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 편의 작은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작년 말복 무렵의 일입니다. 조성길 집사가 남선교회 회장을 맡았을 때, 남선교회 주관으로 동녘의 몸보신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조성길 집사는 한껏 들떠 준비했고 준비하는 내내 즐거워 보였습니다. 며칠 후, 애쓰던 모습이 떠올라 “힘들었지?”하고 물었더니 갑자기 조성길 집사가 자세를 바로 세우고 두 손을 배 위에 다소곳이 안착시키고는 눈을 반짝이며 말합니다. “필우야! …… 나 기뻤어!”
짐작과는 다른 그 말에,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그 진심이 담긴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저의 그 물음이 되레 무색해졌습니다. 모른척하며 장난말로 “예수 납시었네.”하고 돌아섰지만 내내 그 말이, 그 모습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나사렛 예수의 길은 바로 저런 삶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힘듦이 아닌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저 마음으로부터 그는 자신을 지키고, 자신을 살리는 길을 걷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이 오신다면 가장 먼저 어디에 오실까? 하고 동료들과 우스갯소리로 이야기를 나눈다는 김지애 목사의 지난 설교가 맴돌아 한참을 생각해 봤습니다. 그러다 문득, 다시 오실 예수님이 제일 먼저 어디에 오실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단지 부활 후 예수님은 지금까지 계속 우리에게 오시고 있다는 그 사실이 중요함을 알았습니다.
우리가 예수의 마음으로 무언가를 할 때 그곳에 예수님이 함께 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의롭고 선한 일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는 삶’이 부활한 예수의 제자로 살아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의 삶이, 우리가 하는 일이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런 삶이야말로 ‘나를 지키는 일, 남을 지키는 일이요. 나를 살리는 길, 남을 살리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12년이 지났습니다. 그간의 행적과 기억들이 모여 매년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그들을 향한 진심 어린 위로가 꼭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가 우리 삶 속에서 세월호를 잊지 않기를 그래서 다시는 이런 아픔이 있지 않기를 또한 바랍니다.
너무도 허망하고 안타까운 죽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멀리 떨어진 곳의 일이지만 전쟁은 결코 남의 나라 일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무고한 생명이 스러져 간다는 그 참혹한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결코 전쟁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그 무엇에도 생명을 해하는 일에 항복해서는 안됩니다. 전쟁 속에서도 생명은 태어나고 봄은 옵니다. 이렇듯 평화도 어서 찾아오기를 바라봅니다.
동녘 밖에 그리고 동녘 안에 있는 우리를 위해 기도합니다. 신을 믿는다는 것은 어쩌면 기적을 믿는다는 것과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 그것이 눈앞에 보여지는 어떤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지라도 우리는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 있음을, 평안해지고 있음을 그리고 무언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믿음이 이기네, 사랑이 이기네’하는 찬양 구절이 우리 마음속을 늘 울려 우리의 삶을 다독이는 따듯한 위로와 격려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마지막으로 지난주에 읽은 시집 속의 시 한 편을 함께 읽으며 기도를 마치고자 합니다.
봄꽃 같은 / 전미정
어머니 당신은
삶이 숭숭 구멍 날 때마다 / 더 강렬한 불꽃을 일으키는 바람
당신은 / 삶에 지치면 지칠수록 / 더 시퍼렇게 파도치시는 / 새벽 깊은 강
삶의 뼈마디 쑤셔올 때마다 / 따스하게 파고드시는
당신은 / 봄꽃
아름다운 시를 함께 나눌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드립니다. 우리에게 부활하는 삶을 알려주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