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발단>이 찾은 아깝다. 이 책!
벌써 세 번째 모임이다. 이 모임은 좋은 책이 절판되는 것을 막아보자는 의미에서 시작되었다. 최영미 샘, 최영옥 샘과 함께 책을 나누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새록새록 갖게 하는 모임이다. <아발단> 세 번째 모임에서는 의미있는 두 권의 책을 선정했다.
『나에겐 검둥이란 개가 있어요』(미야자와 히로 글/스즈키 마모루 그림/사과나무 옮김/크레용하우스), 2003년 초판 1쇄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작가의 가치관이 드러나 있다. 화려하지 않은 표지 그림. 오히려 묵직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표지 그림과 제목은 오롯이 '검둥이'라는 개에게 시선을 두게 한다. 글과 그림의 서사는 텍스트와 독자와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게 한다. 그런데도 책을 덮고 나면 서서히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따뜻한 무언가가 올라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은 반려견과 함께 하는 시간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검둥이'라는 개를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검둥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강물이 흐르듯 잔잔하게 이야기한다. 반려견을 떠나 보내야 할 시간이 다가왔을 때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 책은 그 시간을 화려하게 꾸미거나 감정을 왜곡하지 않는다. 이제 애완견이 아니라 반려견이라는 인식이 자리할 수 있도록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다. 이 책이 출간된 해가 2003년이다. 이 책이 2018년에 신간으로 나왔다면 어떤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한 책이다.
독특한 그림은 감정을 고요하게 다독여준다. 글은 담담하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림 텍스트는 '검둥이'에게 맞춰져 있다. 동물을 주제로 한 여느 책들이 인간 중심으로 서사가 이루어져 있다면, 이 책은 '검둥이' 중심의 서사로 되어 있다.
여백을 활용하는 방법에서도 아이의 감정에 따라 달라진다. 잔잔하게 흐르던 서사는 '검둥이'를 찾는 아이의 마음을 역동적인 모습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검둥이'를 찾지 못한 아이의 마음에서는 흐름이 멈추어 버린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감정의 극대화는 그림의 위치도 한몫을 하고 있다. 아이와 '검둥이'가 완전한 친구가 되는 모습은 자꾸만 펼쳐보고 싶은 그림이다. 지금의 아이들, 그리고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어낼지 사뭇 궁금하다.
『마귀와 뚜기』(다시마 세이조 글.그림/백원영 옮김/여유당) 2012년 초판 1쇄
이 책은 다시마 세이조 선생님을 만나고 와서 그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다. 미처 읽어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다시마 세이조 선생님의 작가관이 깊이 와닿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책에 담고 싶은 세이짱의 이야기는 하나의 이야기만을 전달하지 않는다.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마귀와 뚜기』를 다시 펼쳐보며 그 의미를 깊게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세이짱이 『마귀와 뚜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주신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을 <아발단> 모임에서 이야기하고 싶기도 했다.
이 그림책의 의미를 되새기기 전에는 『마귀와 뚜기』의 완간을 몹시 기다리기도 했다. 그렇다고 지금은 완간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완간이 아니더라도 『마귀와 뚜기』1권에서 다시마 세이조 선생님이 담고자 했던 가치관을 고스란히 읽어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다시마 세이조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그대로 드러난 그림책이다.
'마귀'는 '뚜기'의 인사에도 쌀쌀맞기만 하다. 그런데 '마귀'가 먹을거리에 불과했던 '뚜기'를 구해주기 시작한다. 이건 단순히 먹을거리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단순한 생태서사에 다시마 세이조 선생님은 철학을 담아내고 유머를 담아내며 깊은 울림을 그려낸다.
"안녕이라고? 넌 내 간실일 뿐이야."
"내일까지 기다려, 내 간식아!"
간식을 보호하려다 어쩌다 정이 들어버린 '마귀'와 '뚜기'는 어떻게 될까? 여기에 다시마 세이조 선생님의 유머가 발휘된다. 어떤 유머들이 숨겨져 있는지는 비밀이다. 직접 읽으며 찾아보기를 바란다.
'마귀'와 '뚜기'는 어쩌다 정이 들어버리지만, 이들은 천적이 아닌가? 작가는 사마귀의 본성까지 버리지는 않는다. 살짝 숨겨놓은 그림에서 읽을 수 있는 '마귀'의 본성은 작가 의식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이런 작은 부분이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대서 뒷이야기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더 많은 이야기는 직접 독자들이 『마귀와 뚜기』를 읽으면서 찾아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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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검둥이란 개가 있어요> 모셔가요. 많은 기억들이 소환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