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벌써2월을 보내고 3월을 맞이하며
박희종
벌써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는 2월, 하루 이틀이 부족해 허전하던 2월이 가고 말았다. 며칠을 채우지 못해 얕잡아 보는 듯한 3월에 그예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연초인가 했는데 2월이 되었고, 2월인가 했는데 벌써 가고 만 것이다. 허전함을 주고 간 2월의 마음은 온전했을까? 2월이 훌쩍 가고 3월이 온다고 별난 일이 있다던가?
허전한 2월과 서둘러 온 3월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지난 삶을 마무리하고 새 삶을 꾸며 보려는 2월과 신선함과 새로움 속에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한 3월엔 진한 삶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내 자식만은 안된다며 가난만은 벗겨주려는 열망, 처절한 삶이 담긴 2월이고 3월이었다. 지난해를 마무리하고 3월을 준비하는 2월이요, 새로움과 두려움 속에 시작하는 3월이다. 어떻게 지난해를 마무리하고, 새 한 해를 설계해야 할까? 새로움과 새 삶 그리고 새 출발의 3월을 준비하는 2월이 설레기도 두렵기도 한 이유이다.
기어코 2월은 아버지가 나서야 했다.
온 국민의 박수 속에 맞이한 새해는 얼렁뚱땅 2월로 데려다 놓았다. 지난해를 마무리하는 2월엔 늘 아쉬움도 남아있었다. 조금만 더 했었으면 하는 부모님, 조금은 더 할 걸 하는 철부지였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새 해를 준비해야 했다. 철부지도 준비해야 했고, 아버지도 신경이 날카롭다. 서둘러 온 2월엔 아버지가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외지로 나가야 하는 자식, 우선은 삶의 터전을 마련해 줘야 했고, 이것저것에 든든함도 챙겨 줘야 했다. 가난 속에 넉넉할 리 없는 삶, 야속한 하숙비와 기성회비에 새 학기 준비는 너무 버거웠다. 아끼며 숨겨 뒀던 주머니를 풀어야 했고, 자갈논은 팔 수 없어 이웃의 주머니도 빌려야만 했다. 궁핍함을 덮어 보려 밤잠을 설쳐야 하는 2월인 이유다.
설렘과 두려운 3월은 어머니의 몫이었다.
3월의 기다림이 두려웠고, 새로움이 불안했지만 3월이 되었다. 모든 것이 처음부터 시작하는 신선한 3월, 3월이 이리도 낯선 것은 왜일까?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는 달이기 때문이다. 새 출발, 새 희망 속엔 모든 것이 새로워야 했다. 새 친구를 만나야 했고, 새로운 환경을 이겨내야 했다. 낯선 가르침이 있고, 삶의 환경이 전혀 달라졌다. 지난 삶의 익숙함을 벗어내고, 새 환경에 어우러져야 했다. 새로움에 잘할 수 있을까 늘 걱정이다. 하지만, 새로움 속에 불안은 늘 어머니와 함께였다. 객지 삶엔 어머니가 동행했고, 나의 뒤엔 늘 어머니가 든든했다. 새로운 삶 속 버팀엔 늘 어머니와 함께였기에 가능했다. 돈으로만 살 수 있는 삶이 있다던가? 언제나 살아남을 수 있음에는 어머니의 3월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루하루의 삶이 너무 다양해졌다. 고개 숙이고 공부만 하던 시절이 지나갔다. 기성회비에 도시락만 있으면 책과 씨름하던 시절은 가고 말았다. 온 식구가 나서야 하는 세월로 들어섰다. 학원을 찾아 나서야 하는 학부모가 되어야 했고, 스펙이란 괴물을 만들어줘야 한다. 고단함을 함께하는 엄마와 아빠가 되어야만 했다. 새로움이 시작되는 3월은 불안한 3월이 되어 일 년 내내 계속되어야 한다.
수도 없이 생겨나는 현상들, 학폭이라 했고 언어폭력이라 했다. 인권이라고도 했으며 수도 없는 현상들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모두가 어지러워지는 3월인 이유다. 느닷없이 깜짝 놀랄 일들이 쏟아지는 세월, 내 아버지는 감당할 수도, 꿈도 꿀 수 없는 사연들이다. 어떻게 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야 하나? 어른들이 다시 밤잠을 설쳐야 하는 이유다. 새 삶을 준비하려 고단했던 2월이 지나고,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하는 3월이 찾아왔다. 새봄을 즐겨보려는 흥겨움도 잠시 접어 두고, 맞이한 3월을 고민하는 이유이다.
아름다운 봄이 찾아오는 3월, 모든 것을 접어두는 그냥 봄날이었으면 좋겠다. 연초록이 아름다운 봄을 노래하는, 달래와 냉이를 캐는 봄이었으면 좋겠다. 훈훈함이 섞인 산 바람을 찾아, 잠시 산허리를 바라보는 봄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잠시 해보는 3월의 아침이다.
오마이뉴스
첫댓글 '지난 하하를 마무리하고 새 하하를 꾸며 보려는 2월' !
감사로 꽉 찬 2월 였습니다.
3월에 못지않는 신선함과 새로움 속에 설렘을 준 2월 덕분에 춘삼월 봄을 훈훈하게 맞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