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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하던 눈이 어느날 불의의 사고로 인해 보이지 않는다면 어떨까? 아마도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 들 것이라고 생각된다. 선천적인 시각 장애인으로서의 삶도 힘들겠지만, 후천적인 요인으로 어느날 갑자기 장애를 갖는 경우 그 절망감이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어느날 갑자기 시력을 잃은 아이가 겪는 정서적 충격과 시각 장애인용 지팡이인 ‘케인’에 대한 심리적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로 인한 혼란, 그로 인해 자존감이 상실되어 정서적인 충격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하겠다. 그리하여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환경에서 지팡이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시각 장애인의 모습이 잘 그려지고 있었다.
주인공인 ‘나’는 어느날부터 잘 보이던 사물들을 서서히 볼 수 없게 되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살아야만 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주인공 ‘나’는 ‘늘 다니던 길에서 넘어지고, 계단에서 구르고’, ‘찻길인지 모르고 걷다가 차에 치일 뻔’한 경험을 겪기도 한다. 몸이 불편해지면서 세상에 대한 마음도 닫혀지게 되어, 가족들과도 이전과 같이 행동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아마 부모의 시각으로 본다면, 자식이 잘못된 상황이 모두 자신의 탓인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래서 변덕스러운 자식의 반응에 ‘엄마가 사과하는’ 상황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불편한 몸으로 마주선 ‘나는 자주 세상을 향해 짜증을 부리고 화를 내’면서, 스스로 ‘점점 더 못된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고 느끼게 되었다. 나는 시각 장애인이 사용하는 ‘흰지팡이 케인’을 만났지만,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창피해 하며 애써 케인을 감추기도 하였다. 케인은 ‘나’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도구이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애써 회피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다시 일상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고, 시간이 흘러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졌을 때 비로소 ‘케인’은 ‘나’의 새로운 친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비장애인인 우리가 평소 주위의 장애인들에 대해서 어떤 마음을 갖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표현들이 때로는 장애인들에게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안겨주기도 한다. 또한 장애인을 폄하하는 우리 사회의 그릇된 편견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장애인들은 단지 불편할 뿐이지, 우리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이라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과 더불어 함께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그런 이유로 중요한 것이라 하겠다.
점자 도서관에서 만난 또 다른 아이가 타인들의 시선 때문에 ‘케인’의 사용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깨달음을 얻고 주인공은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기로’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이 삶의 주체라는 것을 자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책에서는 그 과정을 아주 간략히 정리하고 있지만,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까지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의 의도가 잘 읽혀졌는데, 이제는 주위의 장애인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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