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간 독서율은 감소했지만, 도서 판매량은 증가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우려와 다르게 2020년 이후 최근까지 연평균 도서 판매량은 전체 28개 분야중 여행, 외국어 등 7개 분야를 제외하고 평균 20% 판매신장률을을 보였다. 도서시장은 때아닌 특수를 맞이했다는 분석이다.
금년도 1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실시한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의하면 국내 연간 독서율은 꾸준히 감소해왔다. 최근 1년간(2020.9~2021.8) 청소년의 연간종합 독서율은 91.4%로, 3,320명 중 약 3034명이 일반도서를 한 권 이상 읽었다. 이는 19년과 비교했을 때 0.7% 감소한 수치다. 또한,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6,000명의 연간종합 독서율은 47.5%로 약 2,850명이다. 지난 1년에 비해 약 11.4%p 감소했다.
반면, 대한출판문화협회의 ‘2021년 출판시장 통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72개 출판사 및 콘텐츠 기업의 2021년 총매출액은 약 4조 2,988억 원으로 전년 대비 6.1%(2,454억 원) 증가했다. 즉 국내 연간종합 독서율은 떨어지고 있지만, 도서의 판매량 자체는 오히려 늘었다. 독서를 하는 인구가 줄었지만, 개인당 읽는 도서의 권수는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 분들이 인터뷰를 좀 꺼려하시는 느낌이라 의견 듣기가 어려웠습니다..)
최근 국내 독서의 트랜드는 전자책이다. 국내 주요 전자책 플랫폼 기업 8개사의 총매출액은 약 4,96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7% 증가했다. 교보문고의 ‘2022 상반기 도서판매 동향’ 분석에 따르면 웹과 모바일 채널의 판매 점유율은 도합 60.7%에 육박한다.
(웹은 컴퓨터 브라우저를 통한 인터넷, 모바일은 휴대기기를 이용한 인터넷입니다.)
대학생 박 모(25,여)씨는 “읽고 싶은 모든 책을 종이책으로 구매하기에는 비용적으로 부담이 된다. 전자책 어플을 통해서 책 1권보다 저렴한 가격의 정기 결제를 통해 부담 없이 책을 대여해서 읽는 것이 경제적이고 실용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전자책은 단순히 e북을 사용하는 것에 있어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웹툰과 웹소설 콘텐츠 이용을 포함한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2021년 출판시장 통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디앤씨미디어, 대원씨아이 등 웹툰∙웹소설 출판사(6개 사)의 2021년 매출액은 약 1,640억 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8.5% 증가했다. 평소 웹소설을 즐겨 읽는 직장인 이 모(53,여)씨는 “무협, 판타지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데 웹소설 사이트에서는 출판사를 통해 나오는 소설보다 더 다양하고 많은 작품을 접할 수 있어서 좋다.”라고 전했다.
1549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오픈서베이의 ‘웹툰 트랜드 2022’에 따르면 10, 20대의 웹툰 서비스 이용률은 각 64.5%, 65.6%로 절반 그 이상이다. 특히 20대는 전체 웹툰 이용자 중 36%(900명)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년간 한 권 이상의 책을 읽는 성인 2,850명 중 78.1%(2,225명)에 해당하는 것이 20대 청년층임을 고려해본다면 유의미한 조사 결과이다.
(1549는 자료에 따르면 말그대로 15-49 연령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표기한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웹툰∙웹소설의 호황이 다시 종이책의 소비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자책’ 소비의 증가가 ‘종이책’ 소비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웹툰∙웹소설 중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들은 만화책 형식으로 재편집하여 단행본으로 출판되고 있는 점이 그 이유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1 만화 산업백서’에 의하면 웹툰 이용자(3,086명) 중 웹툰 오프라인 단행본 구매 경험은 23.1%(약 713명)로 나타났다. 좋아하는 웹툰의 단행본을 사 모으는 것이 취미인 신 모(23, 여)씨는 “웹툰을 자주 읽게 되면서 오히려 종이책을 많이 구매하게 됐다. 좋아하는 웹툰이 출판 형태의 단행본이 나오면 모바일 이외의 형태로 소장하기 위해 서점에서 종이책을 사게 된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웹툰 종이책 독자는 만화의 내용이 궁금하기보다는 즐겁게 본 이야기를 손에 잡히는 형태로 소장하기 위해 책을 구매하는 것이다.
종이책 소비의 영향을 준 것은 웹툰뿐만이 아니다. OTT의 급격한 발전 역시 종이책 소비 증가에 큰 영향을 끼쳤다. 교보문고에서 발표한 ‘2022 상반기 도서판매 동향 및 베스트셀러 분석’에서는 최근 OTT를 비롯한 콘텐츠 시장이 급격하게 커짐과 동시에, 도서 자체가 이러한 콘텐츠에서 파생돼 일종의 굿즈화가 됐다고 밝혔다. 코로나 이전에는 원작소설·만화가 드라마·영화화되면서 원작 도서의 판매량이 증가했다면, 최근에는 대본집과 포토에세이 등의 3차적 도서의 소비를 이끌어 간다. 실제로 <그해 우리는>. <나의 아저씨 세트>, <시맨틱 에러>, <옷소매 붉은 끝동 대본집 세트> 총 4종의 드라마 대본집이 예술 분야 베스트셀러 3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교육홍보팀 관계자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종이책과 전자책은 ‘독서를 한다’라는 점에서 같다고 같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대본집이라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문학성과 예술성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기존에 책에 아예 관심이 없던 사람이 대본집, 단행본만을 소비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출판인들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낸 것이며 충분히 의미가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전반적으로 연간종합 독서율을 떨어지고 있지만, 도서 분야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소비 시장을 이끌고 있다. 대부분의 분야에서 도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고 단행본, 대본집 등 3차 도서의 흥행 역시 긍정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도서판매량 근거는 리드 문장과 동일합니다.)