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에는 지극히 당연한 내용을 제목으로 달고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 폭력으로 대응할 수도 있지만, 대체로 시민운동은 비폭력을 전제로 해야만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공감을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의 무능을 비판하고, 끝내 탄핵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던 ‘촛불시위’도 비폭력으로 진행되었기에, 수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가능했고 끝내 기대대로의 결과를 얻어냈었다. 그러한 결과는 우리의 현대사를 통해서도 충분히 입증되고 남음이 있다. 그러나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은 누군가의 희생과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 위에서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결과를 위주로 분석한 이 책의 내용에 공감을 하면서도,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 헌신했던 사람들의 희생과 고통이 조금은 덜 부각되었다고 느껴졌다.
단지 이론과 당위만이 아닌, 전세계에서 진행되었던 반정부 시민운동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논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이 지닌 강점이라고 생각된다. 두 사람의 저자들은 1900년부터 2006년 사이에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폭력 및 비폭력 사례 323건을 분석해 연구했다고 한다. 개개의 사안이 담긴 조건과 배경이 다를 수밖에 없기에, 이들의 분석 작업이 매우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세계 각국에서 발생했던 사례를 통해서 이끌어낸 결론은, 아마도 이들이 처음 세웠던 ‘비폭력 운동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에 정확히 일치했을 것이다. 그러한 결론은 구체적인 사례를 분석하지 않더라도, 이론적으로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사례들을 검토하고 분석하는 작업 자체가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 3부로 구성된 목차는 1부의 ‘시민 저항운동이 효과가 있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모두 3개 장에 걸쳐 저자들이 분석한 사례들을 개략하고 그 이론적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3개의 장에는 각각 ‘비폭력 저항운동의 성공’과 ‘비폭력 저항운동과 참여’ 그리고 ‘시민 저항운동의 성공에 대한 또 다른 설명’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저자들은 여기에서 폭력적 저항운동과 비폭력 저항운동의 사례를 비교하면서, 그것이 일어나게 된 원인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비폭력 운동이 시민 저항수단으로서의 대중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가설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홍콩 시위 사태를 통해서도 입증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 결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강력한 무기를 지닌 상대를 마주하면서 싸워야만 한다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2부는 모두 4장에 걸쳐 4개국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분석한 ‘사례 연구’로 이뤄져 있다. 여기에서는 2건의 성공 사례와 1건의 부분적 성공 사례, 그리고 1건의 실패 사례를 다루고 있다. 예컨대 4장의 ‘이란혁명(1977~79)’과 6장의 ‘필리핀 피플 파워 운동(1983~86)’은 성공 사례로 지칭되며, 그 전사로부터 운동의 전개 과정부터 상세히 설명되고 있다. 부분적 성공 사례로는 5장의 ‘팔레스타인 인티파타(1987~92)’를 다루고 있는데, 비폭력으로 진행되던 운동이 폭력을 수반한 저항이 함께 진행되면서 끝내 부분적 성공을 거둘 수밖에 없음을 증언하고 있다. 또한 7장에서 실패한 사례로 ‘버마의 봉기(1988~90)’을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운동의 결과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는데, 특히 팔레스타인은 강한 정보력과 무기를 지닌 이스라엘의 폭력적인 통치로 인해, 비폭력으로만 대항할 수 없었던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 할 것이다.
3부에서는 ‘시민 저항운동의 의미’라는 제목으로, 이들 국가에서 진행되었던 운동 이후의 상황을 간략하게 정리하면서 그 의미를 짚어내고 있다. 결국 저항의 상대는 강력한 방어수단과 정보력을 지니고 있기에, 시민운동이 얻어낼 수 있는 결과는 매우 지난한 과정일 수밖에 없다 하겠다. 더욱이 세계 각국의 통치체제나 민주화의 정도 그리고 시민들의 인식 수준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들을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비폭력으로 성공한 시민운동이라고 할지라도, 그 이후에 전제적인 통치자가 나타나는 것을 목격하기도 한다. 예컨대 이 책에서 성공한 사례로 분석되었던 이란은 이슬람 세력에 의해서 장악되었고, 필리핀은 포퓰리스트인 두테르테가 정권을 잡고 있다. 때문에 성공 이후의 결과물을 잘 지켜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고 생각한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