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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에서 1인 가족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1인 가족’이란 말이 의미가 성립할 수 없는 것처럼 인식되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용어로 자리를 잡았다. 더욱이 취직이 점점 힘들어지면서 이른바 ‘N포세대’가 양산되기 시작하였고, 직장인들은 치솟는 물가와 집값으로 인해 결혼은 좀처럼 엄두를 못 내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 역시 직장인으로서 서울에서 ‘1인 가족’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자신의 생활과 생각들을 정리하여 서술한 것이 이 책이라고 여겨진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영화를 즐기고 책 읽기를 좋아한다는 점에서 나의 성향과 무척 비슷하다고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가 읽은 책과 영화들 가운데 내가 미처 접하지 못했던 것들이 적지 않았다. 독서와 영화를 즐긴다는 성향은 비슷하지만,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취향은 어느 정도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책의 날개에 있는 저자 소개에는 ‘현 공군 소령’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책의 내용에는 군인으로서의 모습이 전혀 짐작되지 않는다. 형이 사준 양복을 입고 면접을 보러 갔다거나, 사무실에 근무하는 평범한 샐러리맨으로서의 모습으로 서술하고 있었다. 때문에 ‘현역 군인’임을 알게 되면서, 글을 통해 풀어내는 내용들에 대해서 조금은 의아하게 받아들여졌다. 아마도 군인이기 때문에 자신의 생활을 노출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는 정도로 이해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는 대부분 자신의 독서 경험과 영화를 통해서 내용을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자연계열을 전공했으면서도 문학작품, 특히 소설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들도 챙겨 읽으면서, 그 둘 사이의 형상화의 측면을 비교한 내용들은 작품 이해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기도 한다. 문득 책에 수록된 글들에는 철저하게 저자 혼자만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지인들에 대한 내용들이 간혹 다루어지기는 하지만, 그럴 경우 해당 인물들은 그저 글을 위한 배경으로 등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자는 철저히 혼자만의 삶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되기도 했다.
그래서 책의 제목을 <우리 각자 1인분의 시간>이라고 붙였을 것이라 짐작된다. 모두 3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본문의 첫 번째에는 ‘그나마 혼자라서 다행이다’라는 제목이 달려 있다. 저자는 혼자만의 삶이 너무도 익숙해서 이제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이 익숙하지 않은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 내용들도 철저하게 혼자만의 삶에 침잠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두 번째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라는 제목으로, 혼자만의 삶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한 것이라 여겨졌다. 물론 그것 역시 저자만의 생각이기에, 독자들이 얼마나 공감하느냐의 문제는 별개의 문제라고 할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나만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데, 저자가 겪은 영화와 책을 중심으로 혼자만의 삶을 즐기는 방식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저자는 혼자서 살아가는 자신의 삶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지만, 나의 느낌으로는 30대 젊은이의 외로움이 너무도 진하게 전해졌다. 나 역시 저자와 비슷한 나이에 혼자서 살면서 영화와 책에 탐닉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그때의 기억이 환기되어 글 속에서 느껴지는 저자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도시 홀로족’으로서 자신의 경험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지만, 또한 누군가와 ‘더불어’ 관계를 맺는 것도 ‘홀로족’으로서 살아가는 방식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앞으로는 저자의 글 속에 누군가와 ‘더불어’ 살아가면서 그들과 공감하는 내용들이 점점 늘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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