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기(조경희)님의 교우 단상: 사랑은 식빵을 타고 ◈
몸이 너무 무겁고 아픈 요즘이다.
허리가 이유 없이 끊어질 듯이 아프고 잠을 자는 게 괴롭다.
이런 날,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는 것은 정말 힘들다.
대학생이 되고도 1교시가 늘 있어서 고등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6시에 일어나서 준비를
하는 딸아이를 아침도 못 먹이고 보내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으로 일어난다.
와우! 그런데 오늘은 초코식빵이 식탁에 차려져 있다.
지난밤에 너무 아파서 침대에 누워있다 자식의 귀가도 꿈결 인 듯 흘려들었는데
“엄마, 나 식빵 사왔어요.” 라고 들은 기억이 난다.
그 초코식빵으로 말하자면 요즘 전북대에서 뜨는 식빵, 광주 송정역 시장 수제 식빵전문점 출신이란다.
사온 빵을 자랑스럽게 보이며 딸아이가 예쁘게 웃고 있다.
한별이가 3년 전 대학 진학을 고민할 때 담임선생님은 점수가 아까우니 자신을 믿고 모험을 해보라고 했지만, 남편은 아픈 아이니 끼고 있겠다며 전북대를 보냈다.
처음엔 공부한 만큼 나오지 않는 성적에 비관도 하고 영문과가 자신과 맞지 않는 것 같다며 힘들어 하던 아이가 벌써 3학년이 되었다.
존경하는 교수님도 생기고 작년 2학기부터 시작한 학과 사무실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하는 지 조교 쌤들이 잘해준단다.
(집에서는 머문 곳마다 자신의 영역인 듯 흔적을 남기는 아이가 학교에서는 어찌 살아 점수를 따는지 모르겠다. 밖에서는 잘 한다는 주장을 믿어야하나?) 다행이다.
영문과를 그만두지는 않을 것처럼 보인다.
군에 있는 아들이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딸아이를 키우면서 주는 소소한 재미와 깜짝 감동에
행복을 느낄 때가 많다. 학교 근처에서 맛있다는 것들 중에 집으로 가져올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사가지고 와서 맛을 보게 한다.
우리 부부는 생전 처음 보는 이쁜 것들을 구경하며 그보다 더 이쁜 아이의 재롱에 잠깐 걱정거리를 내려놓고 행복에 젖는다.
나도 예전에 학교에서 친구들이 주는 과자들을 먹지 않고 가져와 우리 엄마 아빠를 행복하게 했었던 기억이 난다. 피난 나와 어렵게 고생한 부모님은 허투루 동전 하나 쓰시지 않는 분들이기에 지금 생각해보면 별 것이 아닌 사탕 과자였는데도, “오늘은 얘가 뭘 들고 오려나?” 기다리셨다. 나는 그게 좋았다. 사탕하나 입에 넣고 말없이 웃으시는 아빠의 모습이 좋아서 나는 친구들이 주는 그 무엇도 먹지 않았었다. 그 때로 다시 돌아갈 수 만 있다면...
물론 한별이가 늘 예쁜 짓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우리 부모에게 그렇고 세상의 모든 자식이 그렇듯이 말이다. 제 딴에는 잘 하고 있다고, 밖에서는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에게 엄마 아빠한테 듣는 지적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고 똑 부러지게 대답하지만, 나는 좀 더 배려있고, 좀 더 참을 줄 아는 사랑 많은 사람으로 크기를 바란다.
“아, 엄마는 나한테 칭찬은 안해주 ...” 이렇게 말할 아이가 눈에 훤히 보이는 것 같다.^^
꾸미지 않아도 예쁜데 공들여 꾸미니 더 예쁜 우리 딸, 오늘 아침 밥 맛있게 잘 먹었네.
학교 잘 다녀오고 저녁에 집에서 보자.
엄마는 너의 엄마여서 행복하고 감사하단다. 사랑한다. 우리 딸, 임한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