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는 무엇에든 쾌감을 줍니다. 중요한 경기일수록 그 강도는 더욱 강해집니다. 경기를 치르는 당사자들도 그러하겠지만 응원하는 관중도 비할 데 없는 쾌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승리를 갈구합니다. 반면에 패배를 하면서도 쾌감이 아닌 감동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중에서 어느 쪽이 강도가 셀까 생각해봅니다. 흔히 심리적 반응으로서 어느 쪽에서 엔돌핀이 더 많이 분출될까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최근 유튜브에서 트로트 경연대회를 본 적이 있습니다. 두 사람이 경쟁하는데 완전히 다른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판정단의 선택이 꽤 어렵겠다 싶었습니다. 한 사람은 매우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노래도 잘하지만 그보다도 춤 솜씨가 대단하였습니다. 소위 추가점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구비한 셈이지요. 상대방은 오로지 노래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가슴을 후벼 파는 감성을 뿜어냈습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였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쾌감보다 감동이 엔돌핀도 더 많이 뿜어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네 기억도 아마 그렇게 장치가 되어있을 듯싶습니다. 쾌감은 지속성이 약합니다. 그러나 감동은 보다 오래 갑니다. 뿐만 아니라 되새길 때마다 비슷한 감정을 여전히 유지해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쾌감보다 감동을 선택합니다. 뻔히 지는 경기입니다. 선수도 알고 관람객도 알고 있습니다. 도무지 실력의 차이가 너무 판이하니까요. 문제는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마음입니다. 다만 한 번이라도 살아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그 간절함이 관중에게 그대로 전해집니다. 그래서 뛰는 선수들보다 어쩌면 관중에서 더 간절함이 표출됩니다.
어쩌면 사회적으로도 소외되고, 속된 말로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나이도 청년 하나 빼고는 모두 중년에 뒤뚱거리는 모습으로 축구를 한다니 그야말로 코미디죠. 어떻게 이런 팀을 만들어냈을까 싶기도 하고, 이 사람들이 왜 거기에 모였는지 알고 있기나 한 것인지 의구심도 듭니다. 하기야 그래도 모일만한 사람들이 그들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갈 곳도 없고 딱히 할 일도 없고, 거기 있으면 끼니는 해결될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모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도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시기적절하게 말썽을 부린 유명선수가 벌칙(?)으로 어쩔 수 없이 재능기부를 할 기회를 가지고 그 자리에 합류합니다. 원해서가 아니라 끌려온 셈입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어려움이나 고민거리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것들이 용케 서로 어울려서 한 조합을 만드는 경우가 있지요. 이 유명 축구선수 ‘윤홍대’가 홈리스 축구팀을 맡게 됩니다. 그리고 크게 돈 들이지 않고 뭔가 사회에 관심을 끌어볼 수 있는 한 건을 만들기 위해 다큐멘터리 제작가가 껴듭니다. 상황을 설정하고 걸맞는 대사를 만들고 영화를 만들어갑니다. 그런데 도무지 손발이 맞지를 않습니다. 그야 말이 좋아 홈리스지, 쉽게 노숙자들입니다. 제멋대로 살다가 조직에 응하려니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팀으로 구성하여 경기를 치른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인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아무튼 한 독지가의 노력으로 구성이 되어 세계대회까지 나가려 합니다.
오로지 후원의 힘을 받아서 유지되는 모임이기에 후원의 손길이 끊기면 그야말로 끝입니다. 그런 위기도 거쳐야 합니다. 노숙자들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상에 사연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습니까? 잠깐씩 보여주는 각 사람의 인생이 모임의 특성을 이야기해주는 셈입니다. 경제적 타격을 받은 사람이 흔히 가족을 떠나 스스로 노숙자의 길을 택하는 경우는 꽤 보았습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기댈 곳 없어서 거리를 방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교적 나은 사람은 그래도 감독으로 재능을 기부하고 있는 홍대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홍대는 홀어머니가 사기로 옥생활까지 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엄마의 의무는 제치고 엄마의 권리를 주장하는 철없는 여자입니다. 홍대의 질타가 맞기도 합니다. 홍대에게 있어서는 엄마가 인생길을 훼방하는 벌레이기도 한 것이지요. 그래도 엄마를 완전히 내치지 않습니다.
엄마를 위해 자신의 본업을 버리고 다른 길을 걷고자 하는 홍대가 고민합니다. 그런 가운데 스스로 쪽방 경험도 해봅니다.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해보려 해본 것입니다. 그리고 떠났던 그들 곁으로 돌아와 함께 홈리스 월드컵 대회에 출전합니다. 대회의 역사는 꽤 되었지만 한국은 처음 출전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실 이런 팀이 있는지도 이런 경기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글쎄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기댈 곳 없는 사람들이 희망을 꿈꿀 수 있는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알기나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관심이나 가져줄까요? 돈도 되지 않으니 광고도 홍보도 없는 모양입니다. 어쩌겠습니까, 그게 세상인데.
조금은 신파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러려니 하고 보면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낯익은 배우들의 연기도 구경할 만하고요. 특히 ‘아이유’는 영화 ‘브로커’에서도 인상 깊게 보았는데 정말 노래만 잘 하는 게 아닙니다. 속사포 대사를 찰지게 잘 쏟아냅니다. 나이 든 탓인가, 눈물도 글썽이게 합니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기에 낭비는 아니구나 싶은 생각을 하며 나왔습니다. 영화 ‘드림’(Dream)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