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의 약력
류윤모 /시인
일억 사천만 년 전부터
지구상에 현존했었다는 기원의
우포늪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한결같은 신의 사랑으로
온갖 식생을
청태 낀 질척거리는 눈동자 속에
품어 길러온 우주의 자궁
태초부터
생성과 소멸의 먼 길을
심장 박동으로 걸어왔으니
놀라워라
어림할 뿐
과학이라는 이름으로도
명쾌히는 측량해 낼 수 없는
먼 먼 우레 같은
세월의 깊이
생각해 보면 동식물 간에
살 가운 제 살 같은
물로 빚지 않은 것이 그 무엇인가
물 버드나무 그늘에서 제풀에 놀란
쇠물닭이 푸르르 날고
달개비 풀 사이 물뱀이 스르르
자취를 감추는데도
그린 듯이
뚫어질 듯
수면만을 응시하는 저 왜가리의 포즈는
허공 한 자락 접어 만들었던가
거대한 늪을 가득 채운
공존 공생의
함께 출렁거리는 양수
눈 속에 푸른 늪을 새겨
녹내장 하는 나 또한
한 방울의 물로 빚은 염색체
손잡고 걸어가는 한 쌍의
저 젊은 아베크족도
이 거대한 생태의
모자이크 한 조각이 아니던가
창조주의 뜻대로
서로 품어 응승깊이 사랑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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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의 약력
김삿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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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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