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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삶은 계란’이라는 분식집의 메뉴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적지 않았다. ‘삶’이라는 명사와 ‘삶다’라는 동사의 어간이 동일하기에, 그것을 ‘인생은 계란과 같다’라고 해석하여 다양한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다. 계란이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탄생되는냐, 아니면 그저 사람들의 간식거리로 사라지느냐는 누군가의 한순간의 선택에 의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인생도 어느 한순간의 선택에 의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교훈을 곁들이기도 했다. 물론 따지고 보면 모든 계란이 다 병아리로 부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자못 진지한 어조로 그것에 대해 논하던 분위기가 그려지기도 한다.
처음 <삶은 토마토>라는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언뜻 이러한 생각이 떠올랐다. 저자는 아마도 이러한 의미를 염두에 두고 제목을 지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동일한 제목의 웹툰에서는 토마토를 그리 좋아하지 않던 연인과 헤어진 후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홀로 ‘삶은 토마토’를 먹는 에피소드가 그려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자신이 먹었던 음식들에는 대체로 그와 관련된 사연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때로는 강렬한 기억을 동반한 음식도 있지만, 때로는 불현듯 떠오르는 추억이 깃든 음식도 있기 마련이다. 저자는 14개의 음식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해당 음식과 관련된 소재를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그리고 대부분의 에피소드들은 사랑과 이별을 중심에 두고 내용이 진행되고 있다.
어느 정도의 시차를 두고 연재를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을 보면서 저자가 그림과 함께 내용을 적절히 소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는 능력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자신의 경험이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소재를 취해 구성되었을 것이라 여겨지지만, 그러한 소재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화하는 것도 역시 작가로서의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 아마도 저자는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를 기울이면서 잘 들어주는 사람일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기에 비빔국수와 파스타와 같은 음식에서부터 ‘메로나’와 ‘사브레’처럼 특정 상표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시선에 포착된 소재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지니고 이야기로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국물이 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나는 국수를 먹으면 항상 잔치국수를 선택한다. 물론 냉면을 선택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아내와 함께 국수가게를 찾는 경우, 이 책에서처럼 서로 다른 것을 시켜서 조금씩 나누어 먹곤 한다. 또한 별다른 반찬이 없더라도 때로는 쌀밥 자체만으로도 맛있게 끼니를 해결하기도 한다. 특히 바람떡은 아내와 어머님이 함께 좋아해서, 혹시 잔치에 다녀올 경우 특별히 부탁을 해서 조금만 싸달라고 하여 집으로 가져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나머지 먹거리들은 자주 먹는 편도 아니고, 특별한 기회가 생겨 어쩌다 한번씩 먹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여기에 소개된 대부분의 먹거리들은 나에게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웹툰의 독자들이 대부분 젊은 사람들일 것이라고 생각되기에, 저자는 그러한 측면을 고려하여 소재를 취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하여 그동안 즐기지 않았던 타코야키나 마카롱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었던 것도 수확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된다. 이 책에서 소개한 것처럼 언젠가는 타코야키를 안주 삼아 맥주를 먹을 기회를 가져보겠다는 마음을 먹기도 했다. 또한 더위를 심하게 타는 나는 여름철에는 이 책에 소개된 메로나를 즐겨 먹기도 한다. 아마 자주는 아니겠지만 앞으로 여기에 언급된 먹거리들을 먹으면서 이 책의 내용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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