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잡는 법과 돈버는 법-이은집소설가
낭독-이의선
"여보! 당신도 봤소? 우리 아파트단지에 새들이 사는 것 말이요
이른 아침에 운동심아 아파트 단지를 몇 바퀴 도는게 나의 일과중 시작인데,
일년 가까이나 된 오늘에야 나는 몇 종류의 새들이 아파트의 조경으로
심은나무들에 깃들어 사는걸 발견했던 것이다.
"이유! 참!당신은 사람사는 곳이면 까치나 참새가 으례히 따라다니지 않아요?
마누라는 별걸 다 묻는다는 투로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허허! 그야 낸들 모르나? 내 말은 글쎄 까치참새 말고도 내 고향 청양에서나 봤던
콩새 박새랑 심지어 굴뚝새떼까지 날아다니지 뭐야?
정말이지 서울살이 50여년이나 됐지만 도심의 주택가에서 살아선지 동물원
에가서 말고는 고향에서 보던 새들을 본 적이 없는 것이다.
"근디 서울 사는 새들은 웬일로 사람을 무서워 안 해유! 글쎄 음식물 쓰레기 를
버리러 나가면 까치가 집비둘기처럼 다가든다니까유!
그런데 아내의 이런 토가 아니라도 우리 아파트 단지에 사는 새들은 사람을 겁내지 않아,
내가 아주 가까이에서 산책을 해도 암수컷이 짝지어 서로 희롱하 는 것이다.
글쎄! 내가 초등학교 시절 고향집에 살땐 겨울이면 새덫을 놓아 새를 잡았는데,
그때 새들이 어찌나 약은지 멀리서 쳐다만 보아도 날아가더라니까....!
그때 겨울방학이면 형이 만들어 준 새덫을 동네 밭두렁과 논두렁의 덤불에 갔다 놓았는데,
저만큼 멀리 떨어진 덤불에 멧새떼가 있는걸 보고 살금살금 근처 덤불로 다가가서
새덫을 놓을라치면 새들은 벌써 눈치를 채고서 일제히 날아가버리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아예 새떼를 의식하지 않고 아무 덤불에나 새덫을 갖다놓고서
사랑방에서 방학책을 푼다든지 마당에서 동무들과 제기차기나 자치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서 점심을 먹은 후에 슬슬 새덫을 놓은 덤불로 가서
확인해보면 어느새 멧새떼가 지나가다가 치었는지, 새덫 속에 때로는 한꺼번에
두 마리가 치어 있기도 했다.
그러면 나는 소의 여물솥에 불을 땔때 새털을 그을려 뽑은 다음에 창칼로 배를 따서
내장을 꺼낸 후 소금을 뿌려 구워 먹었는데, 이건 입안에서 뼈까지 아삭아삭 씹히는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여보!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고기가 뭔지 알아? 그래서 내가 고향에서
새덫으로 잡아먹던 새고기를 떠올리며 마누라에게 묻자 그녀의 대답이 너무나 엉뚱했다.
"고기유? 이 나이에 무슨 고기가 맛있다구 그런디야?
"으응! 그건 내가 어렸을때 고향에서 새덫으로 잡아먹었던 멧새고기가 최고
였어!
당신은 여자라서 그런 추억 없능겨?
"이유! 그런 불쌍한 멧새를 잡아먹다니....?
머슴애들은 워찌 그리 잔인했디야?
내 고향 우리집에선 닭을 많이 키워서 한겨울에두 삼계탕만 먹었다우! 근
디 요즘은 어떤 고기맛보다 돈맛이 최고예요,,, 호호호!
"어휴! 내 당신 그럴 줄 알았다구...! 그저 자나깨나 여자들은 돈돈! 돈타령뿐 이니...!
그러자 마누라가 또 이런 엉뚱한 대꾸를 해왔으니...!
"근디 당신은 고향 살때 겨울이면 새덫으로 새를 잘 잡았다면서,
돈 잘버는 법은 왜 못배웠디야?"
"아! 그건 새잡는 법과 같지! 새를 쫓아다니며 새덫을 놓으면 새들이 다 날아 가버리구,
아무 덤불에나 새덫을 놓고 기다리니까 새들이 날아와서 새덫에 치 더라구!
그렇께 돈도 억지로 벌려고 하지 말구 열심히 일한 다음에 기다리면 되 지!
누가 그럽디다! '돈과 여자와 개는 속성이 같다구! 쫓아가면 도망가고
기다리 면 돌아온다'고! 하하!"
첫댓글 ㅎㅎ 좋은 글 잘보았습니다
멧새를 잡아 먹었다는 소리는 처음 듣겠네요
나는 참새를 잡으려 좀 다녔습니다 70년 까지만 해도 서울에 포장마차에서 새고기를 팔았지요
새 한마리에 막걸리 한주전자 말입니다 오독오독 씹는 맛이 꿀맛이었지요
그리고 우리집 쓰레기통에는 비둘기때문에 못살겠어요
음식물 쓰레기 봉지를 내어다 놓으면 어느새 와서 봉지를 찢어 놓으니 말입니다
구수하고 재치있는 충청도 사투리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