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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학교의 한 학기가 또 마쳤다.
일년에 두 차례의 학기 때문인지 1년이 금방 지나가는 듯 하다.
새 학기를 시작하고 마치고, 또 시작하고 마치고 하면 한 해가 훌쩍 지나가 버린다. 하나님께서는 이 땅에서 나에게 한글학교라는 사역을 시작하게 하셨다. 모든 사역의 처음이 그러하듯 반신반의하게 출발하고, 반의는 시간이 지날수록 반신에 점령되었다.
교민자녀로 시작한 한글학교였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한글학교는 한인 자녀만을 위한 사역이 아닌 현지인들을 만나고 현지 젊은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장이 되어야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면서 서서히 나도 한인학교의 비중은 줄여갔고, 현지인들을 만나고 대하는 한글 어학당을 중심으로 일하게 되었다.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글을 처음 가르칠 때만 해도 기껏해야 사설 개인 레슨 수준이었지만, 그런 모임을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학생들이 찾아오게 하시고 또 어학당으로 조직화 되게 하시고, 많은 사람들을 붙여주셔 이모저모 모양을 갖추게 하셨다. 기껏 열명 남짓 수준의 초기 모임이 어느 해부터 20~30명이 되더니 그 후 60~70명까지 되게 하셨고, 코로나가 지난 지금은 이전만큼은 아니더라도, 한글 학교에 애착을 갖고 다니는 현지 학생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은 하나님의 은혜와 돌보심이 아닐 수 없다.
원래 복음을 전하러 왔지 한글을 가르치러 온 것이 아니었기에, 가끔씩은 망설여지고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를 통해 현지인들을 만나 복음을 전할 기회가 되길 바라는 소망 가운데 기도했는데 하나님께서는 그 기도에 응답해 주셨다.
크로아티아에 현지인들이 지천에 깔려 있어도 복음을 전하는 검은 머리 동양인인 내겐 멀고 먼 객체일 뿐이다.
그들은 나와의 첫 만남에 반겨주고 친절할지 모르나 복음과 십자가, 심판과 구원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하면 이내 거리가 멀어지고 어색해지고 불편해진다. 그래서 어떨 땐 현지 교회로 들어가서 사역하면 좋겠다는 충동도 있었다.
하지만 예수를 이미 아는 자들 말고, 전혀 모르는 자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는 '교회'가 아니라 '학교'임이 분명했기에 '학교'를 고수했다.
처음에는 학교 안에서 어떻게 성경을 가르칠까? 고민만 하다 한 학기를 그냥 보내버린 적도 있다.
한글 배우러 온 학생에게 성경을 가르치겠다고 할때 그들의 거부와 암묵적 저항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선교사가 믿음으로 전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이러다 어장에 찾아온 물고기들까지 다 놓쳐 버리면 어떡하나?"하며 두려워 고민만 하다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하지만 학교의 존재 목적이 한글을 가르치는 것보다 더 우선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것이기에, 전하다 학생과 교사들이 다 도망치고 떠난다하더라도 그것도 주의 뜻이며 내가 감내해야 할 십자가인 줄 믿고 성경수업을 개설하여 수업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형편없이 보잘 것 없고, 오는 이도 없었던 성경수업에 어느 해부터 소수의 학생들이 나오게 되고, 예수에 대해서 듣기 시작하면서, 그냥 문화적으로 믿기만 했지 전혀 예수가 누군지도 몰랐던 그들이 예수를 서서히 알아가기 시작했다.
진정 하나님께서는 한글학교의 설립 목적대로 이 곳을 복음 전하는 장으로 사용하셨고, 이를 통해 복음이 전해지고, 모임마다 기도할 수 있게 하셨다.
이번 2022년 1학기는 의미있는 학기다. 지난 2013년 한글어학당을 개설한 이래 9년만에 4년을 다닌 2명의 졸업생들이 나왔다.
대학도 아니고 전문 어학원도 아닌, 심지어 선교사가 성경을 가르치기까지 하는 한글학교에서 4년을 꾸준히 다닌 졸업생들이 배출된 것이다. 다음 학기에도 계속 졸업생들이 배출 될 예정이다. 졸업생 중에는 다시 학교의 교사가 된다.
이젠 졸업생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졸업여행을 가야겠다는 꿈을 꾼다. 그들은 학교 안에서 4년 동안 복음에 이미 피폭된 자들이다. 그들이 사모하는 한국방문과 더불어 한국에서의 복음의 은혜를 더욱 누리게 해 주고픈 마음이 있다.
주께서 지금까지 이루셨고, 또 장차 이뤄주시길 기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