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우산을 쓴 사람이 지나가는 사이로
철가방 배달통을 든 금화식당 아저씨가 보입니다.
한 손에 등산용 지팡이가 들려진 것이 몇 달 전과 다른 모습이지만
아저씨는 변함없이 오토바이를 타고
비 내리는 오늘도 배달을 나가십니다.
배달하다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가 조금 짧아지는 눈물의 시간이 있었지만
담배 피는 횟수가 조금 많아졌을 뿐
빠졌다 들어치는 파도처럼
아저씨의 배달은 오늘도 계속됩니다.
길 건너
십자가 없는 교회당
등받이 높은 의자에 앉아 유리 틈 사이로 아저씨를 바라보는 나는
어느새 아저씨의 팬이 되어
아저씨의 오토바이 소리가 나고 배달통을 가볍게 내려놓을 때는
밥통이 돈 통으로 채워졌길 기도하고
식당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오가는 자동차 수만큼이나 많아지길 기도하는
기도 도우미가 되고 말았습니다.
보랏빛 우산을 쓴 사람 사이로
금회식당 아저씨의 오토바이가 보입니다.
‘가정식 백반’
배달통에 쓰여진 글씨가 봄 꽃가루처럼 아저씨의 담배 연기에 날려가고
나의 기도는 두 번 다시 다리가 짧아지는 일이 없기를 재촉하는데
아저씨는 어느 틈에 오토바이 안장에 앉아 말 달리듯 배달을 나가십니다.
삶이라는 전장(戰場)에 나서는 21C 만주벌판 중화산동의 독립군과 그의 애마(愛馬)가
오늘도 빗속을 달려갑니다.
‘가정식 백반’의 깃발을 달고.
그래서 금화식당 아저씨는
내가 문틈으로 내다보는 세상의 주인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