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이 읽고 싶은 詩- 이해인의 ‘행복을 향해 가는 문’, 박성우의 ‘종점’ ◈
행복을 향해 가는 문
하얀 눈 밑에서도 파란 보리가 자라듯이
삶의 온갖 아픔속에서도
나의 마음에는 파란 보리가 자라고 있었다.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 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다.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엔
내가 바라보는 사람들 모두가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을 터치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다.
종점
서울 금천구 시흥동 은행나무길 범일운수 종점에서 나는 내린다
종점 트럭행상에서 귤 한 봉다리 사서 집으로 간다
산골 종점에서 태어난 나는 서른일곱 먹도록
서울은 다 같은 서울이니까 서울엔 종점 같은 건 없는 줄 알았다
종점만 아니라면 어디든 상관없다고 오래전 뛰쳐나와
다시 종점, 집으로 간다
봄을 자신과 일직선에 놓고 바라보는 이해인은 언제나 시를 통해 자신이 구도자(求道者)임을 숨기지 않는다. 봄은 구도의 계절이다. 그러니 너와 나, 모두가 구도자인 셈이다.
박성우는 여지없이 어디서든 자신의 흔적을 폭로한다. 그만큼 자신의 삶이 곧 시라는 것을 강변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인임을 드러낸다.
난 개인적으로 박성우의 시가 좋다. 나이는 한 참 어린데 시 속에서는 형 같아서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