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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인이 되기 위한 철학 입문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철학의 본질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다. 철학이란 학문은 자신의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철학 입문서를 표방한 대부분의 책들은 단지 철학적 개넘과 철학자들에 대한 지식만을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여겨진다. 분명 철학적 지식과 개념들이 철학에 입문하기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에 그친다면 철학의 본질과는 다소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
동서양의 철학자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통해, 그들이 지닌 사상적 특징과 철학사적 위상을 점검하는 것이 이 책의 의도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철학에 관심을 둔 이들에게 하나의 안내서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저자는 동양사상과 서양사상으로 항목을 구분하여 각각의 철학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동양사상’과 ‘서양사상’으로 구분하여 모두 15명의 철학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들의 사상과 저서, 그리고 철학사에서의 위상까지를 포함하여 비교적 알기 쉽게 간략한 정보로 요약하여 서술하고 있다. 독자들은 저자의 안내를 좇아 다양한 철학자들의 사상과 의미를 간취해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동양사상’이라는 항목에서는 공자와 노자, 부처와 맹자, 장자와 한비자 등 모두 6명의 사상가를 소개하고 있다. ‘공자, 내 눈으로 세상으로 보다’나 ‘노자,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등, 저자는 각각의 인물들에 대해 그들의 사상이 지닌 특징을 제목에서 요약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각각의 사상가들의 특징을 요약하면서 부분적으로 무리한 서술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무난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고 이해된다. 하지만 서양의 철학자들을 설명하는 부분에 비해, ‘동양사상’에 소개된 인물들의 시대나 비중이 지나치게 소략하다는 점은 충분히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을 듯하다.
이에 반해 서양에서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20세기의 니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소개되어 있다. 서양 사상가로서는 데카르트와 애덤 스미스, 칸트와 프로이트, 그리고 니체까지 모두 9명의 철학자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제시되어 있다. 이들에 대해서도 ‘소크라테스, 너 자신을 알라’나 ‘플라톤, 인간의 정신세계를 확장하다’ 등과 같이, 각 인물의 사상이 지닌 핵심적 내용을 제목으로 요약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동양사상’과는 달리, 서양 철학자들은 고대로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고루 소개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부분적으로 보완할 점이 있지만, 이 내용만을 보아서는 충분히 서양철학사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문득 이 책에 소개된 '동양사상'의 인물들이 과연 동양의 철학사를 대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서양철학의 경우 고대의 인물인 소크라테스로부터 20세기의 니체에 이르기까지 그 사상사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는 체계를 보이고 있지만, 동양의 경우 시기적으로 춘추전국시대에 해당하는 중국의 '제자백가'들과 부처만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고대 이후 중국 혹은 동양철학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이들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저자의 관념 속에는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만이 동양사상’이라는 편견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책의 독자들에게 동양의 철학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인식을 줄 수도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단지 ‘제자백가’로 칭해지는 중국의 고대철학만이 아닌 동양철학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철학사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했던 이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성리학을 정립했던 주희나 양명학을 일으킨 왕양명, 그리고 20세기 동양사상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던 간디 등도 얼마든지 ‘동양사상’의 관점에서 언급될 수 있는 인물들이라 하겠다. 자칫 이 책의 체제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동양과 서양의 철학사에 대한 편견이 작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저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동양과 서양의 철학에 대해 비교가될 수 있기에, 이러한 점은 반드시 수정되어야만 한다고 제안하고 싶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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