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로 가는 낮은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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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져 버린 낮은 다리)
없어져 추억이 된 삼호로 가는 낮은 다리
많은 사람들이 이 다리를 건너 오가고
크고 작은 사연들이 사람들을 따라 다리를 건넜다.
기쁨으로 폴짝폴짝 뛰기도 했으며
슬픔에 쿵덕쿵덕 타는 가슴 만지며 목 놓아 울며 건너기도 했다.
겨울에는 다리를 건너 과수원으로 전지를 하려가는 일꾼들
봄이 오면 낮은 다리 건너 품을 팔러 가는 사람
언제나 낮은 다리는 붐볐다.
더운 여름밤에는 농사일에 찌든 떼 씻으려 다리 아래를 찾는 촌 아낙들
옷 속에 감추어진 하얀 둔부가 희끄무레 달빛 아래 보일 듯 아니 보일 듯
장정들 꿀꺽 마른침 삼키게 하였다.
조잘조잘 말소리
호호 히히 자지러지는 웃음소리
장난기 심한 다리 위 장정들 가슴 설레게 하였다.
해엄이며 물놀이 초망치기 종발치기 너무 많아 어찌 다 말 할 수 있을까?
가을이면 잘 익은 과일들을 수레에 실고 다리 건너 공판장(共販場)으로 가는 길은 돈 길이 되었다.
겨울이면 낮은 다리 근방에는 설매 타는 젊은이들의 놀이터
눈 나리는 날
아침 멀리 동쪽 황정 강 풍경은 과히 시를 읊게 하며
서쪽 무학산을 붉게 물들며 넘어가는 해는 인생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해 준다.
일 년 365일 중 어쩌다 큰 비가와 다리가 물에 잠기면
둑에는 다리를 건너지 못하는 이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에 안타가워하기도 했다.
지금은 없어진 추억의 낮은 다리
긴 세월 동안 낮고 좁고 난간도 없는 초라한 모습이지만 말썽 한번피우지 않고 오고 가는 이들 다 잘 받아 주었다.
가끔 여름 큰물에 잠겨 하루 이틀 건널 수 없어 쉬는 날 있었지만
인간의 일생만큼 긴 세월동안 소임 다해 왔어나
어느 날 낮고 낡고 비좁다며 부셔 흔적마저 없어지고
이제는 그림으로만 남은 삼호로 가는 길
지워져 없어져버리는 인생 같이
그때 그 사람들에게 남은
기억 속 추억의 낮은 다리가 되었다.
첫댓글 금호 하면 삼호로 가는 낮은다리가 아니겠어요
그 다리는 대창치도로 가는길~
나의 인생중 삼분의일은 그 다리와 연결되었지요~흰 탱자꽃이 핀 울타리로 이어진 그길들이
소스라치게 그립군요~~~
소스라치게 그립다니 표현이 기막히군
요즘 어지간해서 놀라는 일 없으니 에너지가 소모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