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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외국 여행에 대한 기대를 품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때로는 휴가나 방학에 맞추어 그것을 실천하곤 한다. 비교적 길지 않은 기간의 외국 여행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을 돌아다니는 일정으로 채워져, 다시 돌아왔을 때 그 경험이 새로운 삶의 활력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여행은 이렇듯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되돌아온다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에, 경제적 여유와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다면 비교적 결정을 내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유학이나 이민과 같이 장기간 동안 외국에서 머물며 생활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에는 많은 용기와 결심이 필요하다.
이미 웹툰으로 잘 알려져 있는 <Daily Frane>는 적지 않은 나이에 유학생으로 프랑스에서 생활했던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학비를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유학생의 생활은 여행자의 그것과는 현저하게 다를 수밖에 없을 터이다. 아무리 준비를 한다고 하더라도 언어에 대한 벽이 어느 정도 존재하고,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자린고비처럼 생활해야만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각각이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내용은 유학생으로서 맞닥뜨린 낯선 환경이라 할 것이다. 더욱이 동양에서 온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유 없이 맞닥뜨린 인종차별과 성차별적인 상황은 그야말로 외국 생활의 좌절감을 안겨주는 주된 요인이라 할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프랑스를 ‘톨레랑스’의 정신이 살아있는 곳으로 알고 있었다. 흔히 ‘관용’이라고 번역되기도 하는 톨레랑스는, 오랫동안 프랑스에서 망명 생활을 했던 홍세화의 책을 통해서 더욱 많이 알려졌었다. 하지만 최근 뉴스를 통해 접하는 프랑스의 상황은 ‘톨레랑스’의 정신이 다소 퇴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혹자는 그것을 경제 상황의 어려움에 처한 유럽에서 난민 유입을 반대하는 것으로 표출되는 극우파들의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을 제시하기도 한다. 물론 이 책에서는 이러한 정치적인 문제는 거론되지 않고, 단지 프랑스에서의 유학생 생활에 대한 개인적인 단상으로 형상화되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저자가 느꼈던 생활상의 불편함이나 차별적인 상황은 당시 프랑스 사회의 분위기와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는 책의 1권에 이어 2권을 계획하고 있다고 적어놓고 있다. 1권에서는 유학 기간 동안 잠시 한국에 돌아와서 쉬다가, 다시 돌아가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2권에서는 이제 개인적인 에피소드들과 함께 프랑스 사회의 문화적인 면들도 제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동안 사람들에게 프랑스는 ‘예술과 낭만’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물론 프랑스 사람들은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고, 문화를 즐기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표출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곳도 결국 사람이 사는 곳일 터이니, 생활하면서 느끼는 소소한 불편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러한 불편함을 극복하면서 유학 생활을 마쳤기에, 저자는 다시 한국에 돌아와 자리를 잡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저자에게는 추억으로 남았을 프랑스 유학 생활의 면모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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