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3.03.09 00:02 수정 2023.03.09 06:42
“축구 20년 해도 무명, 가수로 두 달 만에 큰 사랑 받아 얼떨떨”
프로축구 골키퍼에서 트로트 가수로 변신에 성공한 전종혁. [사진 성남FC, 전종혁 SNS]
“두 달 만에 저처럼 인생이 달라진 사람이 또 있을까요.”
올해 축구 선수에서 트로트 가수로 변신한 전종혁(27)은 싱글벙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프로축구 골키퍼였던 그는 최근 트로트 오디션에 참가해 12위에 올랐다. 100명의 도전자가 3개월간 경쟁을 펼치는 TV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참가자들과 함께 콘서트를 준비 중인 그를 7일 만났다. 전종혁은 “오디션 참가자 대부분이 가수나 가수 준비생이었다. 완전 아마추어 그것도 축구 선수는 나밖에 없었다. 힘든 도전이었는데,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전종혁은 장래가 촉망되는 골키퍼였다. 축구 명문 성남 풍생중·고를 거쳐 연세대에 진학했다. 청소년 대표(20세 이하)에도 뽑혀 김민재(27·나폴리)·황희찬(27·울버햄프턴)·나상호(27·FC서울)와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다. 하지만 프로 데뷔 후 고질적 무릎 부상에 시달렸다. 최근 1년 사이 두 차례나 수술대에 올랐다. 전종혁은 “15세 때 처음 무릎을 다친 이래로 같은 부위만 총 다섯 차례 수술했다. ‘내가 다시 예전처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지난 시즌엔 무척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트로트 오디션 참가자 모집 글을 본 건 지난해 10월 말이었다. 그는 ‘재활 후 복귀’와 ‘가수 오디션’의 갈림길에서 고민했다. 전종혁은 “사흘간 한숨도 못 자고 혼자 끙끙 앓았다. 축구는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행복한 일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무엇보다 내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매력이 있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도전을 택했다”고 말했다.
전종혁은 2020년부터 소셜미디어에 발라드를 부르는 영상을 종종 올렸는데 동료들에게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오디션은 취미가 아닌 생존경쟁이었다. 게다가 트로트 경험은 전무했다.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를 도전곡으로 정한 그는 이때부터 밥 먹고 자는 시간을 빼곤 이 노래만 불렀다.
전종혁은 “하루도 빠짐없이 도전곡을 연습했는데 어느 날 입주민 단체 채팅방에 ‘밤마다 화장실에서 노래하시는 분 목소리가 무척 달콤하다. 자주 불러달라’는 농담 섞인 요청이 올라왔다. 이 때부터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전종혁의 목소리는 심사위원과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훤칠한 키와 깔끔한 외모 덕분에 여성 팬이 많다. 그는 “축구는 20년 해도 무명이었는데, 가수로는 2개월 만에 큰 사랑을 받아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가수 전종혁의 꿈은 ‘축구장 콘서트’다. 그는 “1등이 되기보다는 노래를 통해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전종혁
출생: 1996년 3월 21일
직업: 트로트 가수(오디션 12위), 전 축구선수(골키퍼)
체격: 1m85㎝, 85㎏
축구 경력: 성남FC(2018~20년), 부천FC(21년), 부산 아이파크(22년)
친구: 김민재, 황희찬, 나상호(이상 축구선수)
롤모델: 심수봉, 박상민(이상 가수)
별명: 트롯키퍼(트로트+골키퍼)
취미: 복면가왕 시청
꿈: 축구장에서 단독 콘서트
피주영(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